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94년 고1때 이 책을 접한 이후, 방 책꽂이에 꼽혀 있던 책을 다시 집어들어 읽어 보았다. 만 9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셈인데 다시 읽게 된 계기는, 그 당시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만 남을 뿐 그 내용을 잊어버려서 였다. 내용을 잊어버린게 한편으론 잘 됐다 싶었는데, 추리소설 형식으로 된 이 글의 내용과 결말이 기억 난다면 그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이고, 아예 다시 읽어볼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읽음에도 이 책은 여전히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의 존재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해 가는 작가의 시선이 참 날카롭게 느껴졌다. 거기에 영조와 사도세자 와의 관계, 붕당정치에 관한 해석, 노론과 남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알력, 기존 왕들의 이미지와는 다른 정조의 카리스마띤 이미지, 그리고 그 유명한 정약용의 젊었을때의 모습까지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참 풍부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규장각에서 죽은 장종오의 시체를 검시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그러한 해박한 검안 기술이 있었음에 한번 놀라고, 그 장면을 그토록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아쉬운 점은 인몽이 그의 처 상아를 상상할 때마다 나오는 꿈같은 공간속의 서술들이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그럼으로써 내용의 흐름을 끊기게 하고 재미를 반감시킨 점이다.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꽤 사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인몽이 상상하는 장면이 나오기만 하면 그런 사실적인 분위기가 깨져서 흥미가 덜했다. 그래서 그부분을 뛰어넘고서 읽기도 하고 그랬다. 이 부분들을 크게 줄였으면 더 낫지 않나 싶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서 그 존재여부 자체가 불명확하던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는  결국 '올빼미' 부시를 가리킴이 인몽에 의해 밝혀지는데, 왜 올빼미 부시가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없이 이야기가 끝나버려서 그동안 읽었던 소설의 내용을 반추해 보느라 애를 먹었다. 사실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의 이해가 완전치 않다. 이부분은 작가가 반드시 언급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그토록 인몽이 찾아해맺던 금등지사에 대한 당위성이 명확히 세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서도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좀 찜찜하다. 왠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그런 기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신분께 도움을 청한다.

  9년만에 읽은 책에 대해 리뷰를 쓸까 말까하다가 아직까지도 최근에 올라오는 마이리뷰가 많아서 놀랐다. 93년에 나온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더 용기를 내서 한번 써 볼 수 있었다. 위와 같은 개인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나 아직도 안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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