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 꽁냥꽁냥해지지 않을까 싶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리뷰가 적고 싶어서 보통은 낮에 적어두고 아무때나 올리는 편인 그 리뷰를, 나는 밤 열두 시에 쓰고 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글들이 좋아서이기도 했고, 요근래 혼자하는게 더 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외로움때문에 친구들을 더 만나고, 소개팅이라도 한번이라도 더 해보려 아둥바둥 하는 나를 보니 안쓰러웠다. 매일을 그럴필요는 없는데, 살다보니 자꾸 그리 되었다. 혼자 하는게 좋아, 익숙해 라고 하면서도 어느샌가 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설레했고, 친구들과 함께가는 여행을 계획했다.

내가 겁많은 청년이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혼밥의 레벨의 도전하기도 했고, 혼자 영화보기는 일상이었으며,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건 있어보이면서 외로움을 감추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 내일 그 혼자를 하지 않기 위해,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야누스의 얼굴이자 양날의 검처럼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혼자 독야청청 사는 것이 무진장 편하고 즐겁고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진정한 '나홀로'의 삶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는 미혼이든, 비혼이든, 독신이든 상관없이 절대적인 혼자의 인생은 있을 수 없다. p8

프롤로그의 이야기부터 훅 들어왔다. 나도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척을 쭉 해왔던것 같다. 사실은 누구보다 외로워서 가만히 있으면 더 외로워질까봐 부지런히 움직인 적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새 나쁜기운이 스물스물 들어와서 내가 기분에 잠식되어버릴까 싶어 전전긍긍했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은 나였고, 독신이 되고싶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독신이어도 나쁘지 않겠어 라고 말했다. 나홀로 살지 못한다는걸 잘 알면서도 막상 남에게 부탁하거나 같이하자는 말 자체가 어려워서 혼자 하기 시작했다고 하면 되게 부끄럽다.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또 소심해서, 내 시간 귀하듯 상대의 시간도 귀하다 생각이 들어서.. 선뜻 당신의 시간을 내어달라는 말을 못했다. 오랜시간 알아왔거나 먼저 만나자 했을땐 얼마든지 시간약속을 잡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많은 경우의 수로 머리속을 채운다. 그렇게 되도록이면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나를... 프롤로그에서 듣게되니 책을 안읽을 수가 없었다. 이사람 뭐야 싶을정도.

 

사람이 왜 '人' 이라는 한자로 표현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기댈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40

기댈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람에겐 기대는게 아니라고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어째 사람은 기대게 만들어 두셨는지, 문득 물어보고 싶어졌다. 혼자서는 정녕 잘 살기가 어렵다는 것일까.

 

 

그렇다, 나는 내가 살아왔던 그때 그 시절이 좋다. 덜 여물었던 그때가 존재하기에 꽤나 여물어버린 지금의 내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새 애들에게 '요즘 것들이란' 하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한다.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p63

요즘의 지하철 버스 등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입에서 많이 들리던 말. "요즘 것들이란" 혹은 "젊은애들이 예의도 버르장머리도 없어" 라는 문장을 들을 때마다 한숨이 잔뜩이었다. 그시절과 지금의 시절은 당연히 다른 상황과 시대인데도, 어르신들의 그런 문장들을 듣고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이가 드셔서 힘드시고 지치시는 상황이라는걸 알면서도, 내 시간을 투자해서 3-4정거장 앞서 타서 앉은자리를 자기자리인것마냥 내놓으라고 지팡이로 휘젓는 분을 만나거나, 자고 있는 청년을 일부러 가방으로 계속 밀치셔서 일어나게 만드는 몇몇의 어르신들 덕에 어째 반감이 더 많이 드는 것을 어찌하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함을 알면서도, 늘상 그러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을 마주하면 대책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조기준 작가는 되게 마음이 넓은 사람인가보다.. 젊은애들이 바라보는 나도 그렇게 우악스러울까 싶어서 "요즘 것들이란" 이라는 단어를 결코 쓸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장담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내가 만일, 내가 정말. 사랑은 밤손님처럼 몰래 왔다가 나를 꼼짝 못하게 헤집어놓고 유유히 떠나만 가는 나그네다. 그래도 나는 바보처럼 사랑을 기다린다. 이제는 안다. 헤어짐도 사랑도 나를 숨 쉬게 하는 나의 일부라는 것을. 그래서 또다시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p69

쉽게 사람을 믿고, 좋은사람이다 생각이 들고나면 그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되고, 사랑이 되고, 그렇게 나는 마음을 키웠는데 순식간에 바보가 되는 그 시간들이 참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사랑하고 또 마음을 키웠다. 이 감정은 아무리 연습하고 연습해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기능이 있는가보다.
그게 사랑인지 사랑이었는지 사랑이 아니었는지 모르면서 맨날 설레기만 하고, 역시 바보가 맞다.

똑같은 작품을 만나더라도 매일, 매시, 매분, 매초,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에 앉아도, 왼쪽에서 서서 보더라도 다른 건 다른 것이다. 작품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외면하는 쿨함도 느껴진다. 그 누구도 나와 작품 사이의 공간과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 커넥션 안에서 온전히 부유하면 그만이다. 밀폐된 공간에 버려진 것처럼. 그렇게 작품과 내가 하나 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다 보면 창의적인 해법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더라. 물론 작가의 의도와 나만의 감상 포인트가 달라도 상관없다. 미술 시험을 보러온 것은 아니어서 정답이란 없다. 내가 느끼는 만큼 그렇게 느끼면 그만이다. p79

미술관을 가고싶어지는 시점 !! 어마무시함 !!
근데 어느 미술관을 가야할까.. 흠흠 :)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타인에게 괜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인맥이라는 용어 아래 사회생활의 핵심이자, 성공의 발판인 듯 오랫동안 포장을 해오고 있지만 굳이 인맥을 만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피곤한 사회에 살고 있음이 사실이다. 오늘날은 정말 피로사회가 아니겠는가.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노력한 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냉혹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성공에 목메고서 아무것도 아닌, 어쩌면 더없이 공허한 관계에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점차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줄어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의 흐름이 바뀌는 만큼 이를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p240-241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의 것들만 생각하되, 해주었다고 해서 너무 생색내거나 해준 것에 대해 받기를 원하지 말자...


그렇게 나다운 나를 찾고, 나다운 나로 만들고 지혜로웠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