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인들 - 김선우 장편소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뒤늦게 본 라디오스타 김광석편에서 박학기라는 가수가 이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살다가 중간중간 문을 만날 때 마다 그 옆에 김광석의 노래가 있다...던가, 그런. 들으면서 고래를 끄덕끄덕, 그리고 생각난 것이 며칠 전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읽었던 책 한 권.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알라딘 MD에게 낚여 고르게 된 책이었다. 아, 그 문학MD는 정말 리뷰를 잘 쓴다. 부럽다.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어떤 이야기인지도 전혀 모른 채 그 MD가 추천하고 제목이 매력적인 경우라면 거의 항상 위시리스트에 올라간다. 그렇게 알게 된 책 한 권.

글 전체가 '물 같다'고 하면 될까. 좀더 정확하자면 소설속의 그들이 '물'이고 '물'이 그들이다.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런데 그 '물'은 흐르는 강물처럼에서의 안식이나 7년의 밤에서의 파국은 아니고, 저릿저릿하는 안타까움이다. 물이 어찌 안타까울까 싶지만, 지금 책 표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단어는 그것이 가장 분명하다. 한 치의 의심도 끼어들 수 없는 절대적인 서로를 아무리 발버둥쳐도 잡아둘 수 없는 그들을 바라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한 두 번쯤 책을 덮고 크게 호흡(혹은 한숨)을 쉬는 pause를 취하지 않고는 내 감정이 너무 크게 영향을 받아 버거운 소설은 실로 오랫만이었다. 오로지 시간을 두고 호흡을 길게 쉬면서 견뎌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을 때의 기분, 딱 그랬다. 어떻게 그럴까 싶어 작가가 참 모질다 생각했다. 이쯤되면 지나치게 감정이 動한게 맞다.

어떤 텍스트이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라 마음이 힘들때가 종종 있는데, 그건 기피할 일이면서 동시에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카타르시스,라는 거겠지. 일상에선 무던히도 무덤덤하고자 애쓰다 보니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 스물스물 바깥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할 즈음에 그런 텍스트를 만나면 정말 고마운 계기이자 핑게가 된다. 그래서 참 반가웠던 소설.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듣던 노래는 김광석의 '그날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