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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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왠지 가슴 따뜻해지는 제목을 가진 책 한 권을 받았다. 와이번스의 전 감독의 자서전 『김성근이다』 이후 두 번째로 읽은 야구 이야기다. 그런데 제목이 심상치 않다. 야구가 뭘 어쨌단 말일까? 책망하는 것 같지만 원망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감사하는 느낌이다. 탓하고 있지만 왠지 아빠와 캣치볼을 하다가 자신이 도저히 잡지 못하는 높이에 잔뜩 토라진 개구진 사내 아이 같다. "나 안해!"라고 말하며 글러브를 벗어 던지고 호기롭게 공원을 나가려다 어깨 너머로 흘끔거리며 자신이 던진 글러브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 서효인과 야구는 '애증'의 관계인 것일까? 아무래도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야구는 애증의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그리고 젊은 시인 서효인이 말하는 야구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신인 염종석의 활약과 팀의 근성으로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 시리즈 두 번째 우승을 하고, 빙그레 이글스 내야수 장종훈의 시대─한국 프로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40홈런을 돌파하여 홈런왕과 MVP를 차지했다.─라 불리던 해에 태어났다. 1992년이다. 하지만 내 인생은 프로야구와 전혀 연관이 없다. 전국고교야구대회도 마찬가지. 나는 야구에 매료되어 있지도 않고,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게 야구란 축구와 같고 남자들이 하는 군대 이야기와 갔다. 간단히 말해, "야구, 몰라요."다. 그런데 서효인의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야구를 모르는 내가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다. 딱딱하지 않은 문체와 설명, 각주 덕분이었다. 솔직히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나는 3/3이닝을 모두 관전했다. 정지하는 순간이 많아 기다림과 인내로 버텨야 하는 스포츠, 야구. 나는 그 긴 시간을 잘 버텨낸 것 같다. 조금 위태롭긴 했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줘도 나쁘지 않겠지.

 

난 한 가지에 몰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멀티플레이어다. 한 가지를 하며 또 다른 한 가지에 손을 내민다. 항상 스케줄이 꽉꽉 차있어야 나태해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일이면 일, 공부면 공부, 대외활동이면 대외활동. 파고 들 장르 하나만 정해서 일정은 수도 없이 늘려간다. 꽉꽉 채워간다. 되도록이면 장기전으로. 그리고 결과는 빨리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래야 내가 움직일 수 있다. 탄력을 받아 움직일 수 있다.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한 프로그램도 많았고, 손을 대다가 길을 잃고 헤맨 적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율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되도록이면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 힘쓴다. 그래도 어려운 것은 주위의 반응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다가도 한 걸음만 삐끗하면 금새 욕이 날아온다. 이건 프로야구 못지 않다. 내 일에 왜 주위 사람들이 더 기대하고 목 매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담된다. 힘들다. 어깨가 무겁다. 모든 상황이 내게 좋은 쪽으로 돌아가더라도 주위에서 쏟아지는 부담으로 어깨가 굳는다. 몸이 굳는다. 그래서 결국 놓치고 만다. 다된 밥에 코를 빠트리기도 하고, 잘 가다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뒤로 넘어져 코가 깨진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억울하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고, 아픔으로 남아 나를 서서히 잠식시키기도 한다. 그 무엇으로도 좀처럼 해소시킬 수 없는게 바로 이것이다.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신이 휘둘려버리니까. 포기하는 법도 배웠다. 되는 길과 안 되는 길을 판단하는 법도 익혔다. 잘 가다가 안 되는 길로 빠지기 시작하면 실패를 직감한다. 그래도 그 길을 져버리지 않는다. 되돌아오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발을 삐끗해 옆으로 굴러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옆은 천길 낭떨어지. 그곳으로 떨어지느니 차라리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게 훨씬 낫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끊어진 상태에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전진 뿐이므로. 그것도 인생이다. 쓰지만 달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확실히 힘든 다음에 좋은 일이 오고, 쓴 경험 뒤에 달달한 행복이 온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경험으로 얻은 해답보다 책 속에 적힌 문장이 더 큰 위안을 안겨준다.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살살. 덧나지 않게.

 

오로지 당신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이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전부가 그러할지도 모른다. 주위의 기대는 잊어라. 안타는 맞겠지만, 그것이 '나'를 위한 게임. 나 자신만 바라보자. 결국 실패하겠지만, 다음 등판이 남아 있다. 실패의 예정, 그리고 도전, 사는 것 자체가 '퍼펙트게임'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 영화 <퍼펙트게임>이 떠오른다. 80년대 롯데와 해태, 연대와 고대, 전라도와 경상도, 최동원과 선동렬의 대결을 그린 야구인들의 땀내 나는 이 야구 영화는 가장 치열하고 아름답고, 진지하며 포기할 수 없는 승부를 그렸다. 그들의 열정이 담긴 이야기가 떠오른다. 감동 신화를 담은 스포츠 영화가 줄줄이 떠오른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오래 된 미국 영화도 기억 난다. 유색인종 차별이 있던 시대, 인종 차별 없는 스포츠를 하자며 고군분투 하는 내용이었다. 고등학교 럭비부의 단합과 승부를 그린 영화였다.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도 빠질 수 없다. 그건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였으니까. 아무튼 이런 땀내나고 이유 없이 뜨거운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자체에 그 열정이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야구 바보인 남자, 서효인의 야구 이야기는 지칠줄 모른다. 그런데 좀 길다. 9이닝을 완투하고 여신님과 자신의 '팀'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도 부족하다는 눈치다. 이 남자, 확실히 '야빠'다. "야구, 몰라요"였던 내가 혹 할 정도로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매력이 있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야구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살 맞대고 부벼가며 서로가 의지하고, 다투고. 그런 이야기다. 시인 서효인은 인생을 야구로 논한다. 논하는게 아니라 이야기 한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그냥 읽어선 좀처럼 이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끝까지 다 읽었다. 그런데 확실히 흥미롭다. 사직구장에 가서 직접 눈으로 경기를 지켜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뜨거운 야구장의 열기가 느껴졌다. 서효인 시인의 유년 시절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기둥에 묶인 채 라디오를 듣는 어린 사내 아이. 그 옆에 놓여 있는 요강. 아이는 요강을 바라보며 야구장을 떠올리고 있다. 참 재밌는 광경이다.

 

왠지 이 책이라면 세상과 꿈 사이에 끼어든 악재들의 농락에도 당당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글러브가 내 등판을 살짝 터치하기 전에 어깨 넓이로 벌어진 상태 선수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홈네트를 향해 슬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꼴이 아무리 우습게 보여도 당당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래도 저래도 손님한테 욕 먹고 코웃음 들을 바에야 차라리 그게 낫다. 1%의 확률만 있다면 사력을 다해 슬라이딩 하자. 그건 나를 살리는 일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질 나쁜 사람들과 시샘하는 이들의 태그를 요리조리 피하고, 그들을 골탕먹이며 시원하게 슬라이딩 하자. 런다운 하자. 옷은 좀 더러워지고 팔꿈치나 무릎이 바닥에 긁혀 조금 쓰리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나를 응원'하고 있으니까.

 

밤에서 아침으로 슬라이딩하면서 나는 꼭 아웃당하는 기분이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저 그런 일로는 그저 그런 대학의 등록금 내기도 빠듯했다. 더러워진, 내가 입은 유니폼이 나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 얼룩들은 이상하게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쨌거나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줬던가. 내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서 끝내 응원할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었다. 나는 죽지 않고 태그를 피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동작은 반짝이게 마련이다. 유니폼은 더러워지겠지만, 뭐 어떤가. 

 

그런 반짝반짝한 더러움을 '런다운'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야구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지만 참 정감간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전라도인 특유의 구수하고 정감가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가라, 서효인. 그리고 나도 함께 간다. 당신은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부터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까지, 나는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에서 앞으로 나아갈 그곳까지. 우리 함께 격려하며 화이팅 하자. 노란 막대 풍선 가득 불었던 바람이 빠지면 다시 팽팽해 질 때까지 바람을 불어 넣고 힘차게 응원하자. 맥주캔 부딪히며, 힘차게 즐겨 보자. 이 인생을.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야구, 몰라요"가 아닌 "됐쓰요."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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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높새바람 27
정승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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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언제나 나 혼자 힘들고 아팠다. 늘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다. 나만 힘들고, 나만 아프고, 나만 괴롭고, 나만 불공정하고. 하지만 직접 돈 벌며 살아보니 이 세상이 참 불공정 하구나, 싶었다. 나만 아픈게 아니라 모두가 아픈거구나. 그런데 웃긴건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힘들면 남 탓을 하게 된다. 좋은 건 내 덕이고 나쁜 건 남 탓 하는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가만 보면 너무 분하고, 어처구니 없고,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런 쓰디쓴 세상 속에서도 제 힘으로 잘 버티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어찌 보면 그 어린 것들은 제 스스로 만든 상황이라기 보다는 이미 먼저 앞서나간 이들이 다져 놓은 잘못된 길 위에서 발을 헛딛여 흙탕물에 구르고, 나뭇가지에 긁히고, 가시 덩굴에 휘감겨 괴로워하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도움을 기다리기 보다는 제 스스로 갖은 고난을 이겨낸다. 그 모습을 보니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난 몸만 자랐지 생각이 자라지 않았다는 생각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도 제 스스로 생각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데 '나는 여지껏 어떻게 살아 왔지?' 싶다. 나는 지금부터 심지가 곧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성장하는 일곱 아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나이는 제각각 다르지만 참 생각이 바르고 올곧은 아이들이라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목차

1.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

2.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3. 다시 시작하는 내 인생

4. 장수하늘소에게 말걸기

5. 소금기둥

6. 우리는 섬에서 살아

7. 일곱살짜리 우리 형

 

어른들이 만든 환경 속 상처 받는 아이들

 뜻하지 않았던 상황이나 의도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상처이고 곤란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를 보면 선생님은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아이들에게 집에서 보는 신문을 모아 오라는 숙제를 내 준다. 나무네 집도 처음엔 '보편적으로 신문을 구독하는 집'이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판도가 뒤바꼈다. 돈을 아껴야 한다며 쓸데 없이 나가는 돈을 모두 막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무네 집은 더이상 신문을 볼 수 없었고, 결국 나무는 폐지를 모으기로 한다. 나무는 폐지를 구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선생님과 부모님을 원망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에서 현우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 간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현우의 부모님은 돈이 없어 병원을 전전하다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현우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던 것이다. 외로운 현우에겐 광모라는 친구가 있지만, 이 둘은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다. 만복 복덕방의 '만복' 할아버지와 대길 복덕박의 '대길' 할아버지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우와 광모의 사이도 언제나 티격태격이다. 서로 물고 뜯고, 복덕방 일로 싸우고 토라지고를 반복한다.

 

 「다시 시작하는 내 인생」의 난툼은 김태경으로 살았던 시절, 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든 짐을 떠맡아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가장이라는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해 불우한 인생을 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고, 「장수하늘소에게 말걸기」의 새미는 진보하는 세상 속에서 허영심에 가득찬 아이들의 욕구를 즉시 해결해주는 어른의 힘을 받은 채은이 때문에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은 조바심으로 가득찬 내면의 '새미'와 다투게 되고, 「소금기둥」의 수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 남아선호사상을 외치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고개 숙인 엄마의 모습에 넌덜머리를 느낀다. 「우리는 섬에서 살아」의 은기와 억만은 어른들이 아파트를 지을 때 차별을 둔 '임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깊은 상처를 받고, 「일곱살짜리 우리 형」의 '나'는 형인 박모래알을 잃어 버린 책임을 묻기라도 하는 듯 차가운 질책의 시선을 던지는 엄마의 태도에 상처 받아 성격이 삐딱해졌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려질 준비가 된 새하얀 도화지 같다. 그 위에 어떤 밑그림을 그려주느냐에 따라 성격과 유형, 채색 방법, 느낌이 달라지 듯 아이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반응을 보인다. 아이들은 녹록치 않아 보이는 환경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사고하고, 외로워하고, 반항하고, 성장한다. 그래서 대견하다. 좌절하지 않고 대항하고 성장하는 것.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현실'이라는 바탕 위에 자신만의 색과 스타일을 가지고 다양한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에 수록된 일곱 편의 글 중 하나인 「장수하늘소에게 말걸기」를 예로 들면,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속된 말로 '한 물 간'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새미가 놀림감이 되고, 조바심이 생기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급변하는 IT시장과 사람들의 소비 형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IT시장에는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버전의 IT기계가 출시 되고, 기획 되고, 프로모션 된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트랜드로 떠오른 제품을 구입하게 되고, 그런 문화들이 확산되어 모든 사람들이 신제품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고수준의 보편그룹'에 들지 못한 이들은 그만한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최신식 핸드폰을 가지고 싶다는 유혹. 타의에 의해 시끄럽게 울어대는 핸드폰을 들고 열람실 밖으로 나가 핸드폰 주인을 찾으러 다니며 유혹을 받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는 이런 일곱 명의 아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준다.

 

 

아이들이 겪는 저마다의 성장통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똑같이 신생아에서 시작해 어린아이로 자라나 청소년이 되고, 청년을 지나 어른으로 성장한다. 각각의 시기에는 '성장통'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성장통이라는 것은 육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도 있다. 간단히 말해 개인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오랜 시간에 거쳐 품고 있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그 해답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이 변하는 것이다. 이 성장통이라는 것은 시기별로 겪게 되는데 키가 자라려고 할 때면 무릎과 발목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잦은 트러블에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 세우고 있다가 그간 쌓였던 울분을 한 번에 터트리는 등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될 때가 많다.

 

 내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는 작품, 「일곱살짜리 우리 형」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나'에겐 문제가 하나 있다. 형 나이 일곱 살, 자신의 나이 두 살 때 보러 간 마술쇼장에서 두 살이었던 '나'가 우는 바람에 엄마는 형인 박모래알에게서 눈을 땠고, 쇼가 끝나고 시작된 이벤트로 소란해진 사이 아버지는 형의 손목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나'의 형 박모래알은 실종 되었고, 남아 있는 것이라곤 일곱살의 모습을 한 형의 사진 뿐이다. 형에 대한 기억도 없고 정보도 없는 '나'에게 매년 8월 13일, 무료배급을 하는 대학로를 찾아 온 가족이 박모래알을 찾는 일은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은 지겨운 일이었다. 심지어 자신을 "외동 아들"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나'는 형의 존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얼굴도 모르고, 형에 대한 기억도 없으니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부모. 11년 전 잃어버린 형에게는 헌신을 다 하는 것과 달리 '나'에게는 신경도 써주지 않고 무심하게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 '나'에겐 할머니의 무릎이 가장 안정적이고 포근한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전부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들을 잃어 버린 부모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이 있는데 11년 전에 잃어버려 소식 조차 알 수 없는 형에게만 관심을 쏟으며 현신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의 모습에 공감하지 못한다. 오직 대학로에 가기 싫고, 이 지겨운 일을 그만 두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구아나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가 키우고 있던 이구아나는 허름한 철창에 이구아나를 넣고 기르고 있었는데, 8월 13일에 온 가족이 모여 형을 찾으로 대학로를 돌고 집에 돌아와보니 문이 모두 열려 있었고 이구아나도 철창에 없었던 것. '나'는 이구아나가 집에 돌아오지는 않을까, 나무 밑에서 추워서 떨고 있지는 않을까, 밥은 먹었을까, 춥진 않을까,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이구아나를 찾기 위해 엄마가 누워 눈물을 쏟아 내는 안방 앞을 지나쳐 오는 장면에서 엄마가 한탄하는 소리와 이구아나를 걱정하는 '나'가 내뱉는 말이 점점 유사해지면서 상실로 인한 공감과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통과의례 후 암시적 해피엔딩

 아이들은 성장통을 치루고 난 뒤에 저마다 알게 모르게 성장 했고, 형태는 다르지만 암시적인 해피엔딩을 맞이 했음을 독자들은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의 엔딩은 참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결말이지 않을 수 없다. 넝마주의라고 할아버지를 비난하고 상처를 안겨주었던 나무는 마지막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폐지를 모아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할아버지를 위해 그 동안 꼬박 모은 돼지 저금통을 깨서 파란 양말 한 켤레를 사 문구점에서 산 종이 봉투에 넣어 선물을 해 드렸다. 날이 아직 추우니 양말 신고 다니시라는 나무의 걱정이 담긴 선물이었다. 원래는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종이를 팔아 모은 돈으로 할아버지를 도와달라고 부탁 했으나 이미 도와줄 곳이 정해져서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고 개인적으로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이 팍팍한 세상 속에 나무와 같은 동심과 배려, 따뜻한 마음은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인터넷 기사에서 보았던 어떤 어린 아이의 벽보가 생각 난다. 아파트에 이사 왔다며 엘리베이터에 붙여 놓았던 정성스럽게 만든 벽보. 그리고 그 주변에 포스트잇으로 쓰여진 아파트 주민들의 환영 인사. 서로 담 쌓고 서로 모르는 척 살아오며 얄팍한 인심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따뜻한 바람을 훅, 불어 주는 어린 아이들의 동심과 용기가 참 보기 좋다. 나무의 그 따뜻한 배려도, 바라지도 않던 동생의 탄생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모유를 배달해주며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기를 되찾아가는 아기의 모습과 '언니'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에 묘한 감정을 느끼는 수지의 모습. 이런 모습들이 다소 험난했던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아이들의 다소 화목하고 훈훈한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따뜻함과 훈훈함이 남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이 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서평단에 선정 되어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에서 제공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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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이다 - 감독으로 말할 수 없었던 못다한 인생 이야기
김성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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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말 못할 어려움이 있다. 그룹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통솔하고 이끌어나갈 위치, 즉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에 맞는 무게와 행동, 통솔력을 갖추고 있는데 다른이를 통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냉철해보이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리더들에게도 겉으로 표현하지만 않았지 저마다 속앓이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해준 것이 바로 전 SK감독 김성근의 자서전인 『김성근이다』다.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사람을 통솔하고 이끌어가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은 공정한 통솔일 것이다. 목표를 향해 개성있는 개인들을 다독이고 꾸짖기도 하면서 그들을 보듬어 함께 위로 이끌어 올리는 것. 성공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당장에라도 많은 인원을 이끌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상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통솔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팀원'이 아닌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 이름이 주는 중압감과 책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리더란 과연 무엇일까?

 

 

 

신뢰를 보여주는 리더, 신뢰를 받는 리더

리더(Leader)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이나 단체 따위에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리더의 유형은 총 5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계급으로 억압하고 지배하는 장비형 리더이다. 팀원과의 인간관계를 이용하는 허욕의 리더이며, 리더가 성공하여 인정 받는 성과의 리더, 부하를 양성하여 성공시키는 인재양성형 리더, 성품이 좋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유비형 리더가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훌륭한 리더'라고 부를 수 있는 리더는 과연 어떤 리더일까? 아무래도 인재양성형 리더가 가장 이상적인 리더가 아닐까? 대부분 성공한 CEO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팀원들의 성과관리를 도와주며 인력을 양성해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기회를 제공했다는 말을 읽을 수 있다. 김성근 감독도 팀원의 능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재양성형 리더에 속한다.

 

경쟁의 기본은 공평함이다. 공평함 속에서 이기는 거다. 그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팀의 밸런스도 공평함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것이 조직이 흘러가는 힘이다. 안치용이 홈런을 쳤지만, 수비가 나빠서 안 쓸지도 모른다. 조동화나 김강민은 수비가 된다. 선수들의 경쟁 속에서 그때 그때 경기에 맞게 내보낸다. 그러다 보면 선수들도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나아지려고 발버둥을 친다. 나는 선수를 이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김재현의 컨디션이 나쁘면 안 쓴다. 박재홍도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무조건 쓰거나 하지 않았다.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순간이라도 소홀하게 야구를 대하거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로 야구를 하는 선수는 다음 번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이전의 결과는 말 그대로 이전일 뿐이다. 현재의 상황 속에서 가장 맞는 사람, 그 사람이 그 순간에는 최고다. 프로 야구는 이겨야 되니까, 이기기 위해서 팀이 모인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박재홍이, 과거의 김재현이 잘했어도 안 쓸 수 있다.

pp. 90~92.

그는 엄격하다. 그만큼 엄했고 외로웠다. 김성근은 외로움의 대표주자였고, 성공한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선수들을 강하게 키웠다. 훈련도 빡세게 돌렸다. 스스로도 자신의 훈련이 얼마나 빡센지 알고 있을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엄격한 규정과 훈련은 선수들에게 독이되긴 커녕 오히려 약이 되었다. 다른 구단에서 뛰지 못할거라 말하던 선수들도 김성근 감독 밑에서 몇 년을 더 뛰며 선수 생활을 했다. 마운드 위에 올라가 신나게 뛰었다. 은퇴 무대에서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화려한 막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준 것도 김성근이었다. 그는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면 사적인 감정 때문에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외롭게 지내며 선수들을 이끌었지만 그만큼 신뢰가 있었다. 그는 선수들을 믿었고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엄격한 아버지인 김성근 감독을 믿었다. 이들 사이에 높은 신뢰가 있었기에 잦은 풍파 앞에도 끄떡 없었던 것이다.

 

윗 사람과 아랫 사람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지 않나, 싶다. 리더는 팀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개인의 능력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분석 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켜 팀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계획하고 지시한다. 그 모든 일을 총 감독하는 것이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능력이나 카리스마, 인간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믿음 역시 요구 된다. 자신들의 맡은 팀원들을 믿을 수 있는가? 팀원들이 그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모든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김성근 감독이 리더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

 

그는 믿을 줄 아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은퇴한 신윤호 투수와 얽힌 일화다. 150km의 빠른 공을 갖고 있었지만 제구력이 문제였던 신윤호 투수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과는 2011년 LG 감독 시절에 처음 만났는데 1군 감독 대행을 하며 1군으로 불려 2001년 시즌 15승 18세이브로 멋지게 활약했다. 김성근 감독은 신윤호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해도 바꾸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벤치에 들어오면 "너 고개 숙일 필요 없다"고 말하고, 다음 경기에서 또 신윤호를 썼다. 벤치에 앉은 자신의 눈치를 봐도 표정 변화 없이 지켜보며 질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게 전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윤호 선수가 변하기 시작했다. 감독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줄어들면서 매 순간 던지는 공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집중력이 늘자 제구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전까지 신윤호가 실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그의 빠르고 묵직한 공을 보고 "던지고 싶은 대로 던져라. 아무도 못 친다"라고 말했던 다른 감독들이 막상 경기에서 난타를 당하면 2군으로 내려보냈던 일이 반복되다보니 신윤호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김성근 감독은 신윤호를 믿어 주었다. 신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윤호도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일 또한 쉽지 않다. 회사생활에서도 믿음과 기다림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직장인 백서나 직장인 멘토링 도서를 읽으면 많이 발견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게 속 편하다'는 이유로 모든 업무를 혼자서 처리한다는 부분이었다. 이런 일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동기나 선후배 사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데 이것은 믿음과 기다림에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즉,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맡기지 못하는 것이다. 일을 맡겼다 하더라도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불안으로 초조함이 생겨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일감을 뺏어와 끌어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동료와의 관계도 소원해 질 것이고, 스스로는 여가 시간도 반납해야 할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만약 당신이 선배라면 후배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꼴이 된다. 상대를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친구든 부모든, 선생님이든, 팀장이든, 사장이든, 누구든. 아무리 그 상대가 일을 못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실수를 거듭하며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북이 같이 살자

김성근 감독은 항상 느리게 살았다. 천부적인 재능도 있었지만 그는 재능만 믿고 설쳐대기 보다 꾸준히 노력해 실력을 쌓았다. 실력과 재능이 함께하니 그는 더욱 빛을 발했다. 가쓰라 고등학교에 진학해 1학년 때 투수를 맡은 그는 밤 늦도록 강가에 앉아 돌맹이를 던지는 훈련을 했다. 그 당시에는 마땅한 훈련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력을 인정 받은 그는 경기에 설 수 있게 되었다.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칠 수는 있었지만 발이 느려 계속 아웃 되는게 문제였던 그는 내리막길을 달리거나 새벽에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전거를 서서 몰았다. 다리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문제에 부딪히면 항상 극복해내려고 다분히 노력했다. 그는 노력파였다. 빠른 지름길은 아니었지만 느리면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답안이었다. 그는 거북이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거북이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북이는 뒷걸음질을 하지 못한다. 묵묵히 앞으로만 나아간다. 사람도 일단 결심을 하면 옆을 보거나 윗걸음치지 않아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렵다고 포기하고, 힘들다고 피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재주 부리면서 요령 피우는 사람들도 있다. 토끼처럼 사는 사람들이다. 토끼는 어려움이 있을 때 재빠르게 뛰어서 도망가버린다. 거짓말하고, 요령 피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거북이는 다르다. 거북이는 위기를 만나면 머리와 두 손, 두 발을 제 몸 안으로 깊숙이 웅크린다. 사람도 그렇게 해야 한다. 모든 질문을 자신한테 던지면서 가만히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묵묵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 속에 인내도 있고 답도 있다.

p. 199.

그의 말이 맞다. 토끼 같이 살면 순간적인 위험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성장이 없다. 신뢰가 없다. 요령으로 작은 위험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몰라도 큰 위험에 닥치면 결국 꺾여버리고 만다.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거북이는 다르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한다. 당장은 어려워도 시간이 지나면 신뢰를 받는다. 요령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내 이겨낸다. 성공한다. 거북이과 같은 삶이 그 사람을 위로 이끌어 올려주는 것이다. 이런 거북이과 같은 삶과 노력하는 삶은 김성근 감독의 어린 시절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그린다. 그게 습관이 됐다.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했다. 프로 야구 감독이 되면서도 늘 결과로 말하고 책임을 져야 하니까 어떻게든 결과를 내기 위해서 악착같이 해오지 않았나 싶다. 현실이 최악이면 나는 그것보다 최악을 가정한다. 거기서부터 계획을 짠다. 거의 모든 것을 재창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43.

그가 움직일 수 있었던 원동력도 어린 시절이 아닌가 싶다. 가난하게 살았던 그의 유년 시절이 그가 움직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사람들은 항상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다. 그것을 두려워하느라 앞으로 제대로 나아가질 못한다. 결국 뒤로 물러나기만 반복한다. 그러다보니 일은 점점 늦어만지고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악순환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 사람은 다르다. 그것을 염두해 계획을 짜고 실행한다. 따라서 실천하기엔 참으로 어렵지만 항상 이 점을 염두해두면 어떠한 위기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요령으로 위기를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근 감독에게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가 화려한 실적을 올리던 시절,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더 이상 SK가 이기는 건 보고 싶지 않다"던 냉담한 반응에 상처 받은 적도 있었고, 감독 자리에서 짤릴 때도 힘들어 했었다. 자신의 판단 미스로 이기던 게임에서 지게 되었을 때는 하루 종일 넋을 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가 바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야구 바보다. 머리 속에 야구 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야구'에 대한 생각에 넘어진 적도 있었다. 운전도 안 한다. 야구 생각을 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에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야구에 대한 생각 뿐이다. 그 점이 무섭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다. 그 한결 같음이 참 부럽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에게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배우는게 좋다.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읽고 그것을 내것으로 만드는게 참으로 좋다.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기 때문에 받아 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받아 들이는 것이라 더욱 그렇다.

 

 

 +  해당 도서는 다산북스 신간 체험단 활동을 통해 다산북스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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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1초, 2초, 3초. 한 명이 굶어 죽었어요." 2009년 그녀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MC 강호동에게 한 말이다. 방송에 나와서 그녀가 한 말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믿기지 않았다. 장난을 걸듯이 하지만 진지하게 "1초, 2초, 3초. 방금 한 명이 죽었어요."라고 말하던 그녀, 한비야.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던 내가 이미 중반을 달리고 있는 무릎팍도사를 멍하니 보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이 때부터였다. 이름만 들어봤지 관심조차 없었던 그녀인데도, 방송에 출연한 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어? 한비야다!"라고 외치며 TV 앞에 다가가 앉았던 지난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그리고 내 책상 책꽂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혀 있는 그녀의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도. 내게 끝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주었고 도전 의식을 불태우게 만들었던 고등학교 3년 동안의 멘토이자 지금도 내 가슴 한켠에 멘토로 자리 잡고 있는 前 월드비전 긴급 구호 팀장이자 現 UN 중앙 긴급 대응 기금 자문위원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어린이 버전으로 재출간 되었다는 소식만큼 기쁘고, 주위에 알려주고 싶어 안달날 만한 것은 없다.

 


 

이 책에는 한비야씨가 국제NGO에서 긴급 구호 팀장으로 활동할 당시 겪었던 일들과 목격했던 긴급구호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고스라니 담겨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했던 이야기, 전해 들었지만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지는 이야기,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 여겨졌던 이야기, 공감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두 눈으로 직접 읽고, 책에 실린 사진과 김무연씨의 그림을 봄으로써 지구 곳곳에 만연한 비극적인 현실을 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만 바라보고 이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IT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현 상황에서 지구촌 사회를 넘어 SNS를 통한 실시간 스마트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이고,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에는 각 나라별로 모든 문화, 경제, 정치와 같은 사회 전반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어서 작은 균열에도 쉽게 휘청거릴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가 급변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범세계적인 국민 의식이다. 주어진 정보를 보고 자신들이 스스로 깨달아 행동할 수 있는 성년의 경우엔 걱정이 별로 없지만, 목말라 하면서도 물이 어디있는지 몰라 마시지 못하는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가듯이 스스로 깨닫기 힘든 어린아이들에겐 적절한 교육을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자극해줘도 금방 깨닫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갈 경제적인 방법을 따져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양식이자 미래인 아이들에게 세계에 대하여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고안해야 한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줄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아이들에게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특히나 지구 반대편에 일어나고 있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잔혹한 현실(먹을 것이 없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심지어 독초를 먹어야 하는 긴급구호지역의 상황)을 직면함으로써 아이의 자립은 물론, 선진화된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잔혹한 현실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눈을 뜰 것이고, 코 묻은 자신의 돈을 꼬박꼬박 모아 자신보다 못 살고, 못 먹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써야 한다며 두둑히 차오른 돼지저금통을 깨부술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불쌍하군.', '우리나라에도 불쌍한 아이들이 많은데 무슨 후원?'이라며 갖은 변명과 핑계, 씹을 거리들을 찾아 도움을 미룰지라도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리고 한비야씨의 긴급구조현장에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와 그녀만의 생각은 아이들의 사고를 증진시켜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로서 아이가 나아가야 할 바른 길을 가르쳐줄 것이다.

 

솔직히 밝히자면 나는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을 읽히면 될텐데 굳이 어린이를 위한다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출간을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에서도 그렇지만, 타겟에 어울리지 않는 문체의 사용으로 오히려 혼동을 주는 책을 몇 번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것 다 재쳐두고서라도 나의 후배들에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한 가지 고르라면 한비야씨의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지 않았다면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어보길 권장하고 싶다. 기존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큰 차이는 없지만 책이 2권으로 구성되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사진과 그림이 많이 사용되어 이해가 편하다는 점, 부가적인 설명과 수평적인 레이아웃으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가지 것들이 독서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나아가 책에 실린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 중 영양실조로 거의 죽어가던 아이에게 2시간 간격으로 미음과도 같은 영양죽을 돌아가며 먹인 끝에 아이가 힘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가슴이 찡하다. 그 아이의 총기 어린 눈빛을 직접 마주한 한비야씨는 어땠겠는가? 그리고 마을에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굶주림을 이겨내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을 구할 것이 아니라 마을을 재건해야 한다.'던 본문의 내용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해외의 원조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월드비전 내에서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지원국으로 발전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당시 다른 나라의 코흘리개 아이들의 코 묻은 돈과 해외 할머니들의 쌈짓돈으로 생활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와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조금만 나누어 주어야 할 때다.

 

 

 이 포스트는 '푸른숲주니어 모니터원 4기' 활동 중 제공 받은 12월 평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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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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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2초, 3초. 한 명이 굶어 죽었어요." 2009년 그녀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MC 강호동에게 한 말이다. 방송에 나와서 그녀가 한 말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믿기지 않았다. 장난을 걸듯이 하지만 진지하게 "1초, 2초, 3초. 방금 한 명이 죽었어요."라고 말하던 그녀, 한비야.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던 내가 이미 중반을 달리고 있는 무릎팍도사를 멍하니 보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이 때부터였다. 이름만 들어봤지 관심조차 없었던 그녀인데도, 방송에 출연한 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어? 한비야다!"라고 외치며 TV 앞에 다가가 앉았던 지난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그리고 내 책상 책꽂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혀 있는 그녀의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도. 내게 끝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주었고 도전 의식을 불태우게 만들었던 고등학교 3년 동안의 멘토이자 지금도 내 가슴 한켠에 멘토로 자리 잡고 있는 前 월드비전 긴급 구호 팀장이자 現 UN 중앙 긴급 대응 기금 자문위원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어린이 버전으로 재출간 되었다는 소식만큼 기쁘고, 주위에 알려주고 싶어 안달날 만한 것은 없다.

 


 

이 책에는 한비야씨가 국제NGO에서 긴급 구호 팀장으로 활동할 당시 겪었던 일들과 목격했던 긴급구호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고스라니 담겨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했던 이야기, 전해 들었지만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지는 이야기,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 여겨졌던 이야기, 공감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두 눈으로 직접 읽고, 책에 실린 사진과 김무연씨의 그림을 봄으로써 지구 곳곳에 만연한 비극적인 현실을 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만 바라보고 이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IT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현 상황에서 지구촌 사회를 넘어 SNS를 통한 실시간 스마트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이고,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에는 각 나라별로 모든 문화, 경제, 정치와 같은 사회 전반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어서 작은 균열에도 쉽게 휘청거릴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가 급변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범세계적인 국민 의식이다. 주어진 정보를 보고 자신들이 스스로 깨달아 행동할 수 있는 성년의 경우엔 걱정이 별로 없지만, 목말라 하면서도 물이 어디있는지 몰라 마시지 못하는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가듯이 스스로 깨닫기 힘든 어린아이들에겐 적절한 교육을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자극해줘도 금방 깨닫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갈 경제적인 방법을 따져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양식이자 미래인 아이들에게 세계에 대하여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고안해야 한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줄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아이들에게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특히나 지구 반대편에 일어나고 있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잔혹한 현실(먹을 것이 없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심지어 독초를 먹어야 하는 긴급구호지역의 상황)을 직면함으로써 아이의 자립은 물론, 선진화된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잔혹한 현실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눈을 뜰 것이고, 코 묻은 자신의 돈을 꼬박꼬박 모아 자신보다 못 살고, 못 먹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써야 한다며 두둑히 차오른 돼지저금통을 깨부술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불쌍하군.', '우리나라에도 불쌍한 아이들이 많은데 무슨 후원?'이라며 갖은 변명과 핑계, 씹을 거리들을 찾아 도움을 미룰지라도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리고 한비야씨의 긴급구조현장에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와 그녀만의 생각은 아이들의 사고를 증진시켜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로서 아이가 나아가야 할 바른 길을 가르쳐줄 것이다.

 

솔직히 밝히자면 나는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을 읽히면 될텐데 굳이 어린이를 위한다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출간을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에서도 그렇지만, 타겟에 어울리지 않는 문체의 사용으로 오히려 혼동을 주는 책을 몇 번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것 다 재쳐두고서라도 나의 후배들에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한 가지 고르라면 한비야씨의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지 않았다면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어보길 권장하고 싶다. 기존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큰 차이는 없지만 책이 2권으로 구성되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사진과 그림이 많이 사용되어 이해가 편하다는 점, 부가적인 설명과 수평적인 레이아웃으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가지 것들이 독서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나아가 책에 실린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 중 영양실조로 거의 죽어가던 아이에게 2시간 간격으로 미음과도 같은 영양죽을 돌아가며 먹인 끝에 아이가 힘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가슴이 찡하다. 그 아이의 총기 어린 눈빛을 직접 마주한 한비야씨는 어땠겠는가? 그리고 마을에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굶주림을 이겨내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을 구할 것이 아니라 마을을 재건해야 한다.'던 본문의 내용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해외의 원조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월드비전 내에서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지원국으로 발전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당시 다른 나라의 코흘리개 아이들의 코 묻은 돈과 해외 할머니들의 쌈짓돈으로 생활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와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조금만 나누어 주어야 할 때다.

 

 

 이 포스트는 '푸른숲주니어 모니터원 4기' 활동 중 제공 받은 12월 평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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