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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기
조현 지음 / 휴(休) / 2018년 8월
평점 :
사무국이 있는 동네의 소행주도 나오고 쉽게는 가 볼 수 없을 곳 같은 먼 나라 미국의 부르더호프공동체 이야기 등, 함께 사는, 살려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어느 곳은 몇 번 가 본 곳이기도 해서 글쓴이의 견해가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국내의 여러 공동체들을 취재한 경험을 집성해 '왜 같이 살려고 했는지, 그 연유 대로 살고 있다면 그 힘은 무엇인지' 말을 건네는 책이다. 외국편은 거기에 덧붙인 덤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삶이란 계획에 종속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도 그렇거니와, 학교를 막 알기 시작한 때부터 계획을 세우라, 숙제 검사를 받고 그랬던 데 비해서는. 엉터리 같은 어른들이었고 학교교육이었다. 계획을 세우느라 수날을 꼼짝 못 했고, 그런 계획을 지키지 못 하는 자신의 자책으로 보낸 시간은 또 어떻구.
작심삼일의 반복은 운명지어져 있던 것이다. 그랬다. 책상머리에서 혼자서만 끙끙대며 세운 계획이 애초에 실질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소한 친구와 무얼할지 계획을 짜 보거라, 가르침을 받았다면 달랐으리라.
저자의 공동체들 공통점을 정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생에서는 오히려 계획보단 우연이 크게 작용하며, 따라서 어떻든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한 이해와 수용, 그 일을 마주한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 기다림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저변임을 접하게 된다.
공동체란 말 자체는 긍정적 지향을 드러내지도 않고, 혹여는 그것이 무척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미혼의 여성에게, 소수자에겐 익명성이 훨씬 편하기도 하다.
공동체=안식이지 않다. 집도 그러잖은가. 그런데 왜 공동체란 말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법을 발휘할까? 아니, 구태여 애써 그 무리를 엮으려 할까?
더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사자들 개인들이 공동체 이전의 살아왔던 방식보다 더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 곳곳에 담은 말들이 그러하다.
학교교육은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지만, 기실 행복은 현재에 있다. 학교교육의 실패를 주장한다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하늘로 보낸 학생들을 두고 사람들은 그리 얘기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확실한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히고 있음이다.
현재의 행복 없이 미래의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사기에 다름아니다. 저자가 탐방한 공동체 구성원들은 늘 현재가 행복하다. 미래의 행복에는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 맞다.
마을과 공동체를 그리움처럼, 희망이듯 포장하려며, 오늘, 지금이라는 내용물을 실하게 채워야 한다. 어찌 그러할까? 고맙게도 저자가 그 선례를 잘 모아 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의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무척 좋은 책이다.
"어디로 가려 하는가? 행복은 바로 네 곁에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