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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무엇보다도,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지만 이미 너무 예쁜 두 배우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고 이 소설을 읽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낭패다. 어린 이 부부가 그저 이쁘기만 하니.
고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픽션이건 그렇지 않건, 결국은 비슷한 감정을 불러오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반갑지 않다. 이미 예전에 패스,하고 넘긴 이 책을 다시 찾은 건, 솔직히 너무 예쁜 두 배우 덕분이었다.
고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독자인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눈물을 뺀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단어의 '몸피'를 느껴보겠다고 지근지근 조용조용 읽으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휴지가 필요했다.
다만, 슬픔과는 조금 다른 무엇이어서, 예전에 보았던 미드 The Bic C 가 생각났다.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각각의 주인공들이 온전히 삶을 살아내고 눈을 감는 모습이 비슷해서인가. '소멸'이 아닌 '가득 채워진' 죽음. 안타깝지만 아쉽진 않은.
그러나, 온전히 이해할 순 없는 노릇이다. 눈 먼 사람이 손으로 더듬어 코끼리의 모습을 그린다고 했던가. 내가 딱 그 모양새다. 열일곱에 여든의 모습인 소년이 제 자신과 제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도, 열일곱에 그 아이를 낳아 서른 넷에 아이를-여든의 모습인-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읽는 내내 내가 느끼고 이해하는 것들은 진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글을 제대로 읽기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이 나에겐 아무것도 없으니.
아마도 다른 어떤 이들이겐 훨씬 더 큰 울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