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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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으로 시작해 소름 돋는 반전으로, 




무한의 책






















**




혼란스러운 이미지들로 꾸며진 표지를 보건대,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길래 이렇게 균열적인 그림으로 배치가 되어 있는 것일까란 생각이 이 책을 처음 받아보게 된 후, 들었던 생각이다.


띠지에서 나온 그대로, 이야기 속 로버트가 스티브에게 했던 말처럼, 내가 이 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도 그렇고, 지구종말, 시간여행, SF 등등 소개문구로 적혀진 분야 어느 것 하나도 크게 흥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인물소개가 두 페이지에 걸쳐 있는 것만 봐도 등장하는 인물 수만큼 이야기의 세계관 역시 광활하게 펼쳐지겠구나 싶었다. 


이 거대한 이야기를 짧게 압축해서 정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나, 감히 줄거리 소개랍시고 간략히 요약해보자면, 스티브라는 미국계 한국인에게 신은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부탁하고, 이를 기록하는 노트와 만나야 할 인물에게 전달하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다가올 소행성 폭발은 피할 수 없지만(지구의 생명력은 76억 년이 남았다 함), 대신 구원자의 희생이 이러지기 전과 후과 매우 다른 세계로 형성되고 이는 허구로 남을 거라는 것이다. 


프롤로그라고 해야 하나, 놀이공원에 갑자기 홀연히 등장한 소년, 명진 고아원 출신이라는 이 소년의 등장, 낯선 차림과 가지고 있는 소지품도 불가사의한 이 소년이 앞으로의 이야기의 주요한 축의 한 부분을 차지할 거라는 것을, 이야기를 읽고 나가면 자연히 알게 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발을 내딛는 순간, 곧바로 혼란이 찾아온다. 신의 강림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신이 사실은 인간의 형상이 아닌 파충류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예고도 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혼란스러움을 나는 감히 인내라고 표현하며, 그 다음을 넘어서게 되면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혼란스러움의 정체를 앞서 잠깐 말했지만, 이는 화자의 발화 방식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고 본다. 불안정한 심리 표현과 횡설수설로 이어가는 그 방식, 하지만 이야기의 구성 상 자연스럽게 선택한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게, 단순히 지구 종말의 관한 이야기라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한의 책』은 대단히 복합적인 구성을 지닌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신박한 상상력에 비해 산발적으로 흩어진 느낌이 강했던 이유는 초반의 어수선한 배경 설정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주요한 배경이 될 이야기들을 친절히 설명하기 위한 방식이 되레 몰입이 방해가 되기도 했다. 세밀한 묘사는 모든 부분에 적용된 것이 아닌 주요 몇 부분만 행해졌으면 어떠할까, 등장한 모든 인물에게 부여된 사연과 환경설정은 그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지게도 하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다소 지치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초반부의 흡입력을 기대할 수 없지만,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이야기에 탄력성이 가해져 몰입으로까지 이끈다. 그 다음이 궁금해지기에 책장을 계속해서 넘길 수 밖에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스티브에게는 복잡하고 어두운 가정 환경이 주어지는데, 그의 아버지는 특히 시대의 아픈 한 축을 직접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급히 한국을 떠나야 했던 스티브의 가족은 도축공장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와 세탁소에서 일하는 어머니, 어린 동생 성호와 주인공 성철로 이뤄졌으나, 내내 불우한 기운이 감돈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발작을 일으키는 어린 동생. 그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 디디, 그를 옭아매는 한 사건과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 같은 스티브는 멜름가 1408번지 한국인 가족 몰살사건의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 그는 트루데라는 몰락한 도시? 슬럼가?라고 해야 할까, 그 도시의 도축공장에서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사는 아파트에는 의지하는 동료도 있고, 언젠가부터 말 붙이고 친하게 지내게 된 전직기자 로버트도 있다. 


로버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T신부의 미발표 원고 <종교와 생물학의 통일장 이론에 관하여>를 읽게 된 스티브가 엮이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 신의 강림과 계시라는 앱,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주고 받게 되고,  과거의 여러 사건들의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가며, 진실을 알리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의 사투, 결심과 시간여행, 그리고 미래는 살아감으로써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뜻밖의 반전으로 소름이 돋았고, 소년의 정체를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결말은 새로웠다. 그래서 한 사람의 생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작동되는 것일까. 결국 살아간다는 것에 말하고 싶었던 걸까, 무한한 이야기를 끌여들여와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고 자주 고개를 갸웃거렸고, 어느 순간 알아차린 것도 있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도 남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결심하고, 이 미로같은 이야기 속으로 재차 걸음해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끔찍했던 모든 것들은 어쩌면 지구 종말 같은 거대한 무게로 다가온 것이 아니었을까,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 숨고 싶어질 만큼, 분열은 생존방식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어떤 갈래를 진실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오로지 읽는 이로 하여금 달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결정하지 못하였다.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인지, 음모 서사인지, 시간여행인지, 한 인물의 아픈 상처와 트라우마에 관한 것인지.


그저 처연하기도 했고, 안타까웠던 스티브에게 앞날엔 행복만 남았기를 바라며, 역시 어지러운 이 리뷰를 마무리해본다. 






(이 리뷰는 현대문학 출판사의 '문학독후'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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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노무현에서 대선후보 노무현이 되기까지,






영화 『노무현입니다







난 사실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일 때문이나, 취재 차원에서 잠깐 들여다 봤던 것도 지역 내 사람들의 생활권 관련 문제에 대한 것뿐이었다(그것도 잠깐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직도 전문적이고, 깊게 파고들진 못하지만, 절대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가 앞날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달린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관심가지고 참여해야만 한 것이다.


그래서 새삼 느낀다. 기자정신이란 없는 요즘의 언론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엘리트주의에 빠져 선민의식에 적폐세력 못지 않게 청산하고 정화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좀 많이 놀라웠고, 실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이렇게 굴러가고 있었구나, 싶고. 아니 굴러가고 있는 척 했던가.


야당은 어떠한가, 지리멸렬하게 입으로만 떠드는 입진보와 자멸식 발언만 일삼는(공격하는 발언 모두 야당에 해당한다는 사실) 야당은 뭐만 하면 탄압이라 하는데 실은 다 공정하게 이뤄졌어야 할 것들이라는 게 완전 개그 같다. 


매일같이 뉴스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된다. 전에는 사는 것에 대한 회의와 어차피 망친 인생 회생불가니 그냥 이렇게 살다 죽어야지 했던 어리석은 마음에서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현 정권에 감사와 지지를 보내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식들에 눈 감고 귀 닫았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며, 크게 실망했던 5년 전의 결과에 좌절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이런 시궁창같은 상황을 하나씩 치우고 가는 사람에게 하나의 작은 힘 보태고자 관심 갖고 참여하고 지켜주고 싶어졌다.


말이 길었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다. 그가 대통령이 됐을 시기엔 나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고, 내 꿈에서 대해서도 잘 판단이 안 서는 어리숙한 인간이었다.


그가 변호사에서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4번의 낙선과 당선,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는 곳에서 벗어나 자신을 외면했던 지역구를 다시 찾아갔던 것과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어떻게 노풍을 불러 오게 했고,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끔 하는 영화이다.


처음 도입부부터 눈에 확 들어왔던 편집과 음악, 구성 덕분에 '노무현'이란 사람은 참 많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해내고 마는 대담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사람. 그래서 유시민 작가는 그를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던가.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화도 내주는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세력에게까지 정중하게 대화를 요청했던 사람. 자신을 감시하는 직책의 사람까지 매료시키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됐다. 


모두가 외면했던 동서화합을 부르짖으며 노력했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노사모의 열정 또한 감동적이었다. 지금의 문빠라 칭해지는 사람들 또한 노사모와 같이 그냥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이에 함께 바꿔 나가자며 같이 발 벗고 나선 보통 사람들이었을 뿐이라는 걸, 지금의 야당과 언론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나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인간 노무현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잘 몰랐어서 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가장 큰 환호와 기쁨의 길에서 애도와 통한의 길로 접어들 때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 인터뷰하는 사람들 또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말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이 작은 땅덩어리,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작은 땅덩어리에 존재했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다. 이런 사람을 잃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길을 걸어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뒷모습의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노무현입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개구진 웃음을 지을 것만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적폐세력은 어찌나 한결 같은지 우습기도 했다. 똑같은 패턴들. 지역감정 조장, 근거 없이 상대를 비방하고, 사돈의 팔촌까지 엮어 팔아 공격해대는 몰상식한 언사들. 참으로 많기도 하지. 그들 땜에 많이 웃었다. 어이 없어서. 그리고 참 다행이다.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사실 당연한 건데. 당연한 걸 불가능하게 했던 10년의 시간을 지나, 당연하게 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노풍의 바람결에 흔들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노통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나에게는 먼 이야기 같았던 것들이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부족한 리뷰를 마치려 한다. 


이제는 당당하게 참여하고 스스로 잘 판단하고 봐야 한다. 잘 몰라도 무관심한 것보단 낫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말인지 방구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프레임으로 상황을 현혹시키고 무마하지 않도록 똑바로 바라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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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7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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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편에서 내내 묘사되었던 신기할 정도로 긴 속눈썹과 개암나무빛(도대체 무슨 색일까요?) 눈동자, 볼품없이 깡마른 몸에 키만 멀대 같이 큰 우리의 미남자 탐정 해미시 맥베스. 30대 초중반 나이, 7남매의 맏이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있는 착실한 청년이지만, 이 집 저 집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유유자적 순찰을 도는 게 주요 업인 마을 경찰이다. 


스코틀랜드 고지의 악명 높은 장난꾼 앤드루 트렌드는 임종을 앞두고 있다며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막대한 유산에 대한 기대로 앤드루의 집 애럿 하우스에 모인 가족들은 죽어 간다는 소식과 다르게 정정한 모습의 앤드루의 온갖 기상천외한 장난들에 지쳐가며 분노하게 된다. 미치광이의 면모를 보이는 앤드루는 누군가의 방 장롱에 사람 크기만한 인형을 시체인양 숨겨두고 놀래키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들만 일삼는다. 이런 혼란스럽고 괴로운 장난들이 이어지던 중, 정말 방 장롱에서 괴이한 모습으로 시체가 튀어 나오고, 신고를 받고 애럿 하우스로 향하는 해미시는 또 장난전화가 아닐까 의심을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증거들은 모두 은폐된 상태. 시체는 정말 발견되었던 것이다. 


앤드루의 말도 안되는 장난들이 이어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되는데, 스트래스베인 경찰 본부에서 온 블레어 경감은 사근사근 제안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해미시를 머저리 취급하기 바쁘다. 간신히 프리실라의 도움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단독수사를 진행하는 해미시.


애럿하우스에 모인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앤드루의 큰딸 앤젤라와 막내딸 베티, 앤드루의 수양아들 찰스, 찰스의 약혼녀 티치 골드, 앤드루의 동생 제프리, 제프리의 후처 잰, 잰의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 폴, 폴의 직장동료 멀리사, 애럿하우스의 하인 엔리코 산토스, 그의 아내 마리아, 애럿 하우스의 사냥터 관리인 짐 개스켈, 그의 아내 메리


평생 일을 해본 적 없이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만 생활한 자매와 수양아들이라면서 천대받는 찰스, 서로에게 남은 거라곤 미움 뿐인 제프리와 잰, 어리숙한 폴과 역시나 해미시에게 잠깐의 호감을 품는 여성 멀리사, 지나치게 착실한 하인 엔리코와 그의 아내 마리아 덕에 증거는 모조리 없어지게 되지만, 어떻게든 수사해 나가는 해미시, 앤드루의 과한 장난으로 소중한 걸 잃을 뻔한 짐. 역시나 한결같이 죽어 마땅한 인물이 피해자가 된다.


이런 와중에도 로맨스는 빠지지 않고 진행된다.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 속 묘한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늘 말했듯이 세세한 심리묘사는 일품이다. 


블레어의 과격한 수사방식으로 약점을 잡게 된 해미시는 지극히 해미시다운 딜을 거는 것도 유쾌했다. 피터 총경의 등장으로 해미시는 정당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추리 방식은 늘 직관적이기 때문에 감에 따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위태롭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마니까. 해결되어야 이야기가 완성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 것도 사실이다. 


별다른 진전이 없는가 싶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로운 프리실라와 해미시의 관계. 그래 실컷 썸을 타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도 꼭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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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5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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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흐두 라이프를 원하는 해미시의 바람과 달리 블레어 경감의 계략으로 본부로 이동하게 되고, 지루한 도시생활이 이어진다. 한편 마을의 새로운 주민이 된 부유한 중년 여성 매기 베어드는 관심종자 같은 부류인지라,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아 해미시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가짜 범죄 계획을 짜게 된다. 마을 사람들 역시 적극 동참하여 교실에서 마약을 발견했다, 소를 잃어버렸다, 목걸이를 분실하게 됐다 등등 없는 관광객까지 묘사하며 경찰을 귀찮게 한다. 


해미시는 파트너가 된 메리 그레이엄 순경과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아 갈등을 빚게 되고,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녀를 쓰레기통에 내리 꽂는 순간 사직까지 결심하게 된다. 전화위복으로 마을의 잦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로흐두 마을로 돌아가게 된 해미시는 격환 환영으로 몸둘 바를 모르나, 이후 닥칠 비판을 예상하며 차분하게 현재를 받아들인다. 


해미시를 복귀시키는 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중심에 선 매기는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와 망가진 지금을 돌아보며 새로 변신을 꾀하기 위해 잠시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녀에게 하나밖에 없는 조카 앨리슨은 폐암을 앓고 나았으나 재발이 두려운, 쇠약해진 상태인 인물. 소심하고 의존적이며 엄마의 정을 그리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다정했던 이모 매기를 따라 로흐두에 왔으나 이내 변한 매기에게 분노와 미움을 가지게 된다. 매기의 집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된 로흐두 주민 토드 여사도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해미시의 게으르고 오지랖 기질과 더불어 사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누구의 욕망이든, 감춘 거짓말이든지 그 안에 감춰진 것을 잘도 파헤친다. 그래서 지금껏 해결해온 사건들이 주로 직관에 의지했기 때문에 사실 밝혀지는 과정보다 그 이전에 인물들간의 갈등해소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성형과 건강시스템 덕분에 다시 태어난 듯, 아름다워진 매기는 많은 재산을 미끼로 과거 자신과 연애를 했던 네 명의 남자를 불러들인다. 자동차 매장주 크리스핀 위더링턴, 도박 클럽 운영자 제임스 프레임, 퇴물 대중가수 스틸 아이언사이드, 광고회사 이사 피터 쟁긴스. 우습게도 그들 모두 흥신소로 알아본 결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매기의 초대가 퍽 구미가 당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엔 속물근성만 남았지 과거 멋모르고 치기 어렸던 애정은 어느 것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장이 약한 매기가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고, 모두가 사고사로 보는 가운데 해미시만이 살인사건으로 보고 그 진위를 밝히려 한다. 아부를 잘 하던 블레어 경감이지만, 이번 사건에선 뒤로 밀려 새로 등장한 해미시의 상사는 이탈리아계 고지인 이언 도나티. 


감정적이거나 과격하지도 않은, 블레어와 정반대 타입. 처음의 해미시는 그가 정당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수사하는 데에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알고 보니 블레어보다 더한 인물이었기에 나중엔 블레어가 그립기까지 한다. 더 권위적이고, 더 하찮게 보고, 더 대놓고 해미시의 공을 앗아가기 때문에. 이야기 말미에 잠깐 다시 등장한 블레어는 해미시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기 위해 술을 권하는 데 그 모습 역시 참 재밌었다.


이번엔 범인이 뜻밖의 인물 같기도 했지만, 역시 군데 군데 해미시의 통찰력이 발휘되는 순간들이 매력적이었다. 해미시는 본부에서 일할 때에도 그곳 시민들의 애정을 한껏 받았는데, 무조건 체포하려고 든 메리 그레이엄 순경은 그걸 엄청 질투했기에 해미시와 잘 맞지 않았다. 


특유의 말투와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프리실라에게 확실히 마음을 끊었다고 자부하던 해미시는 토멜성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프리실라가 마을에서 아주 머물게 됨을 알게 되자 행복해한다. 프리실라가 이 일에 죄책감과 책임을 느끼게 된 데에는 자신이 만나던 사람 때문에 아버지의 자금의 모두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획기적인 제안을 한 해미시에게 다시 한번 호감을 느끼는 프리실라. 


하지만 이번 편 전체적으로 프리실라는 드디어 해미시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자신의 마음에 대해 각성하는데 비해 해미시는 그녀를 포기하고자 한다. 이미 엇갈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프리실라가 마을에 완전 머물게 되었음을 기뻐하는 해미시. 그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된 프리실라가 느리지만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게 이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큰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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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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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시의 로흐두 마을의 애정이 듬뿍 담긴 시리즈,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4편, 현모양처의 죽음은, 마을에 새로 이사 온 한 부부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토머스 부부 중 특히 트릭시 토머스는 어리숙한 남편 폴과 달리 선동가적 기질을 갖춘 것인지, 마을 사람들을 홀리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데 능한 인물이다. 


특히 자신들의 현재 상황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가구를 들일 여유가 없으나 민박집을 운영하고자 한다. 그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이 척척 진행된다. 각 집마다 돌며 실용적인 가구가 아니라 오래된 가구를 모으는데 알고 보니 모두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그 중 마을 내 유일한 의사 브로디 선생의 부인 앤젤라가 그녀에게 크게 동화되어 변화하게 되고, 곧 자신의 남편과 갈등을 빚게 된다. 트릭시는 앤젤라를 저콜레스테롤 식사와 금연 조류 보호 운동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게 하여,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미시의 예상과는 다르게 추리소설 시리즈의 특성상, 범인을 찾고 사건을 풀어내는 해결사 인물은 늘 살인사건을 이끌고 다니는지라, 살인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피해자는 당연히 트릭시 토머스. 그리고 복선처럼 깔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인물들 간의 대사에 등장하는 범인의 징조. 


이번 에피소드는 살인사건 보다 로맨스에 더 치중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의 타이밍이 잘 안맞는 것인지,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삐걱대는 프리실라와 해미시가 이번 편에 들어서는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뭐, 결국을 둘이 되겠지 하는 예상은 해보지만. 런던에서 돌아온 프리실라는 존 벌링턴이라는 중권 증개인과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 해미시는, 침울했다, 분노했다, 포기하기로 이른다. 프리실라는 야망을 가지지 않는 해미시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해미시는 로흐두의 평온함에 파묻혀 살아가는 삶을 행복으로 여기는 자신을 이해 못하는 프리실라에게 이러한 자신의 방식에 대해 설명해보지만 잘 전달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인물은 토머스 뿐 아니라 경찰 내에서도 등장하는데 해미시의 능력을 알아봐주는 상관 피터 데이비엇이 등장한다. 좀 유연한 인물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레어 경감과 해미시의 불같은 케미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되고, 프리실라는 자신의 혹시 해미시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데서 그치고 해미시는 프리실라를 이제 포기하는 데서 끝이 난다. 


이번 이야기가 로맨스 중심이라 느낀 데에는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들 또한 등장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상대가 변화했을 때의 불어오는 현상과 결과들 같이, 역시 로맨스 소설을 썼던 작가의 기량이 적절히 발휘되어 갈등이 해소되고,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또 한편, 내부고발로 인해 구속된 프리실라의 한때 연인인 존 벌링턴의 기사와 미국 관광객에게 사진이 찍혀 한 지면에 소개된 행복한 표정의 해미시의 기사를 본 프리실라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이번에도 역시 감탄한 부분은 섬세한 풍경 묘사이다. 그 생생한 묘사 덕분에 로흐두 마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해미시의 삶의 형태에 공감하는 바다. 해미시라는 인물에 대해 읽으면 읽을수록 정이 참 많은 캐릭터 같다. 몇몇의 인물 빼고는 그를 좋아한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게, 경찰이면서 마을 사람의 사정들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많아, 유연하고 원만하게 일을 해결을 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다음 편 역시 너무 기대가 된다. 특히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연애전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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