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노무현에서 대선후보 노무현이 되기까지,






영화 『노무현입니다







난 사실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일 때문이나, 취재 차원에서 잠깐 들여다 봤던 것도 지역 내 사람들의 생활권 관련 문제에 대한 것뿐이었다(그것도 잠깐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직도 전문적이고, 깊게 파고들진 못하지만, 절대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가 앞날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달린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관심가지고 참여해야만 한 것이다.


그래서 새삼 느낀다. 기자정신이란 없는 요즘의 언론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엘리트주의에 빠져 선민의식에 적폐세력 못지 않게 청산하고 정화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좀 많이 놀라웠고, 실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이렇게 굴러가고 있었구나, 싶고. 아니 굴러가고 있는 척 했던가.


야당은 어떠한가, 지리멸렬하게 입으로만 떠드는 입진보와 자멸식 발언만 일삼는(공격하는 발언 모두 야당에 해당한다는 사실) 야당은 뭐만 하면 탄압이라 하는데 실은 다 공정하게 이뤄졌어야 할 것들이라는 게 완전 개그 같다. 


매일같이 뉴스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된다. 전에는 사는 것에 대한 회의와 어차피 망친 인생 회생불가니 그냥 이렇게 살다 죽어야지 했던 어리석은 마음에서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현 정권에 감사와 지지를 보내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식들에 눈 감고 귀 닫았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며, 크게 실망했던 5년 전의 결과에 좌절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이런 시궁창같은 상황을 하나씩 치우고 가는 사람에게 하나의 작은 힘 보태고자 관심 갖고 참여하고 지켜주고 싶어졌다.


말이 길었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다. 그가 대통령이 됐을 시기엔 나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고, 내 꿈에서 대해서도 잘 판단이 안 서는 어리숙한 인간이었다.


그가 변호사에서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4번의 낙선과 당선, 정치적 힘을 키울 수 있는 곳에서 벗어나 자신을 외면했던 지역구를 다시 찾아갔던 것과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어떻게 노풍을 불러 오게 했고,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끔 하는 영화이다.


처음 도입부부터 눈에 확 들어왔던 편집과 음악, 구성 덕분에 '노무현'이란 사람은 참 많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해내고 마는 대담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사람. 그래서 유시민 작가는 그를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던가.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화도 내주는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세력에게까지 정중하게 대화를 요청했던 사람. 자신을 감시하는 직책의 사람까지 매료시키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됐다. 


모두가 외면했던 동서화합을 부르짖으며 노력했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노사모의 열정 또한 감동적이었다. 지금의 문빠라 칭해지는 사람들 또한 노사모와 같이 그냥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이에 함께 바꿔 나가자며 같이 발 벗고 나선 보통 사람들이었을 뿐이라는 걸, 지금의 야당과 언론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나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인간 노무현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잘 몰랐어서 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가장 큰 환호와 기쁨의 길에서 애도와 통한의 길로 접어들 때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 인터뷰하는 사람들 또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말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이 작은 땅덩어리, 별 일이 다 일어나는 작은 땅덩어리에 존재했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다. 이런 사람을 잃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길을 걸어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뒷모습의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노무현입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개구진 웃음을 지을 것만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적폐세력은 어찌나 한결 같은지 우습기도 했다. 똑같은 패턴들. 지역감정 조장, 근거 없이 상대를 비방하고, 사돈의 팔촌까지 엮어 팔아 공격해대는 몰상식한 언사들. 참으로 많기도 하지. 그들 땜에 많이 웃었다. 어이 없어서. 그리고 참 다행이다.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사실 당연한 건데. 당연한 걸 불가능하게 했던 10년의 시간을 지나, 당연하게 보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노풍의 바람결에 흔들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노통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나에게는 먼 이야기 같았던 것들이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부족한 리뷰를 마치려 한다. 


이제는 당당하게 참여하고 스스로 잘 판단하고 봐야 한다. 잘 몰라도 무관심한 것보단 낫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말인지 방구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프레임으로 상황을 현혹시키고 무마하지 않도록 똑바로 바라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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