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타버스 - 다음 세상이 온다
남주한 외 지음 / 포르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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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라는 말은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다. 이는 meta-와 유니버스의 -verse가 결합한 말로, 3차원 가상현실 (쉽게 말하면 3차원 인터넷)을 말한다.

현재 메타버스에서 논하는 가상현실은 VR, AR, ER,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로 아직은 무거운 고글을 쓰고 접속하며 몇 분 이상 쓰면 어지럽고 토가 나오기도 한다. (어린이 용 스토리텔링 VR을 실제 보기는 했는데, 헤드기어에 아무리 귀와 꽃을 달아도 헤드기어가 무거워서 아이들은 몇 분이상 쓸 수가 없었다. )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로, 쉽게는 실제 스트릿을 폰으로 비추며 포켓몬 몬스터를 잡는 걸 생각하면 된다. XR, Extended Reality는 확장현실이라고 하며 앞의 것들을 모두 결합한 형태라고 한다.

<포스트 메타버스>라는 책은 원래 post-의 뜻대로 메타버스 이후의 세계가 아니라, 메타버스가 도입된 이후의 세계를 카이스트의 여러 교수들이 전공 분야와 엮어서 예측하거나 현 기술의 발달 정도를 말해주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윤상호 교수가 쓴 아바타 간의 촉각 인터액션부분이었다. 소설 속 메타버스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처럼 고글과 글로브 같은 기어를 착용하고 접속하고, 그 가상의 공간 안에서 아바타들이 교통 수단을 타고 이동하고,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유저의 아바타와 데이트를 하고, 펍 같은 곳에 모여 즐기는 그런 공간이 된다. 이 펍에서 사무라이 칼을 멘 전사 아바타들은 칼싸움을 하며 대결을 하고, 칼에 베어서 아바타가 패해 죽으면(?) 접속이 끊기고 일정기간 접속이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또 아바타끼리 악수를 하면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다. 윤성호 교수가 쓴 챕터의 제목이 그래서 메타버스에서 악수하기이다. 소설에서 그리는 촉각 인터액션이 구현될까 싶어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촉각 인터액션은 두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 Better Sense of Presence 더 나은 존재감과 Access-on-the-go 어디에서든지 접속이 가능함. , 디스플레이, 센서 및 피드백 테크놀로지 개발로 가상현실 안에서의 더 나은 존재감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휴대가 가능한 접속 장치로 어디에서든지 접속이 용이해야 하는 전제의 충족을 목표삼고 있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이 정말로 현실을 대체할 정도 혹은 현실과 혼동할 정도가 되려면 이 촉각을 포함한 감각 인터액션 기술이 얼만큼 발전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이동만 교수도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스마트 도시공간이라는 글로, 가상현실이 도입된 후에 인간의 오프라인 공간인 도시와 메타버스가 어떻게 어우러져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쓰고 있다. 이 논의 또한 앞으로의 라이프 스타일과 마케팅에 굉장히 중요한 개념 같다. 비고츠키에서 비롯된 3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Homi Kharshedji Bhabha가 이론으로 정립하고 도시에서 공동체 공간과 공적 공간/ 사적공간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면서 현재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 바, 메타버스와 대중화된 세계에서 오프라인 현실과 온라인 현실이 어우러진 스마트 도시에 대한 논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택근무가 성행하면서 물리적인 장소로 semi-public place가 부상하고 이걸 fifth place라고 부르는 학자들조차 있으니, 아마 이동만 교수가 말하는 장소성 연구는 이후 공간을 정의하는 주요한 담론이 될 듯 싶다.

이외애 매타버스에 대한 거시적인 시각과 문화 예술 및 콘텐츠에 끼치는 영향, 버츄얼 휴먼에 대한 고찰 등도 이 책에 골고루 담겨져 있으니, 관심 분야에 따라 읽어보면 되겠다. 내게는 이 두 챕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한두 챕터 정도는 메타버스에 대해 비전문가인 나조차도 쓸 수 있을 정도의 글도 보였다. 특히, <스노 크래시>를 읽어보지도 않았는지 내용을 잘못해서 이러이러하다고 쓴 글은 지적인 태만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스노 크래시>라는 소설은 단순히 메타버스에 대한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현실에서는 배달부가 최고의 직업이며 (요새 배달의 민족 등의 배달부들이 서서히 부상하는 것도 같다?), 수메르 언어를 기초로 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아바타로 접속한 사람의 뇌를 포맷해 버리는 음모론이 등장한다. 거기에 주인공인 히로는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주일 미군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메타버스의 개발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90년대 초에 일본에서 자란 흑은-한국인 개발자라는 소수성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 것도 의외였다. 96년도에 초역판을 읽었고, 현재에는 2008년도에 다른 번역판이 나와있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다른 미래들도 올지는 두고 보아야 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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