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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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은 소설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게 해 준 귀한 소설입니다. 처음에 이 작품을 제목으로만 접했을 때는 순박한 농촌 이야기를 그린 서정적인 작품으로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여성 친척 어른을 삼촌이라 부른다는 사실도 부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출신인 현기영 작가에게는 제주 4.3 사건을 소설로 풀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이 작품의 초판 출간연도가 1978년임을 감안해 본다면 굉장한 고발 문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인 것입니다. 이 작품을 읽고 소설이 가진 힘이 바로 이것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로 녹여낸 진실에 의해 세상이 반응하고 공감하고 사회에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서슬 퍼런 서북청년단 출신 친척 아저씨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이 작품을 읽고 역사를 직시하며 그 시대의 아품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지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창비에서 펴낸 순이삼촌 책 표지의 돌무더기 이미지는 바로 이 작품 속의 순이삼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제주 4.3 사건의 그 절망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후세가 제주 4.3 사건을 알고자 할 때, 그 어느 역사적 자료보다도 이 작품을 우선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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