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을 이토록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내면을 충격한 에너지의 크기가 극한치에 달했다는 뜻이리라.감정 과잉의 세상에서 참으로 ‘반듯한‘ 글을 발견했다.
지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푸른색 아이메시지 속에서 나는 내가 사랑했던 모국어의 단어 하나를 영원히 잃었음을 알게 되었다. - P182
책을 읽다가 이건 뭐지? 하는 부분이 나오면 더이상 진도를 뺄수가 없다. 시간 전쟁이란 것이 먼 미래에 시간의 실타래를 엮고 관리하는 에이전시가 있어 시간 가닥이 다른 시간 가닥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른 시간 가닥의 동일 시간대 사람들을 없애야 하는 임무를 레드라는 존재에게 맡긴다. 다중우주(시간대)의 패러독스를 막겠다는 뜻이었을까? 뭐 여튼..이 과정에서 나를 막은 단어들이 부패한 시체, 재가 된 편지..이런 단어들이다..테넷의 경우, 원통처럼 돌아버린 시간은 시체의 흔적을, 편지가 타서 남겨진 재를 없앤다. 즉, 존재가 없어지면 시간도 없어지는 것인데..여기선 남는다. n차원의 세계를 상정하고 다중우주의 모습을 그리자는 것이었는지, 하나의 세계속에서 다중시간의 흐름이 존재함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이해의 기초가 흔들리니 재미를...알수가 없다.
첫장부터..음..시적인 문체에 당황했다. 최근에 읽은 누군가의 견해에 따르면 잔뜩 겉멋이 들어가 온갖 허세로 치장한...만만하게 드라마로 읽히지 않을 듯하단 느낌이 들었다가 넷플릭스의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리즈가 떠올랐다. 결국 이런 구조란 말이지...테넷이란 영화를 보면서 그 원통형 시간흐름의 표현에서 허점을 찾아내려 오감을 잔뜩 기울이는 경험을 했는데..여기선 조금 안일하다 싶은 부분들이 쉽게 읽히는 것을 보면, 각잡고 근거 자료 빵빵하게 쌓아놓은 다음에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사변소설 쪽은 아니라는 느낌..2000년대 초반 천리안 무협방에서 밤새는줄 모르고 ‘맹모살수‘역할을 했던 때가 생각나 잠시 추억에 잠김!엄브렐러 아카데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