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일일책소개 코너가 이 책을 다루어 무척 반가왔습니다. 이 시집이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신문에 소개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아래는 바로 그 책소개를 퍼온 글입니다.  

*경향신문 2008년 3월 31일자

[책읽는 경향]경남에서-아흐레 민박집

이 세상 속으로 달랑 한 권 시집을 내놓은 시인의 시집이 있다. ‘아흐레 민박집’(박흥식·창비)이다. 시인이 되면 곧바로 몇 권씩의 시집을 내놓는 경향으로 보자면 참 드문 시인의 일이다.


나는 이 시집을 1년에 스무 번 정도는 읽었지 싶다. 시집이 나온 지 딱 10년이 되었으니, 이백 번도 더 읽은 셈이다. 읽을수록 시집 속의 사람들이 수런거리는 것 같고, 그 깊은 체험들의 간결 압축미가 빛나고 있다. 형식의 가치 추구는 여백에서 독특하게 번득이고 있다. 시에 대해, 자신에 대해 얼마나 엄격했고 인색했던 과작의 시인일까?

요즘 사람들은 상상력은 풍부하고 언어적 기교도 세련되었지만 보편성과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김규동 선생이 지적한 바 있다. 정지용, 이육사, 한용운도 단 한 권씩의 시집밖에 없다. 한때 반짝 주목받기보다는 오래 읽히는 시집이 간절한 지금이다.

나는 이 시집의 배경이 되었던 민박집을 실제로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뜰이 함초롬히 젖어 있는 곳, 강변의 자잘한 자갈들이 마음을 밟던 그 민박집에서 마냥 오래 머물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정지용, 백석 닮은 시인들이 함께 거닐고 있는 듯한, 이 완벽한 서정으로 완성된 시편들은 시를 쓰는 나를 기죽게 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좋은 시집을 골라 읽기 힘든 요즘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텍스트로서도 손색이 없는, 오히려 독서 편식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시집이다.

〈 박구경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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