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1 - 서울 격동의 50년과 나의 증언
손정목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는 딱딱한 제목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책이다.

도시, 아니 수도 서울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야 말로 정치, 행정 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을 한데 묶는 이야기 보따리이다. 화신백화점, 워커힐 호텔, 세운상가는 건물 이름이라기보다는 20세기 전반기 한국 최고의 부자이자 수완가 박흥식의 역사이고, 주한 미군과 김종필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명사일 것이다.

서울 그리고 20세기라는 것이야말로 또 재미있는 도시이고 시기이다. 6.25라는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무에서부터 시작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또 기발한 사람들이 아닌가. 주어진 환경에서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기이한 행동들을 하고 지금의 모습을 만든 사람들. 반세기도 안된 짧은 시간동안 전쟁을 겪고 나라 그리고 도시를 새로 만들어가면서 겪어야 했던 아주아주 이상한 나라와 도시의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그 '쇼'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보고 느꼈던 점들을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가며 서술하고 있으며, 직접 만나 대화했던 내용은 물론 자신이 계획했던 일들까지 다 동원한다. 그러나 개인이 쓴 주관적인 수기나 '뒷 이야기'류와는 다르게, 비교적 한발짝 떨어져서 담담하게 비판, 변호하면서 되도록 사실로 기술하고자 애쓴다.

생각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밤샘을 마다 않고 힘들게 일했지만 보람을 가졌던 고리타분하게까지 보였던 우리의 '옛날 사람들'의 모습이 도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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