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환상문학전집 3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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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 여사님의 책들은 거의 다 본 것 같은데, 뭔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다. 북그래피를 정리해 볼 필요가...
인터넷이 아니고는 한국어 읽을 거리가 귀하다 보니 책도 아껴 읽게 된다. 곱씹고 되새긴다.
넋 놓고 있다가는 내 한국어 수준이 어찌될 지 뻔한 일.


역시나 다른 많은 책들처럼 초반 몇 페이지의 시공간적 상황에만 익숙해지면, 그 후는 막힘이 없다.


꿈을 꾸는 자들과 노파들과 최고 여인들의 행성에서 지구 사람들이 벌목과 개척을 시작한다.
이하, 짐작가능한, 지나치게 그럴 법한, 몇백년전 혹은 지금도 어느선가 분명 일어나고 있을 법한 사건이 일어난다.
서로를 해친다는 개념조차 없던 종족이 지구인들의 방식에 적응하게 되면?

살인을 하게 된다....

 

 


"신체적인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를 종족의 일원으로서, 인간으로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 종족의 일원이 응하듯 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응대와 권리들, 비폭력의 협정들을 무시했습니다.
우리는 죽이고 강간하고 갈라놓고 원주민 인간들을 노예로 삼고 그들이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들의 숲을 베어 넘어뜨렸습니다.
그들이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고 결정을 내렸더래도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p.67)

말문이 막힌다. 변명할 말이 없다.


여럿의 선의와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미치광이 한 명에 의해 부정되고, 결국 또 다른 죽음들.
제일 섬뜩했던 건 저것이었다. 약간의 지위와 힘과 무기만으로도 세계를 헝클어버리는 미치광이 하나.
내 눈에야 미치광이지만, 지구 인간이 제일 우선인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는 동지 또는 선구자겠지.


그 간극의 견고함이 공포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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