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들의 책사 - 고려시대 편
신연우.신영란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몇 번이나 보고 지나치던 책이었습니다. 재미있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왠지 사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더란 말이죠. 그러던 중 형이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습니다. (회사에 도서관도 다 있고, 좋은 곳이지요.) 『제왕들의 책사』라는 제목이 일단 눈길을 끕니다. 책사라. 관중이나 제갈공명 같은 사람들도 우리네 역사에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단 말이지. 삼국지연의를 좋아해서 수십 번을 다시 보고, 제갈공명의 이야기를 보며 가슴뛰었던 나로서는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나 이건 그런 소설은 아니더군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소설을 쓴 게 아닌 이상 제갈공명의 이야기처럼 환상적이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당연히 국왕이 있으면 신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신하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지요. 드라마 『태조 왕건』이나 그 이후의 KBS 고려 연작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등을 열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만한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최응이니 유금필, 정중부나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 등의 인물들 말입니다. 『제국의 아침』은 제가 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 쌍기가 나오겠지요.


아쉬운 부분 몇 가지를 거론하자면, 우선 역사서임에 틀림없는데 역사 관련 오기(誤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신라 경순왕을 당당히 55대 왕이라고 기록한 것부터 해서, 왕명을 잘못 적어 놓았다든지 하는 것이 너무 많아요. 저자와 편집부가 꼼꼼히 뒤지지 않은 것이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또 하나는 앞뒤를 자르고 너무 많이 뛰어넘은 부분들입니다. 책 앞부분은 모든 왕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서술하는데, 무인시대 앞뒤를 너무 많이 잘라냈어요. 묘청과 김부식의 대립이라든지 고려의 대몽항쟁 관련 이야기도 할 게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마지막에 신돈의 이야기도 너무 뜬금없이 살짝 튀어나와요. 신돈을 설명하려면 그가 왜 요승이라고 불리는지도 살짝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사실 요즘의 드라마 『신돈』이 나오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신돈을 정치가보다는 요승으로 인식하지 않았던가요?

책 자체는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빌려온 형은 이 책을 보면서 "역사 교과서가 이렇게 재미있게 쓰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고 말하더군요. 물론 반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역사 공부를 했다간 큰일날 겁니다. 흥미를 유발하는 데엔 아주 좋겠지만요.


혹여나 『제왕들의 책사』라는 제목에는 혹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고려시대는 왕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어느 시대라고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고려시대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왕과 신하를 중심으로 풀어나갔을 뿐, 제갈공명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저 신하 중에는 무신도 있고 반역을 꾀한 사람도 있으며 왕을 부려먹은 사람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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