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했지?"
"응. 다들 슬퍼할 거라고 했어."
"응... 그건 주관적인 생각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죽어도 이 세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갈 거야."
"되게 작은 존재네."
"아무튼.. 그 작은 존재인 내가 죽으면 육체라는 게 남겠지?
물과 탄소와 암모니아와 석회와 인과 염분과 질산칼륨과..."
"유황과 마그네슘과 불소와 철분과 규소와 망간과 알루미늄이지?"
"그래. 그것들과 몇 가지 원소의 합성물에 지나지 않게 돼. 육체라는 건.
결국은 박테리아에 분해되어 식물의 영양분이 될 운명이지.
하지만 그 식물은 초식 동물을 키우고, 초식 동물은 육식 동물을...
그렇게 우리가 의식 못하는 곳에서도 당연한 듯 순환하고 있는거야."-38p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