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제, 하버드를 쏘다
안재우.안재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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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나 감히 해외여행조차 못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서 공부를 한터라 저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부럽기는 하다만, 막상 내가 갔었더라면 성공했을까는 사실 의문이다.

한국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목표를 높이 세우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자는 이만큼만 해면 돼, 하는 내면화된 낮은 동기가 그러했고.

아이들을 가르쳐봤고, 나 역시 유학 생활을 경험해 본 지금은, 가장 놀라운 것은 저 아이들의 성공보다 저 아이들을 그토록 헌신하게 만든 그 대단한 동기 부여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점이 었다.

공부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지만, 어디서 뭘 하고 살든, 실력과 학력이 남들보다 많은 기회를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A 밖에 못해서 A를 하며 살아가는 삶이라기보다, A도 B도C도 할 수 있는데, A를 선택하는 삶을 열 수 있다는 것이, 공부 잘한 이들이 살며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하겠다. 늘 내 인생에 복수의 기회를 가지고 살려고 애썼고, 지금도 나와 같은 처지의 태반의 다른 여자들보다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산다.

하지만 이제 갓 스물, 하버드에 들어간 당찬 어린아이들을 보며, 해주고 싶은 말은 삶의 내면이 채워지는 것은 학업이나 성공은 절대 아니라 이제부터 채워 가야할 아직 빈 그릇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목표만 보고 매진하고 달려 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어 보아야 할 일 중 몇몇이 인생의 풍경을 어찌 바꿀지는 또 모를 일이다.

어느 여자를 만나 가슴뛰게 사랑해보고 그리워서 차마 공부가 안되는 순간도 있어야 하고,

그래보아야....사랑에 미쳐 학점을 망치고 경쟁 대로에서 낙오라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악물고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태생적인 조건을 이유로 (넌 여자니까, 넌 동양인이니까..) 원하던  곳 한 발자국 전에서 무냅?꿇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보아야 차별당하는 이들을 서러움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고,

태어나길 천재에 팔방미인으로 태어나 도저히 따라갈 엄두가 안나는 잘난 이들도 만나보아야 할 것이고,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아야....그 그릇들이 채워지지 않겠느냔 말이지.

 

어쩌다보니 나는 숱한 엘리트들을 만나봤는데,

누구보다도 정글의 법칙에 매서운 사람들이 많더라.

왜 의사로 살아가는지, 왜 박사를 하는지,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맘추어서 생각 한 번 안해본

사람들이 많더라.

참으로 아쉽더라.

내일 고객이 한명 더 오는 것이 주 관심사라 말하는 의대 수석입학 졸업에 빛나는 강남 한 클리닉의 의사의 말을 듣고는 참 아쉽더라. 그런 엘리트 들이 이 땅에 허다하더라. 참으로 아쉽더라.

하버드? 좋다....그러나....하버드에 가는 너의 소명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 것이냐?

소명이 없다면, 어떤 성취도 빛이 바랜다.

개인의 성취가 단순히 부모의 자랑거리나, 부모에 대한 보답을 뛰어넘어, 독립적인 가치를 지니려면,

공부 이외에 다른 것들로 삶을 더 채우고 멈춰서 생각하기 바란다.

그리고, 아무쪼록 그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부디 허무하지는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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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로 성취한 건 없는데, 돌아보니 참 허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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