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 소설, <쇼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동시대에 다시 풀어 쓴다면 어떨까요? 내 생각과 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담아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의경 작가의 첫 소설집 <쇼룸>에서는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을 그려냅니다. 집과 옷, 음식, 소비되는 시간으로 내가 설명된다면 반대로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은 근사한—근사해 보이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삶에서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의 최선의 선택지로써 다이소와 이케아를 선택합니다.
계란절단기나 레몬즙짜개, 크로파르프 소파와 헬머 서랍장, 고시원과 전세 보증금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정체성은 종내 슬픔을 동반하게 합니다. 소비가 “삶이 아름답다고 착각하게 하는 착시이자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마취”인 것도 있겠지만 이케아 가구마저도 사치라는 소설 속 인물의 고백을 마주하는 지점에서 ‘소비하는 인간’이 아니라 소비로 설명되지 않는 여백을 읽습니다. 환하고 따뜻한 쇼룸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제 자신의 슬픔을 겹쳐보기도 했어요.
다이소와 이케아의 소품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매장을 함께 걷는 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요. 맞아 그거그거 하면서요. 동시대를 담아낸 수작으로 <쇼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