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구판절판


묘한 기분이다.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사별도 하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 게 겁날 뿐이다.-109p쪽

밤은 스이를 닮았다.

낮에 생각하면 어렴풋하고, 대단할 것 없이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밤이 찾아오면,

그 어둠의 피부 감촉이란, 거역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순수다.-133p쪽

"그렇게 시큰둥한 표정 짓지 마, 살아 있으니까.

하나 하나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실화니까.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하고 제 아무리 닮았어도,

지금 여기에, 너만을 향하고 있는 살아 있는 언어니까."-159p쪽

"타인의 문장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더듬어 가는 셈이잖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기 자신이 집필하듯이.

그러면 어느 틈엔가 타인의 사고 회로에 동조하게 되거든. 참 묘한 일이지.

위화감이 없는 데까지 파고들어 가기도 하고.

어디까지가 진짜 자기의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고,

평소 생활에까지 타인의 사고가 뒤섞여 들어오고.

영향력이 강한 사람의 책을 번역하다 보면, 그냥 독서를 하는 것보다 몇 배나 영향을 받게 돼."

-142p쪽

"너, 내가 항상 한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가 말하자,

"옛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이렇지가 않았는데 말이지.

모두 언제라도 한가하고 상냥했었어."

라며 스이는 웃었다
-149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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