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7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4, 5편에서 내내 묘사되었던 신기할 정도로 긴 속눈썹과 개암나무빛(도대체 무슨 색일까요?) 눈동자, 볼품없이 깡마른 몸에 키만 멀대 같이 큰 우리의 미남자 탐정 해미시 맥베스. 30대 초중반 나이, 7남매의 맏이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있는 착실한 청년이지만, 이 집 저 집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유유자적 순찰을 도는 게 주요 업인 마을 경찰이다. 


스코틀랜드 고지의 악명 높은 장난꾼 앤드루 트렌드는 임종을 앞두고 있다며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막대한 유산에 대한 기대로 앤드루의 집 애럿 하우스에 모인 가족들은 죽어 간다는 소식과 다르게 정정한 모습의 앤드루의 온갖 기상천외한 장난들에 지쳐가며 분노하게 된다. 미치광이의 면모를 보이는 앤드루는 누군가의 방 장롱에 사람 크기만한 인형을 시체인양 숨겨두고 놀래키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들만 일삼는다. 이런 혼란스럽고 괴로운 장난들이 이어지던 중, 정말 방 장롱에서 괴이한 모습으로 시체가 튀어 나오고, 신고를 받고 애럿 하우스로 향하는 해미시는 또 장난전화가 아닐까 의심을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증거들은 모두 은폐된 상태. 시체는 정말 발견되었던 것이다. 


앤드루의 말도 안되는 장난들이 이어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되는데, 스트래스베인 경찰 본부에서 온 블레어 경감은 사근사근 제안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해미시를 머저리 취급하기 바쁘다. 간신히 프리실라의 도움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단독수사를 진행하는 해미시.


애럿하우스에 모인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앤드루의 큰딸 앤젤라와 막내딸 베티, 앤드루의 수양아들 찰스, 찰스의 약혼녀 티치 골드, 앤드루의 동생 제프리, 제프리의 후처 잰, 잰의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 폴, 폴의 직장동료 멀리사, 애럿하우스의 하인 엔리코 산토스, 그의 아내 마리아, 애럿 하우스의 사냥터 관리인 짐 개스켈, 그의 아내 메리


평생 일을 해본 적 없이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만 생활한 자매와 수양아들이라면서 천대받는 찰스, 서로에게 남은 거라곤 미움 뿐인 제프리와 잰, 어리숙한 폴과 역시나 해미시에게 잠깐의 호감을 품는 여성 멀리사, 지나치게 착실한 하인 엔리코와 그의 아내 마리아 덕에 증거는 모조리 없어지게 되지만, 어떻게든 수사해 나가는 해미시, 앤드루의 과한 장난으로 소중한 걸 잃을 뻔한 짐. 역시나 한결같이 죽어 마땅한 인물이 피해자가 된다.


이런 와중에도 로맨스는 빠지지 않고 진행된다.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 속 묘한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늘 말했듯이 세세한 심리묘사는 일품이다. 


블레어의 과격한 수사방식으로 약점을 잡게 된 해미시는 지극히 해미시다운 딜을 거는 것도 유쾌했다. 피터 총경의 등장으로 해미시는 정당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추리 방식은 늘 직관적이기 때문에 감에 따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위태롭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마니까. 해결되어야 이야기가 완성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 것도 사실이다. 


별다른 진전이 없는가 싶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로운 프리실라와 해미시의 관계. 그래 실컷 썸을 타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도 꼭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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