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스페셜 에디션)
박민규 지음 / 예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

다른문장 다 떼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거냐고. 분명히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살아와야 할 애인인데,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냐고, 내가 100키로가 넘는 거구가 되어도, 얼굴에 전신화상을 입어도, 다리가 사라져도, 내가 팔이 없어도, 어떤 순간에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 정상인의 범주에, 일반적이고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내에 있기 때문에 관심이라도 받고있는거겠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던 나날들이었다랄까.
요즘은 자아성찰의 나날들이 길어지고 있어서, 아주 몹시- 나를 질타하고 비난했다. 조금은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고, 사람들의 이목과 시선과 언어와 비언어가 신경이 쓰이기도 혹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기도 했다. 부족함이 많은 나였고, 생각보다 예쁜편에 속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남자에게 혹은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는 페이스를 가지고 있을까, 혹은 그런 느낌의 사람일까 라는 생각이 참 많이 오고 갔다.

어쩌면 혼자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도 들기도 했다. 소설속 여주인공처럼 나는 가진것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 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하다보니 좀 마음이 아픈건 사실이다. 친구가 보내준 인터넷 뉴스기사에 요즘은 남자들도 여자의 연봉이 3400만원 이상이면 이상적인 배우자 감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좀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엔 더이상 사랑보다는 돈이 더 대우받는 시대인걸까, 외모도 이제는 떠나서 연봉인걸까.




어쨌든 다 읽고나니, 세상의 어떤 여자라도 사랑받아야하므로 나도 사랑받아도 되겠다 싶었다. 소개팅을 해도 이렇게 저렇게 누군가를 만나도 내가 못생겼다 생각을 못했는데, 성격이 문제겠거니 싶었는데 나이 때문에 오는 불안감은 또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동안의 비결은 나이를 잊고 산다는 건데, 나는 자꾸 나이가 머리속에 되뇌어지고 있고, 뚠뚠해지고 못생겨지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좀 더 마음이 쓰였다.

노력해오던 지난날들을 설령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참 예쁘던 사람이었다. 어떤 이의 마음속엔 수많았던 편지로 건네받은 마음들이 너무 감사해서 그 이후에 사랑을 못하겠더라 라는 말도 받았으니, 그정도라도 마음이 전해졌다면 나는 충분히 에쁜 시절을 보냈구나 했다. 그러면서도 못내 소설속 여주인공이, 분홍색의 대사가 마음을 울리던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의 그 사람도 참 누가봐도 잘생겼고 주변에서 내놓을만큼 괜찮은 인물이었으니까. 내 마음따위 아랑곳 하지 않아도 예쁜 여자들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딱 그맘때. 우리가 20대 초반일때 였으니까, 한참을 되돌아봐도 두근거리던 나의 감정은 속일 수 없었겠지만, 다른사람이 아니라 굳이 나였던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그때의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박민규씨의 소설답게, 중간중간의 여백은 어떤 소설가도 .. 문장을 끈어서 문단을 만들어내지 않을텐데 이렇게 끈어서 표현하는 사람은 또 처음인지라, 참 신선했다. 카스테라도 되게 스펙타클 하다 싶어하면서 봤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도전정신이 강한 재밌지만 진중한 병맛코드를 가진 작가 박민규라서, 참 좋았다.

조만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읽어볼 참이다. 누군가에게 박민규씨 소설을 추천해주느냐고 한꺼번에 중고서점에서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여차해서 위즈덤하우스에서 좋은 이벤트로 좋은책을 예쁜 분홍분홍한 책으로 받았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여자에게 보내는 연서같지 않을까 싶다.
예쁜걸 아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몸매로, 생긴걸로 고민 안하는 여자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화장기술이 이렇게 뛰어나게, 성형기술이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발전하지는 못했을거니까.







사람냄새가 나는 소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사회통념상으로 반강제적으로 규정되어있는 좋은 인상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예쁘면 다 용서되는 시대, 사람들이 대우하는 자세, 예쁘지 않으면 하대받아도 마땅한 듯한 삶을, 아르바이트는 홀대해도 되고, 뺨맞아도 되고 주차라서 대기업사원이 아니라서 물건보다 하대받는 그 순간들을 소설속에 잘 담아둔 것 같아서, 나중에 이맘때쯤의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다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쓴소리를 하는 듯한 소설이기도 핬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하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것... 해서 고스란히 서로가 이해한 서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 아무런 내색 없이, 마음 놓고 그녀가 울 수 있도록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그녀의 눈물 밑에 펼쳐 주었다. 따뜻한 벽난로를 등지고서도, 해서 내 마음은 한 장의 손수건처럼 자꾸만 젖어들었다.
p14-15







이곳은 어디일까?
바다 속처럼 낯설어진 방(房)이거나
그래서 낯익은 물 속
실은 상관없이 눈을 감은 채
나는 앉아 있거나
잠겨 있고
웅크린 채로

그녀를 생각한다. 만날 수 없으므로 죽은, 나의 왕녀를 생각한다. 실은 죽은 지 오래였던 나를, 돌이켜본다. 내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 글을 나는 끝까지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사막의 바람처럼 우릴 휩쓸고 지나갔다. 헤어진 모래처럼 서로를 찾을 수 없다면, 다시 저 바람에 몸을 맞기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p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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