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이시하 

 

 낡고 어두운 그림자를 제 발목에 묶고 생의 안쪽으로 타박타박 걸어들었을 테지 비에 젖은
 발목을 끌며 어린 날개를 무겁게 무겁게 퍼덕였을 테지, 가느다란 목덜미를 돌아 흐르는 제 절박한 울음소리를 자꾸자꾸 밀어냈을 테지 여물지 못한 발톱을 내려다보며 새는, 저 혼자 그만 부끄러웠을 테지, 그러다 또 울먹울먹도 했을 테지  

 어둠이 깊었으므로
 이제, 
 어린 새의 이야기를 해도 좋으리 

 나지막이 울음 잦아들던 어깨와 눈치껏 떨어내던 오래된 흉터들을 이제, 이야기해도 좋으리 잊혀져간 전설을 들려주듯,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낯설고 차가운 이국의 신화를 들려주듯 이제, 당신에게 어린 새를 이야기해도 좋으리 

 새는, 
 따스운 생의 아랫목에
 제 그림자를 누이고
 푸득푸득, 혼잣말을 했을 테지
 흥건하게 번지는 어둠을
 쓰윽, 닦아내기도 했을 테지 

 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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