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창 밖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은 없었는데 이미 하늘은 비를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다 보면 밖이 어떠한지도 모르고 하루를 보낸다.  

컴퓨터 화면은 비가 온다는 걸 알려주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의 날씨를 보면 알려주겠지만 그건 비가 온다는 말이지 비는 아니다. 

 
목이 아파 밖을 보았을 때 어두웠던 기운이 비로 변해 있다.  

비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그냥 감성과 낭만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비가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다.  

내가 고민이 많을 때는 비는 나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내가 즐거워서 들떠 있을 때는 나의 감정을 안정화시켜준다. 

 비는 나의 가슴 속 감정을 대신 설명해주는 듯 하다. 
 

아침의 비는 나를 커피숍으로 데려간다. 아침의 비는 통유리가 확 펼쳐진 커피숍에서  

따뜻한 향이나는 커피를 마시게 한다.  

밖에 흐르는 빗줄기를 보며 커피향을 음미한다.  

이 자체가 낭만이다. 이 자체가 즐거움이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이런 아침의 여유가 너무 행복하다.  

아침은 출근시간에 목숨 걸어야 시간이다.  

만약 이런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비 속의 여유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단지 주말의 아침에 비가 내릴 때는 가벼운 복장과 가벼운 신발을 신고 커피숍에   

가보라.

그리고 통유리가 있어 앞이 훤히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라.  

그리고 자신이 즐겨 찾는 커피를 마시며 밖의 비 소리와 자연의 태동을 느껴봐라.  

아마 자신의 생명의 박동과 같은 움직임을 비 속에서 느낄 것이다.  

그리고 비 속에 어린 낭만을 느낄 것이다.  


단지 커피숍이 아니라도 좋다.  

집 창문을 열고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빗소리와 바흐의 무반주첼로음반에서 나오는 음률을 동시에 듣고 있으면 내 몸 속에서  

생명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나무에 비가 쏟아지면 그 푸르름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곤 

 한다.  


점심의 비는 나의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아침의 비는 낭만과 여유라면 점심의 비는 지친 육체와 영혼을 조금 쉬게 해주는 비다.  

나를 차분하게 하고 내 몸의 피곤함을 달래주며 하늘에서 땅으로 거침없이 떨어진다.  

그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의 지친 영혼에 차갑고 시원한 빗방울이 흘러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점심의 비는 짧지만 나에게는 지침을 달래주는 친구이다.  

그리고 그 짧음이 나에게는 에너지가 된다.  


저녁의 비는 나에게 음악이다.  

퇴근하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빗방울은 우리에게 소우주를 선사한다.  

땅에 떨어진 빗방울은 파동을 일으켜 멀리 퍼진다.  

그 퍼진 파동은 또 다른 파동을 일으키며 소우주를 대우주로 만든다.  

그 신비한 모습은 우리가 옆에서 느끼는 음악의 파동과 비슷하다.  

차장 밖으로 흐르는 빗줄기를 보며 내가 즐겨듣는 음악의 선율을 귀에 대고 있으면  

자연과 내가 일치되어 나를 자연 속으로 여행하도록 한다.  

빗방울 속에 비친 자동차 라이트와 밖의 네온 사인들은 내가 간직한 오래된 음악들을  

음률 위에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 하다.  

저녁의 비는 음악이다.  

음악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하고 나의 뇌에 파동을 일으키게 하듯이 저녁의 비는 나의  

뇌에  음악과 같은 파동을 일으켜 나의 가슴에 노래를 선사한다.  

차장 밖의 빗소리는 내가 즐겨듣는 음악의 소리이고 내 귀 속에 들리는 오래된 음악은  

차장 밖에 비친 빗소리다.  

그 빗소리의 파동이 나의 심장에 울릴 때 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은 버스 안에서 잠시 동안의 여행을 한다. 
 

비는 나에게 소중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가르쳐주는 친구이다.  

비가 우리 곁에 있어 난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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