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5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로흐두 라이프를 원하는 해미시의 바람과 달리 블레어 경감의 계략으로 본부로 이동하게 되고, 지루한 도시생활이 이어진다. 한편 마을의 새로운 주민이 된 부유한 중년 여성 매기 베어드는 관심종자 같은 부류인지라,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아 해미시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가짜 범죄 계획을 짜게 된다. 마을 사람들 역시 적극 동참하여 교실에서 마약을 발견했다, 소를 잃어버렸다, 목걸이를 분실하게 됐다 등등 없는 관광객까지 묘사하며 경찰을 귀찮게 한다. 


해미시는 파트너가 된 메리 그레이엄 순경과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아 갈등을 빚게 되고,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녀를 쓰레기통에 내리 꽂는 순간 사직까지 결심하게 된다. 전화위복으로 마을의 잦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로흐두 마을로 돌아가게 된 해미시는 격환 환영으로 몸둘 바를 모르나, 이후 닥칠 비판을 예상하며 차분하게 현재를 받아들인다. 


해미시를 복귀시키는 일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중심에 선 매기는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와 망가진 지금을 돌아보며 새로 변신을 꾀하기 위해 잠시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녀에게 하나밖에 없는 조카 앨리슨은 폐암을 앓고 나았으나 재발이 두려운, 쇠약해진 상태인 인물. 소심하고 의존적이며 엄마의 정을 그리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다정했던 이모 매기를 따라 로흐두에 왔으나 이내 변한 매기에게 분노와 미움을 가지게 된다. 매기의 집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된 로흐두 주민 토드 여사도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해미시의 게으르고 오지랖 기질과 더불어 사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누구의 욕망이든, 감춘 거짓말이든지 그 안에 감춰진 것을 잘도 파헤친다. 그래서 지금껏 해결해온 사건들이 주로 직관에 의지했기 때문에 사실 밝혀지는 과정보다 그 이전에 인물들간의 갈등해소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성형과 건강시스템 덕분에 다시 태어난 듯, 아름다워진 매기는 많은 재산을 미끼로 과거 자신과 연애를 했던 네 명의 남자를 불러들인다. 자동차 매장주 크리스핀 위더링턴, 도박 클럽 운영자 제임스 프레임, 퇴물 대중가수 스틸 아이언사이드, 광고회사 이사 피터 쟁긴스. 우습게도 그들 모두 흥신소로 알아본 결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매기의 초대가 퍽 구미가 당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엔 속물근성만 남았지 과거 멋모르고 치기 어렸던 애정은 어느 것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장이 약한 매기가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고, 모두가 사고사로 보는 가운데 해미시만이 살인사건으로 보고 그 진위를 밝히려 한다. 아부를 잘 하던 블레어 경감이지만, 이번 사건에선 뒤로 밀려 새로 등장한 해미시의 상사는 이탈리아계 고지인 이언 도나티. 


감정적이거나 과격하지도 않은, 블레어와 정반대 타입. 처음의 해미시는 그가 정당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수사하는 데에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알고 보니 블레어보다 더한 인물이었기에 나중엔 블레어가 그립기까지 한다. 더 권위적이고, 더 하찮게 보고, 더 대놓고 해미시의 공을 앗아가기 때문에. 이야기 말미에 잠깐 다시 등장한 블레어는 해미시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기 위해 술을 권하는 데 그 모습 역시 참 재밌었다.


이번엔 범인이 뜻밖의 인물 같기도 했지만, 역시 군데 군데 해미시의 통찰력이 발휘되는 순간들이 매력적이었다. 해미시는 본부에서 일할 때에도 그곳 시민들의 애정을 한껏 받았는데, 무조건 체포하려고 든 메리 그레이엄 순경은 그걸 엄청 질투했기에 해미시와 잘 맞지 않았다. 


특유의 말투와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프리실라에게 확실히 마음을 끊었다고 자부하던 해미시는 토멜성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프리실라가 마을에서 아주 머물게 됨을 알게 되자 행복해한다. 프리실라가 이 일에 죄책감과 책임을 느끼게 된 데에는 자신이 만나던 사람 때문에 아버지의 자금의 모두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획기적인 제안을 한 해미시에게 다시 한번 호감을 느끼는 프리실라. 


하지만 이번 편 전체적으로 프리실라는 드디어 해미시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자신의 마음에 대해 각성하는데 비해 해미시는 그녀를 포기하고자 한다. 이미 엇갈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프리실라가 마을에 완전 머물게 되었음을 기뻐하는 해미시. 그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된 프리실라가 느리지만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게 이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큰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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