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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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A Fat Girl이라는 원서를 읽은 적 있다. 그건 자전적 수기였는데   

어릴 적 애정 결핍이 폭식과 비만으로 이어진 한 중년 여성이 담담하게  

풀어놓은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참 가슴이 아팠다.  

어머니와 자길 두고 떠나버린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딸에게  투사시켜서 넌 문간의 발닦개 같은 존재라고 부르며 혁대로 때리는 엄마, 먹기 싫은 음식을 먹아야 하고 싫은 걸 먹다 못해 토해도 다 비울 때 까지  식탁을 떠나지도 못하게 하며 오로지 자기 스타일의 옷과 헤어스타일만 강요하던 엄한 할머니, 그리고 단 한 명...아껴주고 사랑해주며 받아주던 외삼촌은 동성연애자로 사회의 변경에서 떠돌다 그만 자살해 버리고......그런 환경서 자란 여자아이는 자신에 대한 혐오와 애정에 대한 굶주림을 쉴새없는 폭식과 반복되는 다이어트와 요요현상과 거식증...을 왔다갔다하며 살아간다. 옷장속에는 66사이즈부터 99사이즈가 넘는 옷들을 다 걸어놓고.  

난 여자들의 비만과 거식증 문제는 기본적으로 애정 문제, 그것도 자기애의 문제라고 본다.  

누구에게도 보여도 좋을만한 육체를 만들어 보여야 내가 나를 용납할 수 있다고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은 자신을 고문한다. 자기애가 부족하다고 모두 다 비만과 거식증에 시달리는 vice versa가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한 건.....I've been there라는 처절한 공감이 든다는 거다. (젠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먹어버리는 (심지어는 먹고 자기까지 하는) 못된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무언가 자꾸 헛헛해서 (요요현상 중에 그러더라) 꾸역꾸역 무언가를 먹다가 아주 참담한 자기 혐오에 차라리 칼을 들어 살을 잘라버릴까....는 자해 충동조차 들더라만.  

여전히 누구에게도 보이기 좋은 때깔을 선 뵐 때...나 스스로 기분이 너무 너무 좋아지는 이 기제는 극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상관 없이 나는 그냥 나이다,라고 말해 보았자 소용없다. 그건 책에서나 나오는 소리. 진실은 항상....코르셋에 밀어넣은 살점 하나하나까지가 다 '나'라고 소리지르지 않는가 말이다. (흠..사실 코르셋 따윈 입지는 않지만 말이다. 비유적 표현이라 보자...ㅎㅎ)  

이 소설이 가슴 아픈 건 말이다.  

자기를 사랑 못하는 여자들이 떼거리로 나와서  자기애가 부족한 인간들이 서로도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끔찍하게 보여준다는 거다.   

거식증이 자기애가 부족한 여자들이 열심히 자기를 사랑하는 척 하는 거라는 점에서 무시무시하다는 데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타인과도 열심히 공감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전혀 사랑도 이해도 없다는 게 그러나지 않는가.  

 어째 이 세상에 사랑을 아는 인간은 없고 사랑하는 척만 하는 인간만 늘어나서,  

사랑이 넘치는 척 - 명품으로 휘감고 보기 좋은 몸들을 선 보이면 열심히들 사랑하는 척만 하던가. '척'이 넘쳐날 수록 공허도 더 깊어만 가네.  그 공허감때문에 또 끝임없는 식탐에 시달리면서 그 식탐이 육체의 허기가 아니라 영혼의 허기라는 건 도통 외면하고 살아갈 테지.  

이 작가의 전작은 그저 그렇더만. 강남 아이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사는 구나...정도로 신기하고 말았는데, 이번 책은...껍데기만 보는 줄 알았던 작가가....아예 영혼을 보여주려고 포를 뜨는 구나 싶을 정도로...읽으면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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