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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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york Bronx의 한 식당에서 Sollozzo를 쏴 죽이는  Michael의 눈빛을 잊을 수 가 없다. 이처럼 영화가 준 강렬한 이미지가 지배적인 상태에서 '대부'란 책을 다시 볼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영화 속의 각 장면들이 글로써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책을 다 읽었다. 아주 재미있게... '대부'는 잘 쓰여진 상업소설이었다. 소설의 목적 중의 하나가 흥미있는 이야기 전달이라면, 이 소설은 그 목적에 충실한 책이다.

마치 영화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서 이 소설이 쓰여진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장면들을 염두해 두고 읽다보면 시나리오를 풀어 놓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영화가 이 소설에 충실했다는 뜻이겠다.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영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소설과 영화를 동시에 즐기고 있다는 흔치 않은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단, 소설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Johnny Fontane의 Hollywood 이야기가 영화 속에는 거의 포함되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여담을 말하자면,  Johnny Fontane은 대부인  Vito Corleone의 대자(代子)이자 유명 가수이다. 후에 Corleone 패밀리의 도움으로 영화 제작자로 대성공을 거두는 인물로 나오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잘 아는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Frank Sinatra가 Johnny Fontane이라는 인물을 두고서 저자인 Mario Puzo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작품 후기에 실려 있는데, 그러고 보니 Johnny Fontane과 Frank Sinatra는 비슷한 점이 많네.

영화에서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소설을 통해 더 잘 알게 된 것들이 있다. 패밀리의 고문(Consiglierie,콘실리에리)을 맡고 있는 Tom Hagen이 Corleone 패밀리에 들어오게 된 사연과, 자신의 능력이 전임 고문인 Genco Abbandando보다 못함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는 속내 등이 그것이다. 또한 마피아 패밀리의 중간보스라고 할 수 있는 카포레짐(Caporegimes)에 대한 개념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부인 Vito Corleone가 젊은시절, 이탈리아산 올리브유 수입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의 동업 친구들이 후에 패밀리 고문이 되는 Genco Abbandando, 마찬가지로 후에 카포레짐이 되는 Clemenza, Tessio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영화에서, Tattaglia 패밀리를 찾아 갔다가 그 일당들과 Sollozzo에 의해 죽게되는  Luca Brasi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물인지 소설에서는 아주 잘 표현되고 있다. 소설을 읽고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에서, 이  Luca Brasi라는 인물의 잔인함과 그의 대부를 향한 확고부동한 충성심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Luca Brasi가 죽는 것만 나오지 그 인물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좀 세부적인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재미를 느꼈던 점이 있다. 소설을 본 후 다시 한번 꼼꼼히 영화를 보고서 알게 된 사실을 소개하겠다. 대부는 앞서 밝혔듯이 청년시절 이탈리아산 올리브유 수입업을 하여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되는데, 그 올리브유 수입회사 이름이 다름 아닌 'Genco'다. Genco라는 이름은 그의 동업자이자 자본을 대 주었던 Genco Abbandando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소설적 배경을 알고서 이젠 영화를 보자. 영화 초반부다. 마약 사업을 같이 하자고 Corleone 패밀리와 협상하기 위해, 터키 출신인 Sollozzo는 한 허름한 건물 앞에서 택시를 내린다. 이 때 그 건물의 간판을 봐야 한다. 글자만 벽에 붙어 있는 형태의 간판인데, 거기에는 'Genco'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배경 지식이 없이는 이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도 전에는 그냥 지나친 장면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장면을 통해서  Corleone 패밀리가 아직도 이탈리아산 올리브유 수입을 하고 있고, 이 수입업이 그들 패밀리의 합법적이고 표면적인 사업인 것까지 알 수 있었다.

영화를 감동적이게 본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책을 읽어 보아도 그 시간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고 느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이름이 꽤 멋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위 글을 쓰면서 그 느낌이 나도록 이름들을 알파벳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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