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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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주문고에서 사서 통영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읽고 밤에 하이시드니 갔다가 귀뚜라미 소리, 사나운 바람 소리 들으면서 소리 내어 읽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더 읽고 잠들기 전 다시 또 읽었다.

풍경에 대한 시집이면서 슬픔에 대한 시집이고 계절에 대한 시집이라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었는데 모두 시간에 대한 일이구나. 시집 속의 시간과 내 시간을 겹쳐 읽는 동안 중복되는 문장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동그라미 안에만 비가 내‘린다고 말하는 순간, 어둠 속에서는 소리만 내리고 있다는 걸 아는 마음으로. ‘슬픔이 새‘가 될 수 있고 ‘낙엽‘인 동시에 ‘가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날아오르는 것과 떨어져내리는 것이 꼭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에서 에셔의 판화와 같은 기시감을 느끼며. ‘나의 밤을 네가 가져갔던 시간이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될 때까지의 ‘저녁(들)을‘, ‘새벽(들)을‘ 포개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받아 쓴 문장을 소리내어 읽는 동안 신기하게 다시 떠오르는 풍경.

시집의 뒷표지에 실린˝읽는 동안 나는 이 시집이 씌어지던 시인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는 허수경 시인의 추천이 무색하지 않구나. 그 시간-풍경들이 만들어내는 ‘우리‘의 감각.

덧, 그러고 보니 이번 가을엔 남자 중견 시인들의 시집들이 풍성하다. 신철규 시인의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와 심보선 시인의 [오늘은 잘 모르겠어]도 즐겨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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