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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ㅣ 강석기의 과학카페 3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은 지은이가 '과학동아 데일리'를 비롯한 여러 곳에 썼던 글을 모은 것이다. 글을 쓸 당시 따끈따끈하게 발표되었던 (그리고 현재에도 온기가 남아 있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자세히 풀어 소개하는 글이 대부분이며, 서평과 취재 기사, 그리고 칼럼이 곁들여져 있다.
문학으로 말하면 꼼꼼한 평론집같다. 예술에는 평론가가 꼭 필요한데, 누군가 대중의 이해와 취향을 앞서 나가는 예술가의 작품을 성실하게 찾아보고, 좋은 작품을 발굴하여 대중에게 설명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 역시 이해하기 어려움에 불구하고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도 평론가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깊은 안목과 성실함으로 최신 연구를 취재하였고 흥미롭고 유익한 결과를 추려 보여주었다.
꽉 찬 내용에 비하면 책이 두껍거나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약물의 재활용, 모유의 배신, 알레르기의 위생 가설 반박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연구결과이며, 동물의 색이나 규칙성의 공푸에 대한 글도 신기했다. 이 모두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글이었다. 폐경 이유에 대한 연구나 보름달이 뜬 날에는 잠이 안온다는 연구 결과는 조금 더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으며, 재밌는 논의의 '꺼리'를 제공한다. 수학에 대한 글을 보면 지은이는 이 분야에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오히려 상당히 알기 쉽게 잘 설명한듯 하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었던 것은 DNA의 쓰레기 서열에 대해 얼마나 더 알게 되었나와, 신종 독감에 대한 설명인데, 이 부분은 조금 설명이 더 길었으면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메리트는 정확성이다. 과학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 칼럼니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가지고 우리에게 최신 연구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글이 거의 없다. 신문에서 볼 수 있는 피상적인 기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 전공자의 눈으로 분석하여 한 번 이해를 거친 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한다. 기사 뒤에는 참고문헌을 제시하여 원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은 최신 연구 결과가 많고 때로 전문적이기도 하므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비슷한 작업을 한 3번째 결과물인데, 앞의 두 권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읽고 나서 이런 만만치 않은 소재를 가지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살펴보면, 지은이의 전략은 비유를 남용하여 잘못된 이해로 흘러가는 것을 최소화하, 정확성과 명쾌함을 잃지 않는 것을 택한 것 같다. 다루는 내용 자체가 어쩔 수 없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썼으나, 핵심에 다가가려면 읽는이가 조금 더 성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고집이 있으나, 모든 글의 도입부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충분히 동기를 유발한다. 따라서 딱딱할 수도 있는 본문에 다다르기까지 마음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큰 맥락에서 연구를 보여주기 때문에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의 친절함이 비결이 아닌가 한다.
* 이 글은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쓰여졌으나, 솔직하게 쓴 글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