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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연결되는, 결코 내 것일것 같지 않았던 장르로 지내오면서 육아서와 아이그림책을 제외하고 책 한권을 곱씹으며 완독한 것이 얼마만인지. 종이의 질감이 낯설면서 귀찮기도.
작가의 말대로 문득 뒤돌면 그간 겪은 어떤 것들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큰 굽이진 길을 걷고 있는 모양이다. 그저 동요를 따라부르고 하루에 수십번씩 같은 단어를 소리내는 일상에 압도당하고 있었는데, 이 짧은 글 몇편에 순식간에 숨어있던 나로 돌려져버렸다. 무섭게도 서늘하다.
희랍어시간도, 채식주의자도 그랬다. 아이 앞에서 감정을 숨겨야 하는 시간에는 이 작가를 피해야하는 모양이다. 저녁 반찬을 고민하고 인터넷 최저가 육아용품을 검색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래도, 모르는 척 외면할 수도 없고 어찌해줘야 할 지 모르겠는 그녀가, 다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