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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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꽁냥꽁냥해지지 않을까 싶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리뷰가 적고 싶어서 보통은 낮에 적어두고 아무때나 올리는 편인 그 리뷰를, 나는 밤 열두 시에 쓰고 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글들이 좋아서이기도 했고, 요근래 혼자하는게 더 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외로움때문에 친구들을 더 만나고, 소개팅이라도 한번이라도 더 해보려 아둥바둥 하는 나를 보니 안쓰러웠다. 매일을 그럴필요는 없는데, 살다보니 자꾸 그리 되었다. 혼자 하는게 좋아, 익숙해 라고 하면서도 어느샌가 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설레했고, 친구들과 함께가는 여행을 계획했다.

내가 겁많은 청년이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혼밥의 레벨의 도전하기도 했고, 혼자 영화보기는 일상이었으며,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건 있어보이면서 외로움을 감추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 내일 그 혼자를 하지 않기 위해,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야누스의 얼굴이자 양날의 검처럼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혼자 독야청청 사는 것이 무진장 편하고 즐겁고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진정한 '나홀로'의 삶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는 미혼이든, 비혼이든, 독신이든 상관없이 절대적인 혼자의 인생은 있을 수 없다. p8

프롤로그의 이야기부터 훅 들어왔다. 나도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척을 쭉 해왔던것 같다. 사실은 누구보다 외로워서 가만히 있으면 더 외로워질까봐 부지런히 움직인 적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새 나쁜기운이 스물스물 들어와서 내가 기분에 잠식되어버릴까 싶어 전전긍긍했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은 나였고, 독신이 되고싶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독신이어도 나쁘지 않겠어 라고 말했다. 나홀로 살지 못한다는걸 잘 알면서도 막상 남에게 부탁하거나 같이하자는 말 자체가 어려워서 혼자 하기 시작했다고 하면 되게 부끄럽다.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또 소심해서, 내 시간 귀하듯 상대의 시간도 귀하다 생각이 들어서.. 선뜻 당신의 시간을 내어달라는 말을 못했다. 오랜시간 알아왔거나 먼저 만나자 했을땐 얼마든지 시간약속을 잡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많은 경우의 수로 머리속을 채운다. 그렇게 되도록이면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나를... 프롤로그에서 듣게되니 책을 안읽을 수가 없었다. 이사람 뭐야 싶을정도.

 

사람이 왜 '人' 이라는 한자로 표현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기댈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40

기댈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람에겐 기대는게 아니라고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어째 사람은 기대게 만들어 두셨는지, 문득 물어보고 싶어졌다. 혼자서는 정녕 잘 살기가 어렵다는 것일까.

 

 

그렇다, 나는 내가 살아왔던 그때 그 시절이 좋다. 덜 여물었던 그때가 존재하기에 꽤나 여물어버린 지금의 내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새 애들에게 '요즘 것들이란' 하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한다.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p63

요즘의 지하철 버스 등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입에서 많이 들리던 말. "요즘 것들이란" 혹은 "젊은애들이 예의도 버르장머리도 없어" 라는 문장을 들을 때마다 한숨이 잔뜩이었다. 그시절과 지금의 시절은 당연히 다른 상황과 시대인데도, 어르신들의 그런 문장들을 듣고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이가 드셔서 힘드시고 지치시는 상황이라는걸 알면서도, 내 시간을 투자해서 3-4정거장 앞서 타서 앉은자리를 자기자리인것마냥 내놓으라고 지팡이로 휘젓는 분을 만나거나, 자고 있는 청년을 일부러 가방으로 계속 밀치셔서 일어나게 만드는 몇몇의 어르신들 덕에 어째 반감이 더 많이 드는 것을 어찌하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함을 알면서도, 늘상 그러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을 마주하면 대책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조기준 작가는 되게 마음이 넓은 사람인가보다.. 젊은애들이 바라보는 나도 그렇게 우악스러울까 싶어서 "요즘 것들이란" 이라는 단어를 결코 쓸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장담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내가 만일, 내가 정말. 사랑은 밤손님처럼 몰래 왔다가 나를 꼼짝 못하게 헤집어놓고 유유히 떠나만 가는 나그네다. 그래도 나는 바보처럼 사랑을 기다린다. 이제는 안다. 헤어짐도 사랑도 나를 숨 쉬게 하는 나의 일부라는 것을. 그래서 또다시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p69

쉽게 사람을 믿고, 좋은사람이다 생각이 들고나면 그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되고, 사랑이 되고, 그렇게 나는 마음을 키웠는데 순식간에 바보가 되는 그 시간들이 참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사랑하고 또 마음을 키웠다. 이 감정은 아무리 연습하고 연습해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기능이 있는가보다.
그게 사랑인지 사랑이었는지 사랑이 아니었는지 모르면서 맨날 설레기만 하고, 역시 바보가 맞다.

똑같은 작품을 만나더라도 매일, 매시, 매분, 매초,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에 앉아도, 왼쪽에서 서서 보더라도 다른 건 다른 것이다. 작품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외면하는 쿨함도 느껴진다. 그 누구도 나와 작품 사이의 공간과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 커넥션 안에서 온전히 부유하면 그만이다. 밀폐된 공간에 버려진 것처럼. 그렇게 작품과 내가 하나 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다 보면 창의적인 해법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더라. 물론 작가의 의도와 나만의 감상 포인트가 달라도 상관없다. 미술 시험을 보러온 것은 아니어서 정답이란 없다. 내가 느끼는 만큼 그렇게 느끼면 그만이다. p79

미술관을 가고싶어지는 시점 !! 어마무시함 !!
근데 어느 미술관을 가야할까.. 흠흠 :)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타인에게 괜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인맥이라는 용어 아래 사회생활의 핵심이자, 성공의 발판인 듯 오랫동안 포장을 해오고 있지만 굳이 인맥을 만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피곤한 사회에 살고 있음이 사실이다. 오늘날은 정말 피로사회가 아니겠는가.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노력한 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냉혹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성공에 목메고서 아무것도 아닌, 어쩌면 더없이 공허한 관계에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점차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줄어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의 흐름이 바뀌는 만큼 이를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p240-241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의 것들만 생각하되, 해주었다고 해서 너무 생색내거나 해준 것에 대해 받기를 원하지 말자...


그렇게 나다운 나를 찾고, 나다운 나로 만들고 지혜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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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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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읽기엔 감당하기 벅찬 정도의 무게감이 있어서 출퇴근길엔 동행하지 못했다. 동행하다가 내려놓기 일쑤였다. 생활 잡음이 많아 여기저기서 읽기가 참 벅찼던 소설집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뜨끈한 라떼 한잔과 함께 먹다가 시럽을 추가했다. 밋밋하게 그렇게 저렇게 별다른 기승전결이 없이 아주 평온하지만, 그것이 지금 현대사회의 삶일까 싶기도한 글들. '참 재미없게 산다.' 싶을정도로 글속에 나오는 그 문장들이 요즈음의 몇몇 사람들의 삶을 잘 대변해줘서, 일상적이지만 일상인듯 읽어내려가지는 못했다.(특유의 상큼함이 있는 이기호씨의 소설은 제외다.)

황정은 작가님 빼고도 김숨, 김언수, 윤고은, 윤성희, 이기호, 편혜영 작가까지, 그간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 분들의 작품이 실려있어서 더 끌렸던 이번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이었다. 편혜영 작가님의 <홀>이 더 기대되기도 했고, 이기호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서 또 좋았고, 이상문학상 작가인 김숨 작가님도 굉장히 궁금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을 자신은 없었다.)

 

 

 

<웃는 남자> _ 황정은

황정은 작가의 소설집 <아무도 아닌>으로 만남을 시작하고 싶었다. 꼭 읽어보고 다른 작품을 읽어보리라 했건만 처음 접하게 된 소설이 상받은 소설이라니. 그럼 더 무겁고 깊이가 다를거라는 예상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다른 작품들 역시 이렇게 남다른 건조함과 묵직하면서도 수평선 같은 작품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읽기전 심사평을 먼저 읽고나서 봐서 그런지 확실히 몰입도도 좋았고, 이해도 빨랐다. 시집이 아닌이상 해설을 챙겨보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득 <계속해보겟습니다>와 <百의 그림자>도 이런 느낌일지 기대되기도 했다.

심사평이 없었다면, 황정은 작가님의 웃는남자를 제대로 이해했을까 싶기도 했을만큼, 넓은 폭을 가진 틀 안에서 고요하게 움직이는 듯 했던 작품집이었다. 몇몇개의 작품들도 그 폭의 범위가 조금 다를뿐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손녀하고 딸년은 내 사는 꼴이 지저분하다고 부끄럽다지만...... 그것이 무엇이 부끄러운가? 내가 아는 부끄러운 것 중에 그런 것은 없어. 산 사람의 살림이 오만 잡종인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 p25

 

 산 사람의 살림이 오만 잡종이지, 죽고나면 가지고가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사는 사람의 특권이 오만가지 살림들인데 어째 요즘 미니멀리즘으로 자꾸 줄이려 드는걸까 싶기도 하면서 그래도 또 욕심은 줄여가야지 하며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왔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정답이라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언론이 만들어낸 혹은 삶의 지혜라며 칭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취할것인가 취하지 않을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것을 골똘하게 내려다보며 d는 바깥인데 조금도 바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방에 틀어박혔다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으나 여기는 여전히, 어딘가의 안쪽이고, 작은 주머니에서 조금 덜 작은 주머니로 이동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가 놀랍도록 친밀하고 구태의연했다. 그리고 ...... 그렇다 당신의 말씀 그대로, 이 방은 본래 이러했다. - p32

여기는 여전히 어딘가의 안쪽이고 작은 주머니에서 조금 덜 작은 주머니로 이동했다는 생각.
대기가 놀랍도록 친밀하고 구태의연했다는것.
아주아주 아아아아주.. 문장을 곱씹었다. 씹고 또 씹어도 또 뱉어내면 구태의연한 상태였다.

구태의연했다는 것. 옛날모습 그대로였다는 것.
그렇게 몇번을 퇴고하셨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속을 휘저었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깊이감을 갖고 있으면서 생각에 생각을 꼬리물기 해도 구태의연해지는 문장. 이보다는 더 잘 설명할 수없을 것 같은 단어들의 나열. 

  

 

내내 이어질 것이다. 더는 아름답지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삶이. 거기엔 망함조차 없고...... 그냥 다만 적나라한 채 이어질 뿐. - p94

 

 내내 이어질 그 삶. 무미건조하지만 솔직하지도 않고 더는 아름답지도 않은 그 삶들이 계속 이어지고 또 알고 있으면서 이어지고 또 이어지겠지. 이 문장이 왜그리 무서웠는지 싶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전반적인 한국사회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 공공연하게 다 아는 거짓말, 솔직할 수 없게 만드는 직위, 위치. 먼발치에서 바라봐도 내면이 다 보여서 더는 아름답지도 않은데, 모두가 망하길 바라는 그 단체는 결국 망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또 그렇게 적나라하게 우린 아무렇지도 않아, 잘못한게 없어 라고 하면서 내내 이어지겠지 싶었다. 적폐는 청산해야한다고 모두가 그렇게 바라면서도 그것이 어떤 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그만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를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읽다말고 간혹 너무 밀려오는 건조함이 무서웠다. 세운상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도 d는 웃지 않았다. 음악만 가만히 듣다가 그렇게 갔다. dd가 사라진 이후의 d의 삶은 무미건조했다. dd의 음반들을 들으면서 고요히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d가 dd를 떠나보내는 방법처럼 보여서 내가 다 먹먹했다.

 

 

 

 

<이혼> _ 김숨

 김숨의 <이혼> 을 읽던 날 아침.
결혼한 남자 지인의 차를 얻어탈 기회가 생겨서 문득 대화를 하게 되었다. 영업을 하는 그사람에게 "언변이 참 지혜로운 사람이라 좋겠다" 고 말했더니, 정작 내 아내에게는 말한마디하는게 뭐가 그리 어려워서 생각한 것 만큼 더 잘해줄 수가 없어 속상하단다.
'늘 내곁에 있어줄 것만 같아서' 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보니 여유가 생긴 요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해주려 하는 마음만 있다고 멋쩍게 웃는 동네 형아의 눈을 보니 그 아내가 참 행복하겠다 싶었다. 우리 엄마 아부지를 보아도 이모를 보아도 그 누구를 보아도, 부부라는 관계는 역시 남들이 말하지 못할 그들만의 끈끈함이 있었다.

 

부부의 이혼이 쉽다면 쉬운 세상에서 이 글을 써내려간 김숨 작가는 어떤 느낌으로 썼을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부에 대해 한번 쯤 더 생각하게 되었다. 유독 이 글은 결혼 전의 나보다 결혼 후의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하며 읽어내려가는 글이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나는 생각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두려운 사람이다. 소설속에 나오는 여러모양의 부부들이 때로는 안좋은 일들로 가득해서, 결국 이혼을 생각하게 만들고 실행하게 되었을때를 그린 그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부부라는건 무언가 특별하고 소중해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도 살아보려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혼도 안한 내가 이혼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기 때문에 더 공감을 못하기도 했다. 연인의 헤어짐과는 다르다던데 연인의 시작과는 다른 결혼이라던데, 나는 다름을 인정할 노력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일까.


<존엄의 탄생> - 김언수
그렇다 할 독특한 문장이 없어도, 눈길을 끄는 문장이 없어도 흐름이 좋아서 이기호씨 작품 다음으로 참 수월하게 읽었다. 앞서서 읽은 두 작품보다 밝은 느낌의 작품이라서 미소를 지으면서도, 개에게 무시당하는 사람의 느낌이 막 싫지만은 않아서, 존엄이라는 것은 누가 선택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은 개보다 못한건가 아닌건가. 주인 잘 만나서 좋은 대우 받으며 사는 멍뭉이들은 행복할까. 길에 있는 쫑끼도 대우받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집에가는길에 천하장사 소세지나 사먹어야 겠다.

 

 

 

 

 

<평범해진 처제> - 윤고은

한단어로 말하자면, 오독.
이 모든게 오독으로 인해 벌어진 것들이었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의도가 이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함께했던 연애를 오독했고, 천재를 처제로 오독했고, 나는 읽으면서 표고영이 여자일 거란 확신으로 글 전체를 오독했고, 결국은 말도안되는 반전때문에 나의 오독을 알아차렸을 때의 그 배신감이 아주 멋졌다. 나의 오독을 탓해야지. 이것은 일상에 갑자기 훅 치고들어온 잽 한방과 같은 글.

야동을 가지고 글을 썻다는것 자체도 되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그 글의 주인공이 여자라는게 또 강렬해서- 그러니까 이소설은 나는 오독한거겠지.

 

 

 

 

 

<최미진은 어디로> - 이기호

이기호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인데, 이게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싶을정도의 이야기는 여전했다. 그래서 더 잘 읽히기도 했고, 그래서 신기하기도 했다. 이기호작가의 에세이 같으면서도 또 소설집에 들어있으니 소설이겠는데 싶기도 하는터라, 중고장터에 올라온 작가 친필싸인본이 착찹했다.
나도 왠지 조만간 올려야 하나 싶은 책이 한두권 있어서 그랬는지 괜히 더 찔렸다.
(작가의 사인을 받을땐, 꼭 소장가치가 있는지 먼저 읽어봐야하는게 맞겠다.)

후보작에 들어간 <최미진은 어디로> 라는 소설이 신기하면서도 소설속 그 작가가 이기호씨일까 아닐까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에세이 같은면이 이기호 작가의 강점이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분명 그렇다.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감 상승 !

 

 

 

 

<개의 밤> - 편혜영


사고가 일어났는데 개는 짖지 않았다. 짖지않은 개였다. 닥스훈트 한마리가 머리속을 왔다갔다 뽈뽈거리며 돌아다녔다. 다리짧은 닥스훈트 한마리가 날 잡아보라며 마구 뽈뽈거리고 극속의 인물에게 패대기쳐지고 그랬다. 개의 밤. 이라서 뭔가 묵직할줄 알았는데, 초점을 개에 맞추고 읽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편혜영씨 작품에 대한 평보다는 라이트 했다. <홀> 은 거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정도라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하면서 또 읽을 목록이 자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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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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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P317 

 

 

그렇게 마음을 위로받은 듯, 내가 그 일곱시 조찬모임에 참여한 듯, 연애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내 방에 남아있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사람의 흔적들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연애의 마침표는 꼭 필요하다는 그 말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마음이 씁쓸해졌지만, 더이상은 지나간 연인 때문에 아프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이 오고 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앞으로 두개의 마침표를 찍어야햇고, 어쩌면 다른 하나는 영영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연이 필연이 되게 된다면 나의 어리숙함과 어린날을 인정하고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고 싶다고. 그간 많이 미안했다고.. 새삼 깨달았다. 이별앞에 사랑앞에 조금더 능숙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는 미숙한 사람이었던게 분명했다.

 

 

그래서 바라본 백영옥 작가는, 그전에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의 작가이다. 몰랐는데,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았던 분이었다. 그외에 여러가지 소설들도 있으면서 <아주 보통의 연애> 라는 소설집도 출간하셨었다. 읽고 싶던 책의 목록중에 있던 제목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어서 좋았다.

이 책도 알라딘에서 구매목록에 넣을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했던 책이었는데, 개정판을 기다리길 잘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양장본을 좋아하기 때문에, 2012년 책의 개정판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차라리 실연을 선언하는 모임이었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 p49 

 

 

 

 

 실연을 이겨내려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었다. 내 상황을 인정할 것. 내가 첫단추를 잘못 끼웠던 것은 아마 이부분부터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괜찮다는 말로 타인도 속이고 나도 속였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선을 그었다. 헤어진지 얼마 안되어 애인이 생긴 그의 카톡 프사에 분개하였고, 자존심 상해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나는 날마다 나를 깎아내렸고 이 모든게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라 단정했다. 그간의 그 모든 행동들이 거짓이었다 칭했었다.
그런데, 문득 바라보니 아득바득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이 실연이 나로부터 시작되었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선언할 수 없었고, 내려놓을 수 없었다. 너무 소중했던 오랜 시간이 자꾸 떠올랐다.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걸렸다. 근 2년이 다되어서 알았다. 그랬다.
지금은 전혀 상관없다. 당신이 나를 보고 웃고 있어도 하찮게 생각해도 혹은 타인의 손가락질도 다 괜찮다. 다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히 말하는 사람의 욕구를 채워주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p154 


 

 

나는 말하는 편인지라, 말 안해주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 날마다 눈치를 볼수도 없는 거고, 조금 예민하게 반응해주려고 하면 내가 하루가 지쳐버렸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쩔수 없이 자꾸 신경쓰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매일하는 그 연애기간동안 그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 자체가 참 신기했다. 내게 그런 순간이 다시금 오면 참 좋겠는데, 아무래도 내가 아무리 금사빠라 한들 설레긴 글렀다.

 

 

 

 

 

 

 

 

 

 

 

 

 

  밤이면 편안히 침대에 기대어 앉아, 두꺼운 소설을 조금씩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이라면, 그건 어떤 식으로든 성공한 삶이 아닐까.  -p210-211 

 

 

이런날을 원했다. 그거면 성공한 삶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생각한다. 요즘의 나는 조금만 노력하면 이런 여유 있는 삶이 될텐데, 아주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다. 알쓸신잡에 나오는 뇌과학자 정재승박사님의 이야기처럼, 자기절제력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절제력으로 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그래서 나는 성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고, 공무원이 되면 나는 달라진 삶을 살게 될까?

 

 

 

 

 

 

 

 

 하지만 전 연애를 우연히 이루어진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이에요. 전 한순간 사랑에 빠지는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지 않았어요. 대단한 영감으로 순식간에 걸작을 써내는 작가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트루먼 커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 』를 쓰는데 육 년이나 걸렸어요. 그런 거에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예요."   - p288-289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 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

그 일에 나는 질문이 없었고, 일상을 캐물으면 상대방의 사적인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라 조심스러웠고, 취향과 가치관이 안맞으면 집요하지 않게 그저 각자의 삶으로 살자.. 라고 했는데, 흠 이래서 문제였던건가 싶다. 조금의 개선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온전히 책 한 권을 쓰고 나면
나는 조금쯤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겐 언제나 그것이
글 쓰는 일의 가장 기적 같은 부분이었다.   p333 


 과거에 책한권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이야기가 드라마에 나올법한 일이어서, 아주 오래전의 연인과의 이야기는 소설을 쓰면서 다시금 정리한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성장했다 싶었는데 이별 앞에선 성장은 커녕 또 똑같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온전히 책 한권을 쓰고나면, 정말 달라질까 싶은 마음에 모니터를 바라보며 오늘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백영옥 작가의 "작가의 말" 이 참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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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스페셜 에디션)
박민규 지음 / 예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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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

다른문장 다 떼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거냐고. 분명히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살아와야 할 애인인데,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냐고, 내가 100키로가 넘는 거구가 되어도, 얼굴에 전신화상을 입어도, 다리가 사라져도, 내가 팔이 없어도, 어떤 순간에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 정상인의 범주에, 일반적이고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내에 있기 때문에 관심이라도 받고있는거겠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던 나날들이었다랄까.
요즘은 자아성찰의 나날들이 길어지고 있어서, 아주 몹시- 나를 질타하고 비난했다. 조금은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고, 사람들의 이목과 시선과 언어와 비언어가 신경이 쓰이기도 혹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기도 했다. 부족함이 많은 나였고, 생각보다 예쁜편에 속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남자에게 혹은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는 페이스를 가지고 있을까, 혹은 그런 느낌의 사람일까 라는 생각이 참 많이 오고 갔다.

어쩌면 혼자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도 들기도 했다. 소설속 여주인공처럼 나는 가진것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 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하다보니 좀 마음이 아픈건 사실이다. 친구가 보내준 인터넷 뉴스기사에 요즘은 남자들도 여자의 연봉이 3400만원 이상이면 이상적인 배우자 감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좀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엔 더이상 사랑보다는 돈이 더 대우받는 시대인걸까, 외모도 이제는 떠나서 연봉인걸까.




어쨌든 다 읽고나니, 세상의 어떤 여자라도 사랑받아야하므로 나도 사랑받아도 되겠다 싶었다. 소개팅을 해도 이렇게 저렇게 누군가를 만나도 내가 못생겼다 생각을 못했는데, 성격이 문제겠거니 싶었는데 나이 때문에 오는 불안감은 또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동안의 비결은 나이를 잊고 산다는 건데, 나는 자꾸 나이가 머리속에 되뇌어지고 있고, 뚠뚠해지고 못생겨지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좀 더 마음이 쓰였다.

노력해오던 지난날들을 설령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참 예쁘던 사람이었다. 어떤 이의 마음속엔 수많았던 편지로 건네받은 마음들이 너무 감사해서 그 이후에 사랑을 못하겠더라 라는 말도 받았으니, 그정도라도 마음이 전해졌다면 나는 충분히 에쁜 시절을 보냈구나 했다. 그러면서도 못내 소설속 여주인공이, 분홍색의 대사가 마음을 울리던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의 그 사람도 참 누가봐도 잘생겼고 주변에서 내놓을만큼 괜찮은 인물이었으니까. 내 마음따위 아랑곳 하지 않아도 예쁜 여자들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딱 그맘때. 우리가 20대 초반일때 였으니까, 한참을 되돌아봐도 두근거리던 나의 감정은 속일 수 없었겠지만, 다른사람이 아니라 굳이 나였던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그때의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박민규씨의 소설답게, 중간중간의 여백은 어떤 소설가도 .. 문장을 끈어서 문단을 만들어내지 않을텐데 이렇게 끈어서 표현하는 사람은 또 처음인지라, 참 신선했다. 카스테라도 되게 스펙타클 하다 싶어하면서 봤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도전정신이 강한 재밌지만 진중한 병맛코드를 가진 작가 박민규라서, 참 좋았다.

조만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읽어볼 참이다. 누군가에게 박민규씨 소설을 추천해주느냐고 한꺼번에 중고서점에서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여차해서 위즈덤하우스에서 좋은 이벤트로 좋은책을 예쁜 분홍분홍한 책으로 받았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여자에게 보내는 연서같지 않을까 싶다.
예쁜걸 아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몸매로, 생긴걸로 고민 안하는 여자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화장기술이 이렇게 뛰어나게, 성형기술이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발전하지는 못했을거니까.







사람냄새가 나는 소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사회통념상으로 반강제적으로 규정되어있는 좋은 인상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예쁘면 다 용서되는 시대, 사람들이 대우하는 자세, 예쁘지 않으면 하대받아도 마땅한 듯한 삶을, 아르바이트는 홀대해도 되고, 뺨맞아도 되고 주차라서 대기업사원이 아니라서 물건보다 하대받는 그 순간들을 소설속에 잘 담아둔 것 같아서, 나중에 이맘때쯤의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다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쓴소리를 하는 듯한 소설이기도 핬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하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것... 해서 고스란히 서로가 이해한 서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 아무런 내색 없이, 마음 놓고 그녀가 울 수 있도록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그녀의 눈물 밑에 펼쳐 주었다. 따뜻한 벽난로를 등지고서도, 해서 내 마음은 한 장의 손수건처럼 자꾸만 젖어들었다.
p14-15







이곳은 어디일까?
바다 속처럼 낯설어진 방(房)이거나
그래서 낯익은 물 속
실은 상관없이 눈을 감은 채
나는 앉아 있거나
잠겨 있고
웅크린 채로

그녀를 생각한다. 만날 수 없으므로 죽은, 나의 왕녀를 생각한다. 실은 죽은 지 오래였던 나를, 돌이켜본다. 내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 글을 나는 끝까지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사막의 바람처럼 우릴 휩쓸고 지나갔다. 헤어진 모래처럼 서로를 찾을 수 없다면, 다시 저 바람에 몸을 맞기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p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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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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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때 읽으면 참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때 읽으면 참 도전이 되어주기도 했던 책. 지나치게 달달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화려함도 없지만 사진과 적혀있는 소박하거나 진솔한 이야기는 참 잘어울려서 더 잘 읽게되는 부분이 있었다.
최갑수 하면 떠오르는건 역시 여행에세이 !
이번에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행을 다니며 느낀 것들을 토대로 tv방송에 나오신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 프로그램들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과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는 같이 읽어줘야 제맛인데, 아직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읽지 못했다. 조만간.. 연체된 것들이 풀리게되면.. 빌려보던지 알라딘에 가서 중고서적으로 업어오던지 해야겠다.

 

 

 


우리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의미 같은 건 생각하지 맙시다. 나중에 되돌아보며 뭔가 그럴싸한거 하나 붙여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지금은 그냥 사랑하는 일에 집중합시다. 맛있는 굴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듯, 의미 같은 건 분여하지 말구요.

  p27

일단은 사랑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요즘 새삼스레 다시금 느끼고 있다. 예전엔 학생때만 해도 두근거리면 그게 다 사랑인줄 알았고, 무모하게 저질러 볼줄도 알았는데 언제적 이야기인지 진짜 머나먼 이야기 같고 내가 겪었던 이야기 같지가 않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꾸 이런저런 상황과 환경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 사랑이 생기려고 하다가도 금새 시들어버리도록 내가 자꾸 마음을 닫는 기분이다.
세상에 좋은사람 참 많은데, 이런면에서는 무척이나 아쉽고 아쉽다. 
나도 사랑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누군가의 말처럼 연애의 끝이 결혼이 아니라 연애의 과정이 결혼이 되도록 사랑만 했으면 좋겠다 ㅎ



그러니까 여행은... 사소한 것을 발견하는 행위. 우리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죠. 그리고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작은 것에 깃드는 법이죠.

...중략...

영화와 사랑은, 오직 감행하는 자에게만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각자에겐 각자의 여행과 사랑이 있다는 것.

p43


여행은 사소한 것을 발견하고,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영화와 사랑은 감행하는 자에게만 일어나고, 나는 감행도 하는데 아직은 사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겠다. 살면서 그런사람을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면서도 지나간 사랑들에게 그 마음들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하지만, 과거에만 머무르기엔 조금은 안일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나를 돌아봐야 할 때이지만 삶을 재정비하는 의미에서의 돌아봄이지 과거에 머무르기 위한 돌아봄은 아니니까.

 

예전엔 우연히 스친 한 여자를 잊지 못해 밤새 그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랑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누가 뭐라 하건 사랑은 그냥 사랑인 것 같다. 미지근한 것도 사랑이고, 차가운 것도 사랑이다.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다. 생각해본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밤의 창가에 앉아 비틀스나 빌리 홀리데이를 들으며 위스키를 마시는 일. 떨어지는 유성을 바라보며 결국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 사랑은 어쩌면 그런 것이다.

p56

사랑에 대한 의미가 모호해졌을때, 내게 참 적절한 조언같으면서 여러 의문점을 남기기도 했던 문장이다. 필요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라지만, 두근거리는 것도 사랑이기도 하고, 굉장히 간결한듯 하지만 사랑에 대한 애매모호한 정의인것만 같아서 이부분에서 많이 머물러 있었다. 아직은 내가 이 사랑에 대한 정의들을 받아들이기엔 경험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사랑이든 관심이든 그 모든게 사랑이라 칭할 수도 있겠다.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노라면, 인생이란 게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기하며 살기엔, 한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게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p227


엄청 바쁜데, 대부분이 이런 시간들이었다. 밥먹고 설거지하고 영화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그렇게 살아온게 대부분이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의 실재일 수도 있다. 작가님의 말처럼. 그게 전부일 수도 있으니, 나의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내가 죽었을 때, 모두가 나로 인해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럼 난 이 세상 참 잘 여행했다 셈 치고 편안하게 가지 않을까....  먼미래일지도 가까운미래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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