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절, 엄마가 벌컥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가슴을 덜컥하게 만든 적이 많다. 주로 다른 소설을 읽거나 퍼질러 자고 있던 시험기간에 빈도가 잦았다. 엄마는 가지런히 깎은 과일을 가지고 오실 때도 있었고, 기도할 거리를 가지고 오시기도 했다. 그 엄마가 밖에서 마음 졸이다가 궁여지책으로 가지고 들어오시는 것들을, 문이라도 열어서 아이를 계도하고 싶은 마음을 그때는 몰랐다. 그저 엄마가 내 잘못을 지적하고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게 분하고 부당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순간들이 가끔 떠오른다. 엄마는 내게 잔소리를 많이 하셨지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셨고 지나친 기대나 강요는 안 하셨던 분이다. 다정하고 친절하신 엄마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공감해주는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신 분일 뿐.



제목이 정말 눈을 끄는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를 읽었다. 내 방문과 내 마음을 벌컥 열기 전에 당신들이 갖춰주었으면 하는 예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미운 네 살과 더한 일곱 살보다 더한 열 살 너머의 시절이 벌써부터 겁나는 늙은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읽은 책이다. 사춘기 시절 청소년의 심리에 대한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상상속의 관중’ 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과도하게 의식했던, 그래서 가벼운 대인기피증세를 겪은 이유가 설명되었기에 좋으면서도 너무 늦게 안 것이 아쉽다. 내 아이가 저것 때문에 괴로울 때 잊지 않고 다독이며 알려주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차곡차곡 함께 웃고, 믿고, 감사하는 시간을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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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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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상의 권위를 인정하게 만드는 책, 이 상의 안목은 앞으로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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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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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가 좋았고, 아몬드가 슬펐는데 페인트는 조금 다르다. 아니 같은 구석도 많다. 열예닐곱살의 남자아이가 주인공인데 다들 주류 아이들과 좀 다르다. 피부색이 다르거나, 편도체가 다르거나, 양육주체가 다르다. 다들 생각이 없는 척 하지만 생각이 있고 편견과 현실에 순순히 순응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부딪혀본다. 그래서 주인공이겠지만! 전작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런지 담백한 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슬리지 않고 읽힌다. 작가가 끌어가는 느낌의 서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주인공 제누301의 목소리를 따라 읽힌다. 작가가 공들인 거겠지. 아이가 부모에게 실망할 무렵에 읽을만한 책이지만, 양육자가 된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제누가 만나는 해오름이 하는 말들이 위로가 된다. 엄마인 작가의 목소리가 느껴진 부분이기도 하고. 부모의 자격을 묻는다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을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아이를 낳기 전에 다짐했던, 안아달라고 하면 언제라도 안아줄게,가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이라면 제누는 뭐라고 할까. 2차 페인트를 해줄까?

 

 

창비의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은 언제나 B+ 이상의 기대치 충족을 가져온다. 예전에 수업시간에 몰래 읽던 모 문학상의 수상작 모음집에는 '이 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독자에게 묻는다'라는 당당한 문구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정말 그랬는데 그 문구가 사라진 어느 시기부터 그 수상작을 찾아서 읽지 않게되었다. 아쉽다. 그래도 괜찮다. 썩 괜찮은 상을 찾았으니까. 창비는 이 책에 걸맞는 상을 수여했고, 이 책은 창비문학상의 권위를 단단히 만들어주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작가와 출판사는 둘 다 좋겠다. 좋은 책 읽은 나도 좋고!

그런데, 책에 나오는 가디 박, 영화화 하면 강동원이 어떨까. 이미지가 너무 딱인데. 사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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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노래 창비 노랫말 그림책
유희열 지음, 천유주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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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그렇게 애틋한가보다. 친정엄마와 딸의 애증에 대한 그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을 봤는데, 아빠가 딸에게 대하는 태도는 또 좀 다른 것 같다. 그 글을 읽는 딸들의 마음도 좀 그렇다. 우리 아빠가 나를 이렇게 보셨구나, 하는 마음부터 우리 딸도 이런 마음을 겪겠구나 하는 마음까지. 신랑이 아이에게 대하는 게 질투 나지는 않는데, 우리 애도 아이를 낳아서 나처럼 이런 날들을 겪겠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 어린아이인 그 애들이 안쓰럽다. 엄마가 되건, 안되건.

육아는 지치고 힘든 일이다. 잠을 못 자고, 취미를 버리고, 취향을 포기하고, 내 시간을 헛되게 쓰지 못하는 일들도 그렇지만 아무리 아이가 엄마를 사랑한다고 편지를 써주고, 달력에 엄마에게 뽀뽀해주는 날이라고 가득 채워놓아도 그 아이를 보는 일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고, 저렇게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아이에게 나는 왜 그렇지 못한지를 되새기느라 또 힘들었다. 변해가는 외모에 정비례해서 무기력도 늘었다. 그런 시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긴 시간 동안.

꿈 많던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게 했단다

꽃이 핀 너보다 꿈 많던 엄마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친구들이 저 문장을 프로필에 많이 썼었다. 한 문장으로 눈물이 나게 하기 쉽지 않은데, 오래도록 되뇌게 되는 문장이었다. 내 마음이, 나의 꿈 많던 시절이 생각나서가 아니라 나보다 한참 더 전에 더 젊고 예쁜 꽃시절에 나를 낳아 키우신 엄마 생각이 나서. 한겨울에도 세탁기 없이 기저귀를 열 장씩 빨아내고, 피가 나도록 가려운 곳을 긁어내는 아이의 손을 쳐내는 새벽의 엄마가 떠올라서. 유모차 없이 아이 둘을 안고 업고 장바구니를 들고 긴 골목길을 되돌아오며, 잠든 아이 둘의 이불을 덮어주며 귀가가 늦는 신랑을 기다리며, 예쁜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어르고 타이르다 마침내 화를 내고 마는 당신을 자책하는 새벽의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커뮤니티도 없고, 하소연할 친구도 멀리 있는데. 재주 많고 인기 있는 선생님이던 우리 엄마는 하던 일을 다 접고 낯선 육아와 살림의 길로 접어드셨는데, 그 긴 시절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모르겠다. 그런 엄마의 꿈 많던 시절로 피워진 나는, 열심히 살아야지. 행복해져야지. 우리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운 건데,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데, 그렇지, 엄마?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고, 엄마를 미소 짓게 하는 세상이었을 거야, 나는. 우리 아이가 그렇듯이. 가끔은 외면하고 싶은 때도 있지만^^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주지 않을 작정이다. 구석에 꽂아두었다가 마음이 울렁일 때, 혼자 뽑아봐야지. 나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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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노래 창비 노랫말 그림책
유희열 지음, 천유주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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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노래지만, 엄마에게 보내는 감사의 노래, 나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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