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1초, 2초, 3초. 한 명이 굶어 죽었어요." 2009년 그녀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MC 강호동에게 한 말이다. 방송에 나와서 그녀가 한 말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믿기지 않았다. 장난을 걸듯이 하지만 진지하게 "1초, 2초, 3초. 방금 한 명이 죽었어요."라고 말하던 그녀, 한비야.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던 내가 이미 중반을 달리고 있는 무릎팍도사를 멍하니 보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이 때부터였다. 이름만 들어봤지 관심조차 없었던 그녀인데도, 방송에 출연한 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어? 한비야다!"라고 외치며 TV 앞에 다가가 앉았던 지난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그리고 내 책상 책꽂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혀 있는 그녀의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도. 내게 끝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주었고 도전 의식을 불태우게 만들었던 고등학교 3년 동안의 멘토이자 지금도 내 가슴 한켠에 멘토로 자리 잡고 있는 前 월드비전 긴급 구호 팀장이자 現 UN 중앙 긴급 대응 기금 자문위원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어린이 버전으로 재출간 되었다는 소식만큼 기쁘고, 주위에 알려주고 싶어 안달날 만한 것은 없다.

 


 

이 책에는 한비야씨가 국제NGO에서 긴급 구호 팀장으로 활동할 당시 겪었던 일들과 목격했던 긴급구호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고스라니 담겨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했던 이야기, 전해 들었지만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지는 이야기,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 여겨졌던 이야기, 공감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두 눈으로 직접 읽고, 책에 실린 사진과 김무연씨의 그림을 봄으로써 지구 곳곳에 만연한 비극적인 현실을 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만 바라보고 이해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IT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현 상황에서 지구촌 사회를 넘어 SNS를 통한 실시간 스마트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이고,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에는 각 나라별로 모든 문화, 경제, 정치와 같은 사회 전반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어서 작은 균열에도 쉽게 휘청거릴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가 급변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범세계적인 국민 의식이다. 주어진 정보를 보고 자신들이 스스로 깨달아 행동할 수 있는 성년의 경우엔 걱정이 별로 없지만, 목말라 하면서도 물이 어디있는지 몰라 마시지 못하는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가듯이 스스로 깨닫기 힘든 어린아이들에겐 적절한 교육을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자극해줘도 금방 깨닫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갈 경제적인 방법을 따져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양식이자 미래인 아이들에게 세계에 대하여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고안해야 한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줄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아이들에게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특히나 지구 반대편에 일어나고 있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잔혹한 현실(먹을 것이 없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심지어 독초를 먹어야 하는 긴급구호지역의 상황)을 직면함으로써 아이의 자립은 물론, 선진화된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잔혹한 현실이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눈을 뜰 것이고, 코 묻은 자신의 돈을 꼬박꼬박 모아 자신보다 못 살고, 못 먹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써야 한다며 두둑히 차오른 돼지저금통을 깨부술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불쌍하군.', '우리나라에도 불쌍한 아이들이 많은데 무슨 후원?'이라며 갖은 변명과 핑계, 씹을 거리들을 찾아 도움을 미룰지라도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리고 한비야씨의 긴급구조현장에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와 그녀만의 생각은 아이들의 사고를 증진시켜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로서 아이가 나아가야 할 바른 길을 가르쳐줄 것이다.

 

솔직히 밝히자면 나는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을 읽히면 될텐데 굳이 어린이를 위한다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출간을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에서도 그렇지만, 타겟에 어울리지 않는 문체의 사용으로 오히려 혼동을 주는 책을 몇 번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것 다 재쳐두고서라도 나의 후배들에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한 가지 고르라면 한비야씨의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지 않았다면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어보길 권장하고 싶다. 기존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큰 차이는 없지만 책이 2권으로 구성되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사진과 그림이 많이 사용되어 이해가 편하다는 점, 부가적인 설명과 수평적인 레이아웃으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가지 것들이 독서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나아가 책에 실린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 중 영양실조로 거의 죽어가던 아이에게 2시간 간격으로 미음과도 같은 영양죽을 돌아가며 먹인 끝에 아이가 힘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가슴이 찡하다. 그 아이의 총기 어린 눈빛을 직접 마주한 한비야씨는 어땠겠는가? 그리고 마을에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굶주림을 이겨내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을 구할 것이 아니라 마을을 재건해야 한다.'던 본문의 내용이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해외의 원조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월드비전 내에서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지원국으로 발전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당시 다른 나라의 코흘리개 아이들의 코 묻은 돈과 해외 할머니들의 쌈짓돈으로 생활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와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조금만 나누어 주어야 할 때다.

 

 

 이 포스트는 '푸른숲주니어 모니터원 4기' 활동 중 제공 받은 12월 평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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