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문 

  손미 

 

 두 개의 달이 뜨자 언니의 서신이 왔다. 긴 머리카락이 말려 있는 양피지. 탕탕 썰자 아파 아파 꿈틀거리는 글자들. 
 어젯밤엔 몸에 찍힌 점마다 못을 박았다고, 쓰여 있다. 

 모소리가 있는 것들은 모두 화형당하는 저녁. 우리는 벽장에 갇혀 있었다. 언니는 달이 마려워 물혹을 싼다. 질퍽한 비명이 떠다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두 다리를 다림질한다. 우리의 뼈는 언제나 직선이었지. 빗자루처럼.
 곱슬곱슬 아버지 우리에겐 다른 살을 주세요.
 벽장 밖, 밥상이 엎어지는 궤도, 다양한 반찬이 정확한 무지갯빛 곡선으로 떨어지는 지점에서 

 언니는 벽장에 남고 나는 그 벽장에서 태어나기로 한다. 우리의 이름은 잃어버린 모서리. 이 얼마나 아름다운 먹잇감인가. 

 내 백 겹의 그림자로 벽장을 덮자 모서리를 짚고 일어선 아버지가 붙은 손가락으로 벽장을 눌렀다. 바스락거리며 꺼지는 둥근 물방울, 그 밑동에서 잠시 곧게 즙이 흘러나왔다. 

 곱슬곱슬 아버지가 기어 나온 곱슬곱슬 나를 보며 웃었다. 

 다시 두 개의 달이 뜨자 달 사이로 긴 머리카락이 삐져나왔다. 꿈틀거리는 글자들.
 뭉개지지 않는 몸에선 자꾸만 모서리가 자란다고, 쓰여 있다. 

 *블루문 : 중세에는 두 개의 달이 뜨면 마녀를 사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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