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뒤라스가 펼쳐 보이는 프랑스판 ‘부부의 세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뒤라스의 마지막 연하의 연인 얀 안드레아가 읽고 반한 후 뒤라스를 추종하다가 연인까지 되게 만든 소설이다.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서사이기는 하다. 그러나, 체험으로서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역설은 그렇다. 체험된 모든 사랑은 변질되는 바, 변질된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파트너의 외도를 허용하는 체험이야기이다.

가끔 이런 역학이 아주 재미있기는 하다. 왜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같은 거랄까. 기존의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단 하루만 그 질서를 뒤집어 엎어보는 장을 허용하자, 그러면 다음 날 다시 아랫 것들은 잠잠히 기존 질서 안으로 돌아온다는 그런 역학. 부부 관계도 너무 오래 같이 살다보면 그 관계의 친숙함이 역치를 넘어가 버리고, 그래서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외도도 괜찮은 역학이 왜 난 수긍이 잘 가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아직은) 꿈도 못꿀 관계 역학인 것 같다. 한국의 부부 파트너 관계는 개인과 개인이 만난 관계가 아니라서, 어디까지나 나이고 어디까지가 우리이고, 어디까지가 니네 부모와 어디까지가 우리 부모인지, 너무들 들러붙어서 힘들게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결코 떨어질 줄 모르는 그런 게 있어서.

이 책 주인공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 또한 경험(108)이지만, 사랑에는 휴가가 없다(306)고 한다. 바다 이쪽은 무지 더워 답답해 죽을 것 같고, 바다 건너편은 덜 더워보이는 법이다. 타키니아에는 아름다운 말들이 있다고 하나, 타키니아에 가지 않는다. 저기가 여기가 되면, 저 사랑이 내 사랑이 되면, 또한 변질되기 때문이다.

휴가는 없어도, 쉼표는 찍어도 좋을텐데 싶다. 주인공 사라가 하룻밤 외도를 저지르고, 이미 여러번 외도를 저지른 남편이 상대남과 사라에게 같이 여행갔다와도 좋다고 해도 사라는 가지 않기로 한다. 저기가 여기가 되면, 저기도 여기와 똑같다는 걸 알면, 저기가 저기에 있어서 설레고 아름다움 동안 그냥 아름답게 내버려 두고도 싶은 법이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타키니아의 말들은 아름답다.

아이디어는 겨울에 더 잘 떠오르지만, 인간의 진정한 본성은 여름에 더 잘 드러난다. 인간의 품행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 의미심장하다. 태양 아래에서, 각자의 성질이 제대로 드러난다. - P2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