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기분이다.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사별도 하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 게 겁날 뿐이다.-109p쪽
밤은 스이를 닮았다.
낮에 생각하면 어렴풋하고, 대단할 것 없이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밤이 찾아오면,
그 어둠의 피부 감촉이란, 거역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순수다.-133p쪽
"그렇게 시큰둥한 표정 짓지 마, 살아 있으니까.
하나 하나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실화니까.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하고 제 아무리 닮았어도,
지금 여기에, 너만을 향하고 있는 살아 있는 언어니까."-159p쪽
"타인의 문장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더듬어 가는 셈이잖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기 자신이 집필하듯이.
그러면 어느 틈엔가 타인의 사고 회로에 동조하게 되거든. 참 묘한 일이지.
위화감이 없는 데까지 파고들어 가기도 하고.
어디까지가 진짜 자기의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고,
평소 생활에까지 타인의 사고가 뒤섞여 들어오고.
영향력이 강한 사람의 책을 번역하다 보면, 그냥 독서를 하는 것보다 몇 배나 영향을 받게 돼."
-142p쪽
"너, 내가 항상 한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가 말하자,
"옛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렇지가 않았는데 말이지.
모두 언제라도 한가하고 상냥했었어."
라며 스이는 웃었다 -149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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