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번역본을 비교해보는 재미에 빠졌을 때가 있었다. 그때 그 비교의 재미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문열 삼국지]

제일 처음 접한 삼국지. 이문열 삼국지로 삼국지의 길에 들어섰다. 삼국지하면 이문열 삼국지로 시작해야 되는 줄 알았다.  첫단추를 잘못 낀 것이다.

삼국지를 처음 읽는 분들은 이 번역본으로 시작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정본 완역본을 본 다음에 봐야 하는 삼국지다. 그렇지 않으면 삼국지라는 작품을 크게 오해할 수 있다. 내용과 형식적인 측면 모두에서.

내용적 측면을 말하자면, 이문열적 시각에서 삼국지를 읽게 되어 스스로 비판적 판단을 할 여지를 갖기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형식적인 측면을 보면, 이 번역본은 완역이 아닌 작가의 입맛에 맞게 잘려지고 덧붙여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제갈량 사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축약되어 있고, 그 많은 한시들은 많은 부분 생략되어 있다. 이 부분들이 다 번역되었어야 했다. 평역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뼈대는 온전히 보존시켜 놓았어야 옳지 않았을까. 작가의 입맛에 맞게 잘려지고 덧붙여진 삼국지라면 그걸 읽고서 삼국지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역이 되었다면 절대 10권으로 끝날 수 없고, 대략 15권정도 되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지만.

추가할 문제점은, 제 1권에 펼쳐지는 유관장 세사람의 등장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이문열 작가의 창작으로 덧붙여진 것인데, 한마디로 너무 길다. 여기서 독서의 힘이 빠짐을 느낀다. 원본 삼국지의 줄거리 전개는 굉장히 빠름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빠른 전개라도 10권을 가야하는 대장정인데, 1권에서 너무 힘을 뺐다. 그러니 제갈량 사후 부분을 축약할 수 밖에.

결론적으로 이 삼국지는 정본 완역본을 본 다음, 다른 시각에서 씌여진 삼국지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과 독서욕구가 일었을때 보면 잘 읽힐만한 삼국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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