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의 밤




 남편 오십 만델슈땀이 비밀 경찰 체카에 의해 체포되던 1934년 5월의 어느 날 밤에 대한 묘사로 나제쥬다의 회상은 시작된다.

 오십의 성화에 못이겨 "안나 까레니나의 속도로" 모스끄바에 오게 된 아흐마또바,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집에 가지 않고 계속 밍기적거렸던) 어떤 번역가까지

만델슈땀 부부의 비좁고 허름한 아파트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자정이 넘어 느닷없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것이 그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잠시 동안" 나제쥬다의


 뇌리를 스쳤지만, 그것이 맞았다.



 같은 외투를 입은 다섯 명의 남자들은 집주인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문지방을 넘어 집안으로 들이닥친다.




 "그러자 집안은 곧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안제이 바이다 _ 윌코의 소녀들 Panny z Wilka   

   

 체카의 문학 분과 '숙련공'으로 이루어진 비밀 경찰들은 만델슈땀의 원고들을 마구 뒤지며,  

 

 불온한 것과 쓸모없는 것을 분류한다. 나제쥬다는 최대한 많은 원고를 빼돌리기 위해 그들의 상담역을 자청한다.  

 

그들 중 한 명은 나제쥬다에게 사탕을 건넨다.



 아침이 밝았고, 그들은 집주인을 데리고 떠났다.  

 

 그의 아내는 "간밤의 소동의 흔적을 간지하고 있는 빈 아파트에 덩그러니" 남는다.  

 

  그 순간은 문학도 시도 사상도 존재하지 않는, 무심한 삶만이 존재하는 순간이다.



 아무리 잘난 개인도, 아무리 신에게 재능을 부여받은 시인이라도 "찬란하거나 끔찍한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대다수의 무리와 함께 하는 단순한 길"이 주어진다.  

 

 "다락방에서의 죽음"은 시인에게도 너무 큰 사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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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체포와 비밀 경찰의 급습, 수색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언제나 내게 일종의 '폐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을 아무 예고 없이 아무 양해 없이 밀고 들어오는 공적인 힘.

 너무도 크고 위압적인 검은 그들은 내 작고 보잘것 없는 세계의 지붕을 가리며,

 내 은밀한 치부와 소중한 비밀들을 헤집는다.

 나의 공간은 그들과 함께 있기엔 너무나 좁고. 내밀하다. 그들의 침입과 유린은 너무 도착적이고 외설적이다.

 집안의 친숙한 집기들은 그들의 몸과 손에 의해 마구 다루어지고,

 추억이 어린 사진들과 손 떼 묻은 방석들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군다.

 숨조차 편히 내쉬지 못한 채, 나는 마치 기계처럼 짐을 싸고 열없이 작별인사를 나눈다.

 이것은 무척이나 원초적인 공포이다.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사적인 공간과 사유를 가질 권리, 최소한의 익명성을 유지할 권리.  

 

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에게는 말이다. 

 

 잠자리 그대로 도시 한복판 대로변에 누워 있다 출근인파 속에서 잠을 깨는 꿈은 나의 가장 끔찍한 악몽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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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비밀 경찰의 급습, 수색, 체포에 대한 기억과 공포가 폐소공포증의 이미지로 묘사된 러시아 20세기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그러고보니 많이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하름스의 '엘리자베따 밤'의 방.

 나보꼬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친친나트의 감방.

 히뚜륵의 공동아파트 애니메이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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