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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an Bunin's love stories
# '깨끗한 월요일'
끄레믈린 뒤로 넘어가던 만월을 보며, '마치 반짝이는 두개골같아요'라고 말하던 여인,
눈 위에 찍힌 그의 발자국을 그대로 밟아 따라가던 그녀.
그들의 걸음은 절뚝거렸다.
그는 워커 자국을 남기며 앞에 걸었고, 그녀는 숨을 몰아 쉬며 그 별 같은 자국을 그대로 따라 밟아갔다.
그가 뒤를 돌아다 보았다. "넌 .. 정말."
그는 이제 발자국 남기기를 더 하지 않았다. 낭떠러지를 만난 듯 그녀 또한 한 발자국도 단 한 발자국도 더 떼지 못했다.
그렇게 그 둘은 멀리 떨어져 얼어붙은 채로. 그냥 영원히 그곳에 그렇게 서 있었다.
그저 그 둘 뒤로 그들이 따로, 그러나 하나인 채로 걸었던 발자국들만이 조금씩 조금씩 지워져 가고 있었다.
조금 더 있으면 그들은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이따금 내뱉는 하얀 입김만이 가루가 되어 하얗게, 무겁게 어깨 위에 내려 앉고 있을 뿐. 모든 것이 어둡게, 그리고 힘들게 멈춰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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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느 깨끗한 월요일, 교회 앞에서 종신서원을 앞둔 수녀가운을 입은 채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간다.
# 사랑의 문법
'사랑의 문법'이 적혀있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이 대대로 한 집안에 내려온다면.
'네게 사랑했던 사람들의 가슴이 말해 줄 것이다.
"달콤한 전설 속에 살아라!"라고
그리고 손자들에게, 증손자들에게 보여 줄 것이다.
이 사랑의 문법을 '
사랑의 문법 책의 표지를 넘긴 순간,
사랑의 문법은 끝맺어진다.
# 일사병
사랑은 일사병과도 같은 것이라고.
사랑에 빠지면 눈에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고.
일사병같이 그 사람을 만나,
일사병같이 괴롭게 전율하다가,
그 태양이 없는 나라로 돌아가면 그 일사병의 징후를 잊을까.
'얼마 후 기선은 아침에 그녀를 싣고 떠났던 그 곳을 향해 출발했다.
어두운 석양은 앞쪽 먼 곳에서 사그라들었고, 졸리운 모습으로,
여러 가지 빛깔로 물가의 표면에 비춰져 잔물결의 일렁임과 함께 어딘가로 헤엄쳐 갔다.
중위는 갑판의 차양 아래 앉아 있었다.
일사병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이 10년은 늙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 파리에서
"좋은 수박과 정숙한 여자를 고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없지요."
그렇게 농담하며 파리를 여행하는 그였다.
"마치 수레가 길을 망치고, 여자가 영혼을 망치듯 물은 포도주를 망치죠"
그렇게 농담하는 그에게
그녀는 정말 부드럽게 움직였고 걸음걸이에 맞춰 그녀의 검은 원피스 또한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는.. 멈춰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프게 중얼거린다.
' 그렇다. 매년 낮이고 밤이고 비밀스레 단 한 가지만을 기다린다.
행복한 사랑의 만남. 그리고 진정 이 만남의 기대 속에서 산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다...'
그는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부질없음을 이번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 단편은 이렇게 끝난다.
'그는 전철 안에서 돌연 생을 마감했다. 신문을 읽던 도중
갑자기 머리를 조석의 등받이로 떨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그녀가 상복을 입고 묘지에서 돌아올 때는 따뜻한 봄날이었고,
부드러운 파리의 하늘에서는 여름 구름이 떠다니며
네 젊은 삶에 대해, 영원한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의 끝난 삶에 대해.....'
# 차가운 가을
약혼자를 잠시 보내야 하는 그녀.
'놀랍도록 빠르고 차가운 가을' 그녀와 작별하던 그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새까맣고 굵은 나뭇가지들과 뿌려진 반짝이는 별들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멈춰서서 그녀를 안는다.
" 집의 창문들이 가을풍으로 반짝이는 게 얼마나 특별한지.
난 살 것이고, 이 저녁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만약 내가 죽으면 거기서 널 기다릴게.
넌 살아야지.
세상에서 즐겁게 지낸 다음에. 그 다음에 내게로 와'
그는 죽었다.
그녀는 도시로 떠나왔고
살았고, 기뻐했고, 이제 곧 갈 것이다.
'단지 그 차가웠던 가을 저녁엔....'
Pushkin's love poems
차르스꼬셀로의 분수상(Tsarskosel' skaya Statuya)
소녀는 물동이를 놓쳤다.
떨어지자 돌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다.
소녀는 쓸모 없는 파편만 쥐고 망연자실.
너와 당신 (Ty i vy)
공허한 낱말 대신
그리고 내 마음 깊숙이 비밀스런 욕망이
사랑의 목마름으로 타오른다.
난 그녀 앞에 서서 생각에 잠긴다.
청년과 소녀 (Yunosha i deva)
한 질투 많은 소녀가 쓰라리게 흐느끼며,
청년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청년은 갑자기 잠이 든다.
소녀가 잠잠해진다.
그의 얕은 선잠을 어르며.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미소 짓는다.
Cesar C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