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8년 4월 1일자

[책읽는 경향]경북에서-체 게바라 평전  
ㆍ눈을 뜨고 꾸는 꿈, 희망을 노래하다

아내와 싸웠다. 나더러 뼛속까지 보수의 냄새가 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나는 집안에서만 보수다. 집 밖으로만 나가면 누가 뭐래도 진보다. 예술은 모름지기 실험정신이 있어야 한다. 정치는 좌파가 좋다.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난한 자와 늘 함께 한다. 나는 부자는 별로다. 언제나 톡톡 튀는 사고를 좋아한다. 이래도 진보가 아닌가.


나를 진보의 세계에 첫발을 디디게 한 책이 바로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이다. 젊은 날 소록도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언제나 스승이었던 분이 선물해주신 책이었다.

감동은 대단했다. 체는 결코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유머가 넘치는 휴머니즘의 전도자였다. ‘영혼의 순례자’였고, ‘전사(戰士) 그리스도’였다. 그는 꿈을 사랑하고 꿈을 말한다.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우리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눈을 뜨고 꾸는 꿈, 나는 그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이 책이 있어서 그해 소록도의 생활은 즐거웠다. 은퇴하면 쿠바로 가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을 틀어놓고 예쁜 카페라도 하나 차려볼까 한다. 카페 이름은 ‘디어 아바나’. 나의 불가능한 꿈.

〈 노병수 | 영남사이버대학교 총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