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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컨셉 사전 - 죽은 콘텐츠도 살리는 크리에이터의 말
테오 잉글리스 지음, 이희수 옮김 / 윌북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 정도로 독창적이면서, 규정하기 어려운 분야도 없을 거 같다. 단지 눈에 보기 좋은 결과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더 복잡다단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바이블이란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부터 이론까지 폭 넓은 주제, 우리가 디자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정말로 부족함이 없다고 느껴지는 탄탄한 구성이다. 혹여나 각각의 설명이 짧다고 느껴질 독자를 위해, 마지막에는 더 읽을 거리도 소개해주는 센스까지. 이것은 야심을 넘어 급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비판적 해석에도 거리낌이 없는 모습. 이렇게 창의성은 익숙함과 결별한 채 다양한 아이디어가 뒤엉키면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용과 구성면에서 모두 창의적이다. 디자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이보다 더 완벽한 책은 없지 않을까.
2.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과거에서 답을 찾기 위해 디지털 그래픽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 시절에도 컴퓨터의 등장이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경계를 허물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전전긍긍하였다. 하지만 디지털 디자인은 흥미진진한 대안으로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급부상 한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아트 디렉터는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디자이너의 개념을 바꾸는 건 자명하지 않을까. 저자는 그들이 그저 보기 좋은 이미지를 복제하는 역할로 남는다면 조만간 쓸모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리엘 쿠퍼를 말을 빌어 디자이너가 기술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실마리를 제시하는데, 이렇게 과거부터 미래를 아우르며 펼쳐지는 진지한 담론이 매우 흥미로웠다.
3. 어느 역사가 복잡하지 않겠느냐마는, 그래픽 디자인의 뿌리 깊은 역사에 새삼 감탄하면서 읽었다. 아방가르드나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주요 사조를 심도 깊게 다루면서도, 앞선 사조가 다음 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명확하게 설명한다. 게다가 디자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준비된 풍부한 이미지 자료가 큰 도움이 되어준다. 이미지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기에 최적이다. 자유분방한 히피 운동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사이키델릭 그래픽을 목도하게 되는 식. 언뜻 보기에 몰상식한 결과물조차 이렇게 다양한 맥락 속에서 탄생했음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4. 그래픽 디자인 뿐만 아니라, 이것을 담는 매체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예전에 그래픽 디자인을 얘기하면 포스터 속 작업물을 얘기하겠지만, 지금은 UI/UX와 소셜 미디어를 찾는 것처럼. 특히, 인터넷 시대에서 가장 중요할 웹 사이트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유행한 이유는 모바일 화면이 작아지면서 가볍고 단순한 디자인의 필요성이었다. 기술과 디자인은 무관하지 않다. 네트워크 속도가 발전하면서 웹 디자이너가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은 넓어지고, 스스로가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코딩 지식을 겸비하기도 한다. 이처럼 디자인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매체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살아남는 생명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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