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를 넘어 - 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이야기
김종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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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먹을 갈고 붓을 들고 흰 도화지에 글을 썼던 기억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서예시간에 “붓을 들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벼루에 먹을 가는 것이다.” 라고 늘 강조하셨다. 그 꼬물꼬물하던 우리 반 아이들은 그 말이 무슨 뜻 이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을 해서 사랑 없이는 죽을 것같이 울고 웃기도 하고, 죽지 않을 정도의 담배와 술을 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쓰린 상처와 경험을 통해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서예를 하는 사람들은 늘 곧은 마음가짐과 생각으로부터 예술혼이 나온다고 한다. 좋은 작품을 위해 건강을 유지하거나, 추앙받는 작품을 많이 보고 연습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필묵정신과 입고창신의 창조정신에 충실하게 예술혼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런 점이 서예의 매력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저자는 일반 독자들이 서예를 이해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자 책을 썼다. 전통예술인 서예를 일상생활로 끌어내, 쉽게 일상에서 만나 감상하며 즐기게 되며, 작품의 좋은 시와 격언과 금언을 만나게 고대했다. 그런 취지에서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서예에 대해서는 붓과 먹 그리고 추사 김정희만 알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매우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기본적인 단어와, 다양한 서체의 설명 그리고 김종헌 그가 말하는 근현대 한국 서예가 5인,  그리고 서예의 최고봉 판교 정섭과 추사 김정희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서예는 다양한 점과 선으로 된 예술이라고 한다. 서예를 자세히 알지 못했을 때는 그저 검은 먹을 적신 붓으로 그려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서예가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글을 썼는지, 그것을 어떤 방식의 점과 선으로 그려냈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뭐든지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작품은 이러했고, 이러한 방법으로 그렸으며,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 가득 작품이 실려있다. 책을 통해 보는 작품이지만, 어디선가 묵향.. 초등학교시절 처음 벼루를 갈던 서예시간에 맡던 묵향이 느껴졌다.

편집과 구성은 뛰어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조금은 더 쉽게 풀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절대로 서예란? 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는 듯하다. 우리 전통예술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발판 삼아 더 자세하고 많은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책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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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쇼크
박혜윤 지음 / 파라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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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어제 진통을 느껴서 병원에 갔더니 아직은 아니라. 그래도 다음 주면 낳을 것 같아." 2년 전에 나에게 큰 충격을 주고 시집을 가버린 친구이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매점이고 학원이고 같이 다니면서 친해지고 서로 다른 대학을 갔지만 동네가 가까워서 자주 만났다. 20대 초반, 연애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울며불며 시간을 같이 보냈다. 우리는 SEX AND THE CITY의 그녀들과 같이 살자. 결혼 자금 따위 모은답시고 지질하게 살지 말자고! 라고 하던 친구였는데.. 배낭여행하던 내게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 "나 결혼해" 라고 했다. 그 친구가 아이를 갖고 이제 곧 출산을 하게 된다고 했다. 과연 아이 엄마로써의 삶은 어떨까? 독신을 외치며 아이 없는 파라다이스에서 영원한 사랑만을 먹고 살자던 내 친구의 삶은 어떨까.. 너무 궁금해서 보게 된 책이다.

많은 20.30대 여성들은 고민을 한다. 가장 먼저 "결혼" 이라는 관문이며 그 다음은 "출산"이라는 것이다. 결혼은 나와 거리가 멀고 나는 아직 꿈이 있으며 그 꿈을 향해 가려면 결혼은 아직..이며 출산은 Oh, no!라고 외쳤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아이를 갖기 전에는 나와 같이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로 인해 그 때부터 고민을 한다. 아이가 나오는 그 순간까지 이 아이와 나 사이에는 무엇이란 끈으로 연결이 되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문부터 갖게 된다. 나의 아이니깐 당연히 사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그녀가 아이를 낳고 점점 달라진다. 30년간 늘 부딪히던 엄마와의 갈등도, 남편이랑 존재의 무게도, 삶의 판도도 모두 달라진다.

책이란 나에게 대단한 것을 준다. 바로 경험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접경험.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고도 느낄 수가 있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달라진 나의 생각 그리고 곧 아이를 낳을 내 친구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물론 첫 아이의 출산에 대한 축복이 가장 먼저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면 지금까지 만나오던 사람들과의 관계, 늘 보던 시선 그리고 생각들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아, 약간은 불안함이 가미된 설레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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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카피 카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사 엮음, 신해진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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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TV나 다른 대중매체를 통해 매일 광고를 접하며 산다. 이런 우리들은 하나쯤은 기억에 남는 광고 문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신문을 넘기다가 읽은 한줄의 카피가, 채널을 바꾸다가 접한 짧은 20초 정도의 광고카피가 우리 가슴 속에 깊숙히 자리잡게 된다. 이런 감동과 메세지를 전하는 사람은 카피라이터라고 생각을 했고, 시간이 흘러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최첨단 시대에 살게 되어도, 결국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은 빠른 시스템을 갖춘 기계가 아닌 '글' 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광고 문구에 관심이 갖게 되어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업 광고 시리즈를 번역한 책이다. 왼쪽에는 원문 오른쪽에는 번역문이 실려있다. 이런 구조가 이 책을 보는 재미였다. 같은 메세지를 전하는 글일지라도 원문과 번역문의 느낌은 다소 다르다. 영어의 느낌, 한국어의 느낌 그 두가지의 차이를 느끼며 읽으니 언어의 대단함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여기에 실린 광고들은 A4용지의 반도 채워지지 않을 분량인데 많은 리프린트 요청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광고를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주제들; 사회적인 이슈에서 아주 지극한 일상에서의 일어나는 일들을 다뤘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건 악당무리와 싸우는 슈퍼맨이 아닌 작은 문구, 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 짜증나고 힘들 때 옆에서 용기를 북 돋아주는 친구의 말 한마디와도 같은 광고문구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선생님의 조언과도 같은 광고 문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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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필요한 주문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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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학창 시절에 보통 여자아이들은 화장실을 갈때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화장실 같이가자" 하며 팔짱을 끼는데, 그런적도 거의 없고, 대학교때 "같이 수업듣자" 하며 수강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혼자 한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고, 불만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지 못한다. 특히 사랑이란 감정은 혼자 느끼는 것은 "짝"이 붙기도 한다.  


봄이 오면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만 보아도 미소가 번지고, 여름이 오면 강렬한 태양에 일광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가을에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울고 웃고 싶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사람의 온도를 느끼고 싶어진다. 적어도 나에게 사랑의 주기는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사랑을 다룬 작품은 언제나 날 설레이게 만든다. 소녀적인 감성이 아직도 살아있는지, 오랜 친구로 만나다가 애인사이가 되는 설정은 날 매혹하기 쉬운 주제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주문, 이 책을 집어든 계기가 바로 이 설정 때문이다. 청순만화를 처음 하기 시작하면서 친구에서 애인이 되는 내용은 날 매혹한다. 어린 소녀적인 감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이다. 

 
그 둘만의 사랑의 속상임, 암호 '칸타타'는 내 심장을 쿵쾅이게 한다. '사랑해' 라는 말보다 은밀하고 달콤하게 다가오는 것은 연인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둘만의 속삭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친구여서 애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라고 하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친구-애인-헤어짐- 그리고...다시 만남.많이 다뤄졌던 구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라고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사랑하지 않고 있거나 소녀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면 가볍게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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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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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주말 오전, 라디오 DJ가 책 한 권을 소개했다. 그것이 ‘바로 달려라, 아비’였다. 그때 처음으로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처녀작인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김애란님의 팬이 되어버렸다.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인데, 짤막한 내용에 비해 여운은 굵고 길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말이다.

 

젊은 작가여서 그런지 그녀와 나는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느껴졌다.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하지 않다. 색에 비유하면 짙은 파랑에 가깝다. 어느 정도의 상처와 불행, 그리고 우울함이 깔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울함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단편  중에서도 ‘종이 물고기’ 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글쓰기를 통해 자존감을 느끼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꿈을 이루고자 서울로 올라왔지만, 쉽게 꿈에 다가가지 못한다. 그 청년은 스치는 문구, 생각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작은 메모지에 적어 놓았다. 수많은 생각, 문구는 결국 그 청년을 나타내는 매개체이다. 하나 두개씩 벽면에 메모지를 붙이다 보니, 더 이상 공간이 충분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그 위에 덧붙인다. 노란 메모지들은 바람이 불때마다 스륵 스륵 소리를 내며 펄럭인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노란 메모지들이 빼곡히 붙은 방이 자꾸 떠올랐다. 스륵 스륵, 청년은 꿈의 바다에 헤엄치는 노란 물고기이다. 하지만 눈을 뜨면 작은 방에 누워 있는 현실로 돌아온다. 결국 그 작은 방은 무너져버리지만 여전히 노란 비닐의 물고기는 바다를 향해 꿈틀거린다.

 

‘종이 물고기’를 보면서 매우 씁쓸함을 느꼈다. 청년이 살았던 작은 방은 우리가 숨쉬고 있는 현실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노란 메모지는 자신, 곧 꿈이다. 우리의 꿈과 가능성은 무한한데 그 꿈을 이뤄야 하는 곳은 한정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김애란님과 같이 느끼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모습입니다.’라고 말이다. 현실을 직시한 그런 묘사에서 씁쓸했지만, 그 주인공이 노란 메모지 위에 메모를 덧붙이는 행위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졌고,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이였다.

 

마지막으로 무너져버린 벽면에서 펄럭이는 메모지는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꿈의 바다로 향해 헤엄치는 물고기, 우리들이라고 느껴졌다. 짙은 파란색의 바다 깊은 곳에서 노란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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