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rt & Classic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퍼엉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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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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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받는 고전으로 각광 받는 여러 작품들 중 앨리스는 단연 환상적인 요소 덕분인지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어 왔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화까지. 등장하는 인물? 캐릭터 역시 성격이 워낙 개성이 넘치고 항상 분주하고 다소 정신없게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계속 빠져들어 보게 하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계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떨어진 앨리스가 그를 따라 가는 길엔 수많은 동물들(체셔고양이, 겨울잠쥐, 토끼, 가짜거북이 등등)을 만나고 카드 병장과 무조건 사형을 연발하는 여왕이 있고, 어떤 요리든 후추를 뿌려대는 요리사와 신경질적인 공작부인, 전설적인 동물? 그리핀 등 환상적인 요소와 중의적인 표현들이 넘쳐난다.

고전의 색다른 묘미는 어린 시절 접했던 고전작품이 나이가 들어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특히 어린왕자가 그러하고 앨리스 역시 마찬가지로 어릴 적엔 앨리스의 다음 모험은 어떻게 될 지, 모든 이들을 사형시키라 말하는 여왕으로부터 잘 도망칠 수 있을지, 시계토끼는 과연 어딜 가고 있었는지 등 궁금해하며 읽었을 것이다(추측으로 일괄하는 이유는 분명 읽긴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기 때문).


확실한 건 작가의 취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어유희로 가득하고 풍자적인 성격마저 띠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앨리스 모험의 대부분이 어떤 플롯이 무게중심이 되어 전개된다기보다 말장난이 주를 이루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각자 자기 할 말만 하고 있기에 앨리스는 가만히 관찰하기도 하고 호기심 있는 그대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훌륭한 각주 덕에 그 뉘앙스를 대략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난 영알못이니까. 하지만 영어를 잘 해서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좀더 직접적으로 그런 식의 유머가 잘 와닿았을 지도 모른다. 알에이치코리아 서평활동 덕분에 접하게 된 앨리스의 새로운 판본은 "아트앤클래식"이란 기획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퍼엉의 삽화를 함께 보며 각 장면을 그릴 수 있다. 퍼엉 작가의 해석대로 재탄생된 앨리스와 다른 캐릭터의 모습을 보면 몽글몽글이란 표현이 떠오르게 된다. 앨리스의 푸른 여름날 한 장면에 따듯함이 깃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앨리스는 자꾸만 커졌다 작아지길 반복하고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들이 모두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으로 발생되기도 하며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둘러본다. 혼란한 그 세상에선 일상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으며, 티타임마저 자리를 옮기는 식으로 대체하는 우스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다소 심오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도대체 판결을 내릴 수 있긴 한 건지 마지막 타르트 관련 법정 풍경에서 앨리스는 다시금 몸이 커졌다가 본래의 모습대로 돌아온다. 그런 앨리스에게 목을 베라고 명령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이 얼마나 멋진 꿈이었나 하고 감탄하고 만다. 

그리고 마치 앨리스의 꿈을 엿보기라도 한 듯 언니의 목소리로 마지막 완결점을 찍는다. 

이 환상세계의 모험담은 앨리스가 자신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듯이, 단순히 몸이 커지는 신체변화가 아닌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말장난으로 표현된 트릭이 곳곳에 숨겨져 있고, 이를 해석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 앞으로 살아가는 나날들 역시 하나의 이야기처럼 때때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되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이를 직면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고 곧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시시한 농담을 던지며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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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앨리스는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집에 있을 걸 그랬나봐.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 않아도 되고, 생쥐랑 토끼한데 이리저리 불려 다니지 않아도 되잖아. 토끼 굴로 내려오는 게 아니었어 ……. 하지만 생각해보면 신기하잖아. 이런 삶도 있다는 게! 나에게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 있잖아.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이 있어야 해, 정말로! 그래, 나중에 크면 내가 직접 책을 쓸 거야. 그런데 지금 난 이미 커버렸잖아.' 

69쪽


애벌레가 근엄하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너 자신을 설명해봐!"
"죄송하지만, 설명을 잘 못 하겠어요. 왜냐면 제가 지금 제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애벌레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앨리스가 아주 공손히 대답했다.
"더 정확히 말할 수가 없어요. 우선 저도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겠거든요. 하루에 몸이 이렇게 여러 번 다른 크기로 변하니까 너무 혼란스러워서요."

88쪽


"그래, 아직까진 기분이 좋은 거 같은데. 부탁인데 내가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말해줄래?"
고양이가 답했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지."
"어디든 상관은 없는데……."
"그럼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이 없겠네."
앨리스가 설명하듯 덧붙였다.
"어디든 도착하기만 한다면야……."
체셔 고양이가 말했다.
"넌 틀림없이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 거야. 계속 걷는다면 말이야."

123쪽


'얘기를 시작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끝낸다는 거지.'

188쪽


마지막으로 앨리스의 언니는 이 어린 동생이 시간이 흐른 뒤 자신만의 모습을 어떻게 간직한 여성으로 성장할까 그려보았다.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웠던 마음을 얻허게 간직할까.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신기한 이야기와 오래전 꿈꿨던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까지 들려주며 얼마나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하고 안달나게 할까. 어른이 된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행복했던 여름날을 더듬으며, 아이들의 꾸밈없는 슬픔을 공감하고 아이들의 소박한 즐거움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얼마나 행복해할지 가만히 떠올려보았다. 

253쪽




(이 리뷰는 RHK 북클럽1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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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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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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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신작을 한동안 찾아보지 않았다. 에도시대 시리즈가 작가가 재미있게 기획하고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손을 놓게 된 건 그 시대를 다루는 글, 특히 일본문화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와중에 국내에서는 행복한 탐정 시리즈로 출간된 스기무라 시리즈는 영상으로도 접한 적 있고, 인간 심리를 밀도 높게 그려낸 작품이라 좋았다. 일본문학에서 흔히 등장하는 '탐정'이란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기 잘난 맛에 살고, 너무 뛰어난데 오히려 완벽함을 구현하다 보니 별다른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자칭 소시오패스이면서 천재적인 탐정 셜록이 존재하기에 매력적인 포인트가 없다면 차별점을 가지기도 힘들 것이다.


스기무라라는 인물은 그에 비해 매우 엉성하지 않은가. 그냥 선하다고 표현되는 인물일 뿐이다. 소시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영역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런치타임이 정해져 있다고 명시된 사내 카페에서 유일하게 런치 타임을 지키며 그 시간외에는 식사를 주문하지 않는 점이라든지, 재벌가 사위지만 야망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부를 누리는 게 부담스럽기만 한 인물이다. 그런 스기무라가 행복한 탐정이라 표현된 건 만족스러운 일(편집자 직무),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이 있는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토대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탐정의 기질이 발동되게 된 건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말이다. 

한편 이런 그가 이혼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은 자신의 가족에게도 충실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때문에 아내 나호코와의 이혼은 불행히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을거라 생각된다. 결혼을 위해 스기무라의 본래 직장을 그만두게 해야 했고, 자신때문에 희생되었다는 죄책감을 가졌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나호코의 외도는 서로간 입장차를 좁힐 수 없음을 뜻한다. 대개 탐정이란 인물들은, 결국 행복한 탐정이라 명명되었어도 어딘가 한 구석 상처와 결점을 가져야 되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게 매력 포인트인 것이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게 되는.


어쨌든 이번 작품은 스기무라의 탐정으로써의 본격 활약상을 보여준다. 스기무라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택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준비단계에 가까웠던, 이렇다할 상황 전개 없이 다소 어수선했던 『희망장』 에 비해 제법 탐정답게 보인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읽기 힘들었던 건 요즘 문제가 되는 여성혐오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로써 느끼는 바는 미미여사가 역시, 드디어...!라는 인상을 준다. 곪아터진 사회문제를 인간심리와 내면 깊숙하게 파고들어 읽는 내내 긴장과 피로를 안겨주었던 그의 대표작 『모방범』 이 떠오르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 절대 영도
물리 절대 온도의 기준 온도. 영하 273.15℃로, 이상 기체의 부피가 이론상 0이 되는 점이다.


<절대 영도>

사위가 자신의 딸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한 여인의 사건의뢰는 어딘가 불온한 부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더 큰 추악한 진실과 이면이 드러나게 된다. 그것도 선한 의지로 다른 이를 돕고자 했던 인물이 당해야만 했던 고통을 감히 들여다보는 것도 죄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그에 합당한 법적인 처벌 이전에 펼친 복수가 속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피해자의 고통과 생은 결코 되돌릴 수 없으니 더더욱이. 오히려 예상가능한 부분으로 느껴진 사건의 정황이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게 했다.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갈수록 다가오는 진실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참담하기만 하다.


<화촉>

탐정 사무실로 신세지고 있는 집주인 다케나카 가(역시 부자)의 의뢰로 이웃인 사키코네 조카의 결혼식에 동행하게 된 스기무라. 가족이지만 용납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금이 간 관계는 어찌해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인과응보라는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타파하려고 했다는 점, 두 사람의 엇갈린 결혼식과 그와중에 발현된 욕망은 참...반복해서 말하기 싫지만 추악했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세상엔 참 별별 인간이 있으니 자식을 빌미로 한몫 챙기려 하는 몰상식한 작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착하다는 말로는 다소 식상하고 아둔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책임감 있는 인물도 있다. 이기적인 인물의 말로는 참혹했고, 그로 인해 힘든 생을 살았던 인물은 죄책감과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안고 가게 된다. 역시 뒷맛이 깔끔하지 않는 사건이다. 

"여성을 경멸하는 폭군들의 욕망을 파헤친"이라는 문구는 혐오와 위계의식으로 점철된 추악한 죄질을 가진 *레기들을 참으로 고급스럽게 표현한 수식 같다. 

스기무라의 활약이 두드러진 이번 작품은 지금의 현실과 너무 밀접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요즘 자꾸 시선을 끄는 단어가 '확장'이라는건데 단순히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편 가르기 하여 나뉜 단면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진의를 제대로 보도록 해야 한다.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몰고간 가해자 또한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주 언급되었던 딸 모모코와의 케미를 다음 에피소드에선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역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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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 아직 세상에 참 서툰 우리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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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 아직 세상에 참 서툰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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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성격의 글을 선호하진 않는데, 이 책은 디즈니의 작화를 소장하고 싶어 구매하였다. 그냥 예뻐서 구매한 책이다. 난 책 선물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주변에 선물해줄 사람이 마땅치 않고, 내 취향을 강요하는 것 같아 선뜻 선물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이럴 때면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하게 좋은 책이라면 그림에세이가 아닐까, 그림에 더 치중되어 있지만 구성된 글이 좋다면 더 좋을테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왕자>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어서도 찾게 되는 작품이고,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를 전해주기도 한다. 읽을 시기와 타이밍에 따라 해석하는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관계성, 어쩌면 타인을 대하는 처세술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외에도 어쩌면 당연한 소리 아닌가 싶은 글들이 있지만 묘하게 와닿는 구석이 많았다. 무의미하게 흘러보내는 시간이 참 많은데, 지나고나서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고. 가끔은 뻔하지만 무조건 힘내란 성격의 글보단 적당히 솔직하고 정답같은 글이 도움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실천에 옮기는게 중요한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이든 마음만 가지고서는 되는 게 없으니, 일단 행하라. 그렇지만 길고 긴 조언은 한 귀로 듣고 흘려듣고 말테니, 예쁜 그림과 함게 덧붙인 이 에세이를 통해 전환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의 길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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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빛나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 -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너에게 디즈니 레이디스 시리즈
라푼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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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빛나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

-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너에게 













http://naver.me/FB6A99Km

"디즈니 여성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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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자신을 납치한 마녀 고델을 엄마라고 믿으며 살아온 라푼젤은 바깥 세상은 위험하다는 세뇌때문에 성밖을 나서본 적 없는 인물이다. 어느날 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잡으며 자신이 가진 새로운 면도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과 특유의 매력으로 마주하게 되는 모든 인연들과 웃으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진짜 가족도 찾게 되고, 디즈니의 모토 같은 꿈과 사랑을 이뤄내는 꽤나 주체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라푼젤의 꿈은 무엇이었던가, 예전에 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봐도 잘 기억나진 않지만(원래 기억을 잘 못함), 아마도 세상을 향해 스스로 한 걸음 내딛은 행위에 대한 은유?로 대체된 게 아닐까 싶다. 


꿈이란 무엇인가, 지금 현실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이뤄낸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일까 감히 생각해본 적이 있다.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 같은 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이룰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냥 돈벌이만 무던히 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서 읽었던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건 디즈니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단연 소장해야만 하는 시리즈 같다. 디즈니의 여러 공주 시리즈 중에서도 라푼젤은 참 매력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빙 연기를 한 맨디 무어의 고운 목소리 덕분이기도 했고,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캐릭터 재현을 잘 한 것 같아서 좋았다. 라푼젤 자체가 좋았다. 


애니 작화가 글과 함께 적절히 배치되어 있으니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을 듯 하다. 


'내일'이란 별로 반갑지 않았지만 '빛나는'이 앞서 밝혀주는 것처럼 희망찬 매일이 이어졌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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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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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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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활동의 이점이라면 단연 좀더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물론 이 또한 내 취향껏 선택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불가항적으로 정해진 기한 내에 읽어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책임감이랄까, 강제적인 측면이 있어 좋다. 부지런한 독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독서가 습관처럼 자리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극히 통감하고 있다. 흥미로운 작품이 있음에도 선뜻 책장을 열어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자꾸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던 여느 때와 같은 나날 속에 도착한 책 한 권. 표지부터 놀랐다. 김수미 선생님, 매주 수요일 <수미네 반찬>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니 왠지 모를 친근감도 있고, 또 생각치도 못하게 친필 사인본이 담긴 책이라니 너무 좋은데, 하면서도 처음 든 생각은 연예인 사인이 담긴 책을 처음 받아보는 데 그게 이렇게 차진 욕이라니, 하며 웃을 수 있는게 유쾌하다. 과연 독보적인 캐릭터이다.



자기계발의 얼굴을 하고 과시하는 자랑, 성공담이 담긴 책 다음으로 좋아하지 않는게 바로 에세이집이다. 나의 편견이기도 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은 에세이집은 접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에세이 집으로 분류하는게 맞는 지 모르겠지만 법정스님의 책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글쎄 요즘 다수가 찾는 일명 '치유'와 '그래, 힘내 할 수 있어!' 등과 같은 응원을 가장한, 글이라기 보단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듯한 책들은 물론 수요에 따른 것이겠지만 역시 거부감이 든다. 가성비의 나라에서 책 한 권에서조차 가성비를 따진다. 글의 양질을 따지게 된다. 이처럼 구구절절 늘어놓은 사담은 에세이라는 특성의 글을 불호한다고 미리 고백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고 싶다며 신청했던 건 혹시나 하는 마음과 늘 하고 있는 고민,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과 사연이 있다면 과연 김수미는 어떻게 답했을까 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번쯤 매체를 통해 접해본 그의 말투를 떠올리고서 읽다보면 참 신명나게 읽힌다. 실제로 오디오 클럽을 통해 들어볼 수도 있으니 궁금하다면 직접 더 들어볼 수 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372


시방 상담소(by 모모콘) 오디오클립




각 장마다 주제별로 나눠져 있고 사연을 듣고 저자의 답이 이어지고 재밌는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으니 이를 보는 맛도 있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어떻게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나 싶은 기막힌 사연들도 참으로 많았다. 이에 살아온 날만큼의 자신이 겪은 시간들을 토대로 진솔하고 때론 욕해달라는 요청에 적절하게 욕을 내뱉어주면서 답하는 부분이, 보통의 '상담'을 주제로 한 매체들과는 확연히 성격이 달랐다. 본질은 같을지언정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참으로 달랐다. 더 맵고 칼칼한 맛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이다.

상담을 청하는 데는 나의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과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기에 이에 대한 팁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김수미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게 실컷 단 것만 먹다가는 마흔 넘어서는 다리 하나 자를 각오를 해야 된다며 호되게 말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그런 걸 봐왔고 알면서 고치지 않는 어리석음에 정신이 번쩍 들게끔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가르치려는 태도도 아니고 정말로 염려되기에 더 세게 말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들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부분 부분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정도 내 코 석자가 온전해야 더 잘 챙길 수 있다는 것, 인간에게나 인간답게 구는 것이고 똥한테는 똥같이 구는게 답이라는 것, 나쁜 습관 고치는 데 왕도는 없고,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뿐이라는 것, 노력한 만큼 되돌아오는 게 결과이고 경쟁이 없으면 나태히기 쉽다는 것, 실수는 결코 숨겨지지 않으며, 숨기면 숨길수록 더 나빠지는 것이기에 모든 문제는 직면해야만 하는 것, 싫고 귀찮은 일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해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스스로 자신감도 붙게 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심어준 자신감이란 한순간이기에 자신감이란 스스로 쌓아야 하는 것, 내가 저지른 잘못을 되감기할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기에 잘못한 게 있다면 바로 고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것이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없기에 결국 필요에 의해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원하면 따라하게 되고, 자꾸 하다 보면 늘고 내 '맛'이라는 것도 낼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김수미는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 같다. 그리고 아마 일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하여 운동하고 목욕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전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고 매일 같이 똑같은 루틴으로 일하고 움직인다. 게으름이란 인간의 원죄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하는 말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뻔하게 느껴지는가? 그럴 수도 있다. 이런 류의 성격이 담긴 매체가 대개 그러하다. 찾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세이류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독자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같이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바로 그가 가진 캐릭터와 커리어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바로 보고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열심히 살아왔으니 말이다. 속으로 뜨끔하며 같이 혼나는 듯한 기분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찬물 한 바가지 세게 얻어맞은 듯 직설적인 조언들이 이어진다.  






또한 저자는 말한다. 내 인생의 로또는 '나'라는 것. 견디기 힘든 시간들에 도망치고 싶어 회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겠지만, 끈기 있게 참아보는 것 역시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해볼만한  인생공부라고 말이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와 때가 있다는 불가용어인 '시절인연'처럼 끝없이 이어질 듯한 인생의 여러 날들에 고통이 있다면 이를 지나 웃을 수 있는 날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긍정해보는 것이다. 

독자는 특히 가족이야기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저자는 내 고민 다스릴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집중하여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도 필히 가져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내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언제였는지 무얼 할 때였는지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리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도 가져보는 것이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내 속도 같이 시끄러워질 때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나'를 직면하고 '나'를 알아가보자. 그리하여 오늘도 무사히 잘 살아내었구나 하고 안도하며 웃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 리뷰는 RHK 북클럽1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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