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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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후, 너무 훌륭해서 나만 알고 있었으면 하는 비밀 장소와도 같은 작품이 되었다. 추천작 이야기가 나와도 시침 뚝 떼며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라고 밝힌 미치오 슈스케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읽게 되었다. 빌려서도 아니고 오랫만에 장바구니를 그득하게 채워서.

하루만에 후루룩 읽고, 줄곧 열흘이 넘도록 아.. 그렇구나.. 그래.. 그르게.. 를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다.

1960년에 발표되었다는 이 추리소설은, 추리의 재미에 관해서라면 솔직히, 무척 시시하다.
홈즈처럼 나는 미처 몰랐던 단서들을 조잘되는 사람도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의뭉스러운 인물도 없다.
이러니까 이 소설은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야! 끝!' 이런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관성에 젖은 독서경험에 대한 반전이다, 라고 말하면 될까.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인건데, 누구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 강한 충격이라기보다는, 헤어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후 기저기서 유리창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에 문득문득 '맞아 내 머리가 이런 모양새였지' 하게 되는 느낌. 영 설명이 안 되는군.

기기묘묘한 독서경험이었다. 틀림없이. 이 책을 읽는 (아마도) 모든 사람이 어? 하면서 앞장을 다시 들춰보게 될 거고,
혹시 빼먹고 안 읽은-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단서는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천장과 바닥이 기우뚱~하는 기분을 갖게 될 거다.
졸고 있는 지도 모르다가 졸음에서 깨어날 때의 기분, 타이레놀의 도움으로 두통이 사라지고 시야가 환해질때의 기분, 충분히 권할 만 하다.

자꾸 다시 곱씹게 되고, 그럴 때마다 은근 재밌어 죽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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