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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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정말로 비범하면서도 유쾌하다. 일반적인 수학 도서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재치있게 쓰여졌다. 재밌게도 Love Triangle이란 원제부터 스탠디업 코미디언인 제임스 에이캐이터의 농담으로부터 나왔고 한다. "모든 삼각형은 내가 삼각형을 사랑할 때 삼각관계가 된다." Love Triangle을 삼각관계와 사랑의 삼각형,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유머다. 정말로 저자의 머릿속은 종잡을 수가 없다. 휴가 기간에 도쿄에 갔을 때도 스카이트리에 드리운 그림자 끝자락을 보고 건물의 높이를 계산하는 모습. 그 또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있는 교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삼각형은 자연의 스도쿠와 같다"와 같은 비유나 언어유희로 풀어낸 덕분인지 어떤 수학적 개념이 등장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2. 삼각형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는 수학 교양서. 어찌보면 단순한 도형이 거대한 지식의 근본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독특하다. 삼각형은 일상에서 우주까지 모든 곳에 존재한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토지 측량 문제가 적혀있었으며, 홍수 이후 경작지를 재분배하기 위해 기하학이 탄생하였다. 트럼프가 무심코 올린 사진에 삼각법을 이용하니 중요한 일급 비밀이 유출되기도 하고, 초은하단 같은 대형 구조물의 크기를 측정하는 기술이 되기도 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일화의 향연이다. 이 책은 수학의 실용적 측면을 보여주려는 데 주안점을 둔 것 같다. 수학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다. 오히려 삶의 모든 영역을 지탱하는 현실의 도구다.


3. 이 책의 핵심은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라는 문장일 테다. 이것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 이 책은 무미건조한 수식만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삼각형이 모든 복잡한 형태의 기본 구성 요소임을 강조한다. 수학에서는 연속적인 격자 요소들의 집합을 메시(mesh)라고 하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삼각형 메시는 비디오 게임, 영화 CG, 3D 프린팅 등 현대 기술의 핵심 동력이 된다. 대게 기하학은 고등학생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여겨진다. 이는 풍부한 공간적 상상력이 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두려워했던 기하학적 세계관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큐레이터다. 경이로운 도형과 수식 앞에서 아름다운 설명을 곁들이는 우아함. 모든 것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4. 수학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교양서이다. 유튜브부터 코미디 쇼까지 수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한 저자의 경험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수학의 장점을 생각할 때 대부분 엄밀함을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되려 엉터리 같은 계산으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도쿄 스카이트리의 높이를 계산할 때도 어림짐작을 보여주며, 이러한 접근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걸 솔직하게 말한다. 이러한 대목에서 수학 문제에 부딪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수학은 엄밀하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를 절실하게 느낀 과목이기도 했으니. 수학 전문가도 이렇게 난관에 부딪히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레 친근감을 느낀다. 수학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저자의 애정과 세심함이 엄청나게 더해졌을 것이다. 삼각형을 사랑하는 '궤도'라면 아마도 이런 책을 쓰지 않았을까. 이처럼 친구처럼 따뜻하면서도 예술처럼 아름다운 수학의 파노라마를 경험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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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컨셉 사전 - 죽은 콘텐츠도 살리는 크리에이터의 말
테오 잉글리스 지음, 이희수 옮김 / 윌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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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 정도로 독창적이면서, 규정하기 어려운 분야도 없을 거 같다. 단지 눈에 보기 좋은 결과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더 복잡다단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바이블이란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부터 이론까지 폭 넓은 주제, 우리가 디자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정말로 부족함이 없다고 느껴지는 탄탄한 구성이다. 혹여나 각각의 설명이 짧다고 느껴질 독자를 위해, 마지막에는 더 읽을 거리도 소개해주는 센스까지. 이것은 야심을 넘어 급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비판적 해석에도 거리낌이 없는 모습. 이렇게 창의성은 익숙함과 결별한 채 다양한 아이디어가 뒤엉키면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용과 구성면에서 모두 창의적이다. 디자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이보다 더 완벽한 책은 없지 않을까.


2.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과거에서 답을 찾기 위해 디지털 그래픽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 시절에도 컴퓨터의 등장이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를 허물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전전긍긍하였다. 하지만 디지털 디자인은 흥미진진한 대안으로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급부상 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아트 디렉터는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디자이너의 개념을 바꾸는 건 자명하지 않을까. 저자는 그들이 그저 보기 좋은 이미지를 복제하는 역할로 남는다면 조만간 쓸모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리엘 쿠퍼를 말을 빌어 디자이너가 기술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실마리를 제시하는데, 이렇게 과거부터 미래를 아우르며 펼쳐지는 진지한 담론이 매우 흥미로웠다.


3. 어느 역사가 복잡하지 않겠느냐마는, 그래픽 디자인의 뿌리 깊은 역사에 새삼 감탄하면서 읽었다.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주요 사조를 심도 깊게 다루면서도, 앞선 사조가 다음 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명확하게 설명한다. 게다가 디자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준비된 풍부한 이미지 자료가 큰 도움이 되어준다. 이미지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기에 최적이다. 자유분방한 히피 운동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사이키델릭 그래픽을 목도하게 되는 식. 언뜻 보기에 몰상식한 결과물조차 이렇게 다양한 맥락 속에서 탄생했음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4. 그래픽 디자인 뿐만 아니라, 이것을 담는 매체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예전에 그래픽 디자인을 얘기하면 포스터 속 작업물을 얘기하겠지만, 지금은 UI/UX와 소셜 미디어를 찾는 것처럼. 특히, 인터넷 시대에서 가장 중요할 웹 사이트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유행한 이유는 모바일 화면이 작아지면서 가볍고 단순한 디자인의 필요성이었다. 기술과 디자인은 무관하지 않다. 네트워크 속도가 발전하면서 웹 디자이너가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은 넓어지고, 스스로가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코딩 지식을 겸비하기도 한다. 이처럼 디자인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매체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살아남는 생명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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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 - 공간에 가치를 더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비주얼 머천다이징
목경숙 외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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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이런 책은 읽기 전부터 기대된다.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같은 공간을 연출한 유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조언이 아니라 "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이란 제목 그대로 매장에 집중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맘에 든다. 진열 테크닉처럼 세심하고 깊이 있는 접근 방식으로 채워져 있다. 상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골든 스페이스로 상정하여 핵심 상품을 배치하도록 권유한다. 이보다 낮은 공간에는 재고 상품, 높은 공간에는 매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식.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삽화나 사진도 풍부하다. 이렇게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2. 이것은 매장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고객의 경험과 감정을 섬세하게 설계하는 작업에 가깝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가? 이제는 상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매장은 브랜드를 느끼고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자크뮈스 팝업스토어는 하얀색으로 브랜드가 지닌 감성과 철학을 조화롭게 풀어낸다. 파리의 르 봉 마르셰 백화점은 체험형 전시로 고객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장소로 변모하고. 이처럼 저자들이 준비한 다양한 글로벌 사례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3. 그렇다고 저자는 이상적인 담론만 나열하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손님이 더 오래 머물까?", "왜 똑같은 상품인데 여긴 더 잘 팔릴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공간과 상품, 조명과 진열, 색감과 정보 전달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중요한 건 고객의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고객의 움직임에 따른 설계를 차근차근 풀어낸다. 입구는 호기심을 주고, 매장 초입은 시선 유도와 흥미를 유지시켜야 한다. 그 이후 공간에서는 감정적으로 몰입시키고 확신을 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번에 납득할 만큼 명쾌하고 강력한 분석이었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이 매장의 매출을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점을 실감한다.


4. 특별한 요행이나 정해진 공식을 바라지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간 사고력이 아닐까. 매일 새롭게 배우고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고유한 전략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상식을 뒤집고자 한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은 디자인 감각과 센스의 영역인가? 저자는 되려 공간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가 중요했다고 말한다. 공간의 목적과 사용성을 고려한 배치, 고객의 움직임에 대한 배려와 같은 해법은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피드백에서 나온 것일테다. "지금 당신의 매장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있는가?" 그는 우리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지혜와 유익한 내용이 잘 만들어진 팝업스토어처럼 풍성했던 매력적인 교양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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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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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니체 가이드. 다만 세속적이고 진부한 자기계발서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개인주의에 빠진 현대 사회의 순응을 부추길 수도.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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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 불확실한 시대, 최고의 결정을 이끄는 확신의 프레임
피터 애트워터 지음, 송이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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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키우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통념을 뒤집기 위해, 감정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 사분면‘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행동경제학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의사결정 전략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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