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ctor Erice_ El Sur
http://www.ft.com/intl/cms/s/2/6c6a21cc-a58f-11e1-a3b4-00144feabdc0.html#axzz1xLPSzhnw
이번 주 FT weekend의 Slow Lane 칼럼의 주제는 스페인이다. 제목은 "The Master of the Art of Living"
언제나처럼 한 문장 한 문장 밀도 높은 훌륭한 퀄리티. 뭐 전체 요지는 요즘 동네 북 역할을 그리스와 번갈아가며 맡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일종의 'mini-defence'임을 자처하며 시작해 , 문제는 스페인이 아니라 유럽이라고 일갈하는 듯한 뉘앙스로 끝나는 칼럼이다. 무엇보다 스페인을 찬양하고, 스페인의 'the art of living'을 설명하는 이 필자 특유의 방식에서 발휘되는 유연하고 풍성한 지성이 돋보이는 몇몇 대목은 밑줄을 치고 메모해둘만 하다. (가령, 'Gusto' 라는 스페인 단어로 논지를 보충하며,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유려하게 섞는 그 절묘한 조합의 기술이나, 복잡한 맥락이 있는 사건이나 인물을 몇 마디로 적확하게 그 맥락을 짚어주고 넘어가는 이 사람 특유의 압축 기술(단어 선택 기술)이 발휘된 대목들.)
이 칼럼의 필자에게 스페인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삶이 더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걸 알려준 나라이며("made me feel life was more various and richer than I had realised"), 맛, 기쁨 등을 뜻하는 'gusto'의 감각적인 원뜻에 가장 충실한 나라이다.
the word gusto, meaning vigorous enjoyment, zest or relish, is a Spanish word. Not just that the Spanish lived with more gusto but that they hadn’t lost touch with the word’s original sensuous meaning. A gusto in Spanish means according to taste and to be a gusto means to be at ease, comfortable in your skin. Another untranslatable “g” word in Spanish is gana, as in “porque me da la gana”, “because I damn well want to”.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영화감독 빅또르 에리쎄가 갑자기 언급되어 반가웠던 대목.
I happen to prefer the underrated and understated director Victor Erice to the much more prolific and flamboyant Pedro Almodóvar. Erice’s masterpiece Spirit of the Beehive, made while Franco was still alive, managed to say more about the half-buried memories and legacy (especially the legacy of silence) of the civil war than any film made subsequently.
나 역시 현란하게 인생을 상찬하는 알모도바르(엄청난 다작)보다 기억과 침묵의 유산을 그리는 탁색의 에리쎄(살짝 야속하기까지 한 과작)가 보여준 '삶'의 단면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며칠 전 개막된 유로 2012를 밤마다 한 경기씩 보고 자고 있는데 (처음에는 단지 개최지가 '폴란드-우크라이나'라는 이유만으로 보기 시작했다), 축구 한 게임 보는데 무슨 문명사와 문학사, 그리고 현재 복잡한 유럽 상황까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망상하며 투영하고 보느라, 전후반이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듯 끝나버린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서사가 충돌하여 뭔가 이야기의 단락이 생기고 경기의 맥락이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도사린달까.
물론 내 입장에선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 조편성이 있을까 싶은 A 조( 그리스, 폴란드, 체코, 러시아의 각 조합을 한번에 다 볼 수 있다니) 경기들이 가장 흥미롭지만, (특히 그리스와 폴란드 경기는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느 경기보다 흥미진진했다. 며칠 후 그리스와 러시아 경기, 폴란드와 러시아 경기도 볼 수 있다니 두근두근두근), 이 칼럼을 마침 읽게 되어 오늘 밤에 있을 스페인과 이탈리아 빅매치를 보는 맥락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축구라는 예술의 두 거장이자 "삶이라는 예술The Art of Living"의 두 거장이 그라운드 위에서 만난다.

Henri Le Sidaner_Table with lanterns in Gerver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