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무질  - '특성없는 남자1' (고원 옮김, 이응과 리을, 2010) 

 

 

나는 소설가들이 쓴 소설론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오에 겐자부로와 밀란 쿤데라의 소설론은 나에게는 바이블이나 마찬가지다. 

 오에와 쿤데라가 유럽 소설사의 중요한 작품으로 자주 다루었던 작품들 중에 우리말이 존재하지 않기에 더욱 궁금했던 두 작품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오스트리아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그 두 작품은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와 브로흐의 ‘몽유병자들’이다. 오에는 ‘소설의 방법’에서 한 장을 할애해 무질의 작품을 소개하고 분석한 바 있으며, 쿤데라는 ‘배반당한 유언’에서 무질과 브로흐를 극찬한 바 있다. 

 몇 년 전에 ‘몽유병자들’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어 반가웠는데,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무질의 작품까지 올해 번역되었다. 그것도 축약이나 부분 번역이 아니라, 완역이라니... 미완성 작품이고, 판본 문제도 좀 복잡하고, 무엇보다도 내용이 무척 난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작품이 완역이 된다니, 역자와 출판사에게 일단 무조건 응원을 보낸다.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데다, 영어로 찾아 읽을 만큼의 동기 부여는 안 될 것이 분명한 만큼, 평생 그저 ‘읽고 싶지만 읽을 수 없는 미지의 작품’으로 남을 뻔 했는데, 이렇게 한국어로 읽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인생의 횡재’다. 설사 오역이 있거나 우리말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일단 궁금하면 영어판이나 원서를 찾아볼  ‘동기’를 마련해주니, 이건 출발점부터 다르다. 무질의 텍스트는 이제 내게 '현존' 하는 것이다.  부디 무사히 출간 예정에 맞게 완간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런 고마운 기회가 무위로 끝나지 않도록, 또 그동안 기다려온 보람도 찾을 겸, 이 작품을 천천히 꾸준하게 계속 읽어가려고 한다.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음미해가며 독서노트를 작성해가며 읽어갈 생각이다. 매일매일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듯이. 짬이 날 때마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책이 예정대로 완간되길 간절히 바라는 독자의 마음으로 말이다. 1권을 다 읽어야, 2권, 3권을 재촉할 명분이 있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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