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라디오>, 문학동네 

 (p.100-101에서 그대로 인용) 

 아이린은 다이얼을 계속 돌려 서너 집의 아침 식사 테이블을 침범했다. 그리고 소화불량과 육체적 사랑, 병적인 허영, 신앙심, 그리고 절망이 표현되는 이야기들을 엿들었다. 아이린의 삶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만큼이나 단순하고 보호받는 삶이었기에, 그날 아침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노골적이고 때로는 상스러운 말들에 그녀는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p.106-107에서 그대로 인용) 

 그녀가 울부짖고 슬픔을 못 이겨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아니, 당신이 왜 그런 걸 들어야 하지?" 짐이 다시 물었다. "그게 당신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든다면서 왜 그런 걸 들어야 하냐고?" " 오, 제발 그러지 말야요, 제발."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삶이라는게 너무도 끔찍하고 너무도 지저분하고 너무도 무서워요. 하지만 우린 그런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렇죠, 여보? 내 말은,우리는 언제나 다정하고 점잖고 서로를 사랑해왔다는 거예요, 안 그래요? 그리고 우리에겐 두 아이가 있어요. 두 예쁜 아이들이, 우리의 삶은 지저분하지 않아요, 그렇죠, 여보? 안 그래요?" 그녀가 양팔로 그의 목을 두르고 그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우린 행복해요, 그렇지 않아요, 여보? 우린 행복해요, 그렇죠?" "물론 우리야 행복하지." 그가 피곤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물론 우린 행복해. 저 빌어먹을 라디오는 내일 고치든가 치워버리든가 해야겠어." 그러고는 아내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불쌍한 여자 같으니라고." "당신은 날 사랑해요. 그렇죠? 그녀가 다짐을 두었다. "그리고 우린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돈 걱정도 안 하고 서로 속이지도 않아요, 그렇죠?" "그래, 맞아, 안 그래," 그가 대답했다. 

 

* 존 치버의 단편소설 괜찮다.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 몇몇 있다. 그의 단편들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긴 하지만. 그의 작품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짤막한 문장 하나에 그의 중심 생각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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