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노래 창비 노랫말 그림책
유희열 지음, 천유주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이 그렇게 애틋한가보다. 친정엄마와 딸의 애증에 대한 그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을 봤는데, 아빠가 딸에게 대하는 태도는 또 좀 다른 것 같다. 그 글을 읽는 딸들의 마음도 좀 그렇다. 우리 아빠가 나를 이렇게 보셨구나, 하는 마음부터 우리 딸도 이런 마음을 겪겠구나 하는 마음까지. 신랑이 아이에게 대하는 게 질투 나지는 않는데, 우리 애도 아이를 낳아서 나처럼 이런 날들을 겪겠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 어린아이인 그 애들이 안쓰럽다. 엄마가 되건, 안되건.

육아는 지치고 힘든 일이다. 잠을 못 자고, 취미를 버리고, 취향을 포기하고, 내 시간을 헛되게 쓰지 못하는 일들도 그렇지만 아무리 아이가 엄마를 사랑한다고 편지를 써주고, 달력에 엄마에게 뽀뽀해주는 날이라고 가득 채워놓아도 그 아이를 보는 일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고, 저렇게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아이에게 나는 왜 그렇지 못한지를 되새기느라 또 힘들었다. 변해가는 외모에 정비례해서 무기력도 늘었다. 그런 시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긴 시간 동안.

꿈 많던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게 했단다

꽃이 핀 너보다 꿈 많던 엄마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친구들이 저 문장을 프로필에 많이 썼었다. 한 문장으로 눈물이 나게 하기 쉽지 않은데, 오래도록 되뇌게 되는 문장이었다. 내 마음이, 나의 꿈 많던 시절이 생각나서가 아니라 나보다 한참 더 전에 더 젊고 예쁜 꽃시절에 나를 낳아 키우신 엄마 생각이 나서. 한겨울에도 세탁기 없이 기저귀를 열 장씩 빨아내고, 피가 나도록 가려운 곳을 긁어내는 아이의 손을 쳐내는 새벽의 엄마가 떠올라서. 유모차 없이 아이 둘을 안고 업고 장바구니를 들고 긴 골목길을 되돌아오며, 잠든 아이 둘의 이불을 덮어주며 귀가가 늦는 신랑을 기다리며, 예쁜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어르고 타이르다 마침내 화를 내고 마는 당신을 자책하는 새벽의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커뮤니티도 없고, 하소연할 친구도 멀리 있는데. 재주 많고 인기 있는 선생님이던 우리 엄마는 하던 일을 다 접고 낯선 육아와 살림의 길로 접어드셨는데, 그 긴 시절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모르겠다. 그런 엄마의 꿈 많던 시절로 피워진 나는, 열심히 살아야지. 행복해져야지. 우리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운 건데,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데, 그렇지, 엄마?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고, 엄마를 미소 짓게 하는 세상이었을 거야, 나는. 우리 아이가 그렇듯이. 가끔은 외면하고 싶은 때도 있지만^^

이 책은 아이에게 읽어주지 않을 작정이다. 구석에 꽂아두었다가 마음이 울렁일 때, 혼자 뽑아봐야지. 나만을 위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