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미, <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1911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라진 조니워커 화이트라벨을 찾아 프랑스를 방문한 보험 조사관 ‘그’와 뉴욕의 예술재단에서 일하다 죽은 친구의 유품을 수령하기 위해 대학시절을 보냈던 프랑스로 돌아온 ‘그녀’의 만남을 그린 경장편 소설.전직 경찰 출신의 우수한 보험 조사관인 그는 ‘일과 관련된 대상을 ‘의미화’해서는 안된다고, ‘의미화가 한 번 일어나면 그가 찾아야 하는 어떤 것은 이미 오염되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쩐지 직장 내에서 겉돌고 있는 그녀는 ‘과거에 붙잡히는 게 싫었다. 그건 그냥 한 때 주어지는 삶이었고, 이제는 지나가 버렸고,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떠나온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습니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이 마주치는 우연. 이후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손보미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한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에 대한 정보는 소설 속 인물들의 행로와 감정에 풍부한 실감과 상상력을 더합니다. 우연이 삶을 돌려 세울 때 그 자리에 멈춰 선 인물들이 떠올리는 건 무엇일까요? 서로를 내버려두듯이 함께 걷는 마음, 개인의 의지보다 더 큰 질서에 대한 희망은 아닐까요? 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빼어난 작품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