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알마 인코그니타
올리비아 로젠탈 지음, 한국화 옮김 / 알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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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로젠탈의 연작 단편 모음집이다. 타셈 싱 감독의 영화 <더 셀>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각 단편마다 다른 글씨체로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가 변주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현실에서 주인공들은 죽어가고 있거나 혼수 상태에 빠져있고, 무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아가 숨거나 탐험하거나 끝도 없는 여정을 떠나거나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를 들면,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누구인지도 모를 추격자들에게 며칠이고 도망쳐 빈 집 뒤켠에 숨는 얘기부터 시작이 되는데, 주인공은 사랑하던 여자를 버리고 혼자 숨는다. 아마 자신의 일부를 버리는 과정인 것 같고,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는 추격자들로부터 숨는 그런 과정 같다.

우리가 죽어갈 때 혹은 혼수 상태라 의식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무의식의 세계에서 육체가 버텨주는 만큼 하나의 세계가 오그라들 때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좋다. 나는 실제 수면마취로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하기는 했다. 우리 무의식이 구성해낸 다른 세계가 거기 내면에 있더라.

이런 글은 죽음에 집착하는 이가 쓰는데, 사실 난 죽음에 집착하느라 삶을 낭비하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뭘 이렇게까지 죽어가는 과정을 파고들까 싶다만, 죽어갈 때 우리 의식이 어디서 어떻게 헤매일지 궁금한 사람들은 읽어보면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 두 가지. 죽음으로 넘어간 이들이 아니라 죽을 뻔 했다가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이므로, 이건 그냥 뇌에 아직 활동이 남아있을 때 우리 뇌가 마지막 자기 보존을 위해 만들어내는 세계일 뿐이다. 죽음으로 넘어간 이들은 말을 할 수 없고, 임사 체험은 가까이 갔다가 돌아온 이들이 이야기일 뿐이다. 둘째, 각자가 죽어가며 겸험하게 될 임사의 세계는 각자의 생각과 경험치와 감정에 따라 다 다를 수 밖에 없어서, 꼭 이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 뇌가 죽어가며 자기 보존을 위해 의식을 마지막까지 가두어 두는 의식구성체가 어떤 세계로 우리 속에서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 세계를 묘사한 상상력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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